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각 / 김은희
햇살도 지쳐 누운 비탈진 길 허리가 90도로 꺾인 할머니 납작하게 눕힌 종이 박스를 차곡차곡 수직으로 쌓아올리고 뉘엿뉘엿 힘겹게 올라가신다.
보이는 건 아스팔트 하늘 본지 언제던가 부피보다 값없는 박스 녀석들 직각으로 휜 허리 끝내 수평으로 짓누르려나 보다.
달팽이집 이고 가는 달팽이 박스를 지고 가는 할머니 실속 없이 무거운 달팽이집이라도 없으면 저 집어삼킬 듯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말라비틀어져 수평으로 달라붙고 말겠지.
헉헉대는 쭈글쭈글한 목덜미 굵은 골을 타고 조르르 굴러 떨어져 누런 박스 위에 얼룩지는 땀방울 독한 인생만큼 짜디 짠 소금기에 아, 눈이 쓰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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