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엔 ---------------------------서정윤
눈 오는 날에 아이들이 지나간 운동장에 서면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 눈들이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더러는 내 발에 밟히고 있다. 날으는 눈에 기대를 걸어보아도, 결국 어디에선가 한방울 눈물로서 누군가의 가슴에 인생의 허전함을 심어주겠지만 우리들이 우리들의 외로움을 불편해 할 쯤이면 멀리서 반가운 친구라도 왔으면 좋겠다. 날개라도, 눈처럼 연약한 날개라도 가지고 태어났었다면 우연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을 위해 녹아지며 날아보리라만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것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조차 한갓 인간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눈물로 알게 되리라.
어디 다른 길이 보일지라도 스스로의 표정을 고집함은 그리 오래지 않을 나의 삶을 보다 <나>답게 살고 싶음이고 마지막에 한번쯤 돌아보고 싶음이다.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그 누구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나에게 <나>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만큼 그도 나를 아쉬워할 것이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보지 않으며 살아야 하고 분노하여야 할 곳에서는 눈물로 흥분하여야겠지만 나조차 용서할 수 없는 알량한 양면성이 더욱 비참해진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나>조차 허상일 수 있고 눈물로 녹아 없어질 수 있는 진실일 수 있다.
누구나 쓰고 있는 자신의 탈을 깨뜨릴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아 갈 즈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 뿐이다. 하늘 가득 흩어지는 얼굴.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마지막을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용기와 웃으며 이길 수 있는 가슴 아픔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 눈오는 날엔. 헤어짐도 만남처럼 가상이라면 내 속의 그 누구라도 불러보고 싶다.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눈이 그치면, 눈이 그치면 만나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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