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직각 / 김은희

풍월 사선암 2011. 5. 13. 15:07

 

직각 / 김은희

 

햇살도 지쳐 누운 비탈진 길

허리가 90도로 꺾인 할머니

납작하게 눕힌 종이 박스를

차곡차곡 수직으로 쌓아올리고

뉘엿뉘엿 힘겹게 올라가신다.

 

보이는 건 아스팔트

하늘 본지 언제던가

부피보다 값없는 박스 녀석들

직각으로 휜 허리

끝내 수평으로 짓누르려나 보다.

 

달팽이집 이고 가는 달팽이

박스를 지고 가는 할머니

실속 없이 무거운 달팽이집이라도 없으면

저 집어삼킬 듯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말라비틀어져 수평으로 달라붙고 말겠지.

 

헉헉대는 쭈글쭈글한 목덜미

굵은 골을 타고 조르르 굴러 떨어져

누런 박스 위에 얼룩지는 땀방울

독한 인생만큼 짜디 짠 소금기에

, 눈이 쓰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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