늙어 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1.05.17
직각 / 김은희 직각 / 김은희 햇살도 지쳐 누운 비탈진 길 허리가 90도로 꺾인 할머니 납작하게 눕힌 종이 박스를 차곡차곡 수직으로 쌓아올리고 뉘엿뉘엿 힘겹게 올라가신다. 보이는 건 아스팔트 하늘 본지 언제던가 부피보다 값없는 박스 녀석들 직각으로 휜 허리 끝내 수평으로 짓누르려나 보다. 달팽이집 이고 가..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1.05.13
목포역에 닿으면 / 김은희 목포역에 닿으면 / 김은희 서울발 목포행 완행열차에 밥풀같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졸고 있다. 덜컹덜컹 달리는 열차 안 한 때는 수줍은 들국화마냥 풋풋했을 할머니들 마른 꽃잎처럼 바스락거리는 소리 "아따. 고놈이 목매달아 죽어부렀다 안허요잉"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내의 이력이 퍼석한 단풍..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1.05.13
[한겨레-김선주칼럼] 목숨을 걸고 … <1978년 여름, 이광웅(뒷줄우측)시인이 군산제일고 교사로 재직할 당시. 조성용(뒷줄중앙), 박정석(앉은사람)교사등 후일 '오송회 사건'에 연류될 이들과함께 고창 선운사에서... > 목숨을 걸고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1.05.06
행복을 향해가는 문 - 이해인 행복을 향해가는 문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1.04.27
긍정적인 밥 - 함민복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듯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다가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1.03.04
눈오는 날엔 - 서정윤 눈오는 날엔 ---------------------------서정윤 눈 오는 날에 아이들이 지나간 운동장에 서면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 눈들이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더러는 내 발에 밟히고 있다. 날으는 눈에 기대를 걸어보아도, 결국 어디에선가 한방울 눈물로서 누군가의 가슴에 인생의 허전함을 심어주겠지만 우리..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1.03.01
가정이란 나무 - 용혜원 가정이란 나무 - 용혜원 자식은 어머니의 꿈 자식은 가정이란 나무의 열매입니다 어린 새싹부터 잘 키워 어른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어 나가기까지 어머니는 모든 삶을 희생하며 자식을 키워냅니다 비가 쏟아져도 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몰아쳐도 떠나가지 않고 온 몸으로 막아내며 지켜줍니다 오늘..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