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 2428

[진중권의 오디세이]‘죽고 살기 식’ 게임이 되는 순간, 정치는 사라진다

진중권의 트루스 오디세이 ‘죽고 살기 식’ 게임이 되는 순간, 정치는 사라진다 입력 2020.06.11 04:30 게임이 된 정치 “아티스 왕의 치세에 리디아 전역에 기근이 들었다. 리디아인들은 한동안 이 고통을 이겨내려 했지만 여의치 않음을 깨닫고, 이 악의 치유책을 찾기 시작한다. 주사위, 허클본, 공놀이 등 여러 사람이 여러 방편을 고안해냈다. 기근에 대항해 그들이 취한 계획은 하루는 완전히 게임에 몰두해 식욕을 잊어버리고, 이튿날은 식사는 하되 게임은 삼가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18년을 버텼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오는 얘기다. ◇놀이하는 인간 “우리의 문명은 놀이 속에서 탄생하여, 놀이로서 전개됐다.” 요한 하위징아의 말이다. 그에 의하면 철학은 원래 지혜를 겨루는 현자들의 수..

불륜이 발생하는 이유는 배우자에게… 정말?

"불륜이 발생하는 이유는 배우자에게…" 정말? ‘우리도 사랑이었을까’. 많은 부부가 살면서 고민한다. 낭만과 사랑은 시든 채 일상의 삶만 남은 부부는 결혼 생활의 탈출구로 이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만여 쌍이 이혼했다. 201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가 한국이다. 그러나 이들 이혼 부부 대부분은 제대로 된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갈라서는 게 현실이다. 부부 갈등 ‘이마고 치료법’ 창시자 핸드릭스 박사 이혼과 결혼의 갈림길에 선 한국의 부부들을 돕기 위해 미국의 하빌 핸드릭스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부부 관계를 30년 이상 연구해온 그는 ‘이마고(IMAGO) 치료법’이란 그만의 부부간 갈등 해법을 내놓아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그에 따르면 부부..

언제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요?

언제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요? 소설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우루과이에 거주하고 있는 헤랄드 아코스타는 자신이 일하는 공장에 출근했으나 신분증 기한 만료로 작업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던 그는 더위를 피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고, 관용차 한 대가 그를 태워줬다. 차 안에 들어선 헤랄드는 깜짝 놀라고 만다. 운전석에는 호세 무히카(Jose Alberto Mujica Cordano) 우루과이 대통령이, 조수석에는 부인인 루시아 토폴란스키 상원의원이 있었다. 헤랄드는 그때 상황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대통령이 나를 차에 태워줬다. 그리고 상황을 설명하니 집까지 데려다 주셨다. 이 사실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대통령 부부는 매우 친절했다. 그날 하루 동안 비록 일하지는 못..

본(本)과 말(末)을 뒤집는 사람들

본(本)과 말(末)을 뒤집는 사람들 정도언 정신분석학자 서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 입력 2020-06-03 03:00 정신분석을 간단하게 정의한다면? 정신(마음)의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정신이 중요할까요, 분석이 중요할까요? 정신이 본(本)이고 분석이 말(末)입니다. 정신이 근본이고 분석은 지엽(枝葉)입니다. 정신분석의 이름을 걸고 본과 말을 뒤집고, 근본과 지엽을 뒤바꾸면 정신분석이 아닙니다. 상투적인 질문과 해석으로 마음을 헤집어 놓으면 분석이 아니고 분열입니다. 분석은 마음을 조각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조각난 것들을 연결, 봉합하기 위한 것입니다. 인권운동의 본과 말은 무엇일까요? 인권인가요, 운동인가요? 운동이 인권을 뒤집으면 이미 인권운동이 아닙니다. 분석의 이름으로 정신을 뒤집어버린 사람이 ..

대답하는 者 과거에 갇히고, 질문하는 者 미래로 열린다

대답하는 者 과거에 갇히고, 질문하는 者 미래로 열린다 조선일보 입력 2020.06.03 03:12 끼리끼리 모여 자신을 가두고 독립적 사유 못하는 小人들 최진석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 공자가 남긴 말 가운데 군자는 특정한 그릇에 제한되는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는 '군자불기(君子不器)'가 있다. 특정한 그릇에 갇히면 군자가 아니다. 군자라고도 불리는 수준 높은 사람은 모든 일에 통하는 근본을 지키지 제한된 범위에서 움직이는 기능에 빠지지 않는다. '논어'의 바로 이어지는 문장에 의하면, 군자는 '주이불비(周而不比)'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근본을 지켜서 널리 통하기 때문에 태도는 넓고 매우 공적이다. 반대로 소인은 '비이부주(比而不周)'한다. 기능적으로 같은 주장을 공유하는 자..

이재명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내 정치의 동력…시스템 뜯어고치고 싶다”

이재명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내 정치의 동력…시스템 뜯어고치고 싶다” 입력 : 2020.06.04 06:00 수정 : 2020.06.04 09:12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정치인은 단연 이재명 경기도지사(57)다. 감염병에 대한 발 빠른 대처로 지지율이 수직 상승중이다. 3일 발표된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의 범진보진영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18%의 지지율로 이낙연 의원(30%)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 1월 조사 대비 이 의원은 4%p 하락한 반면, 이 지사는 10%p 상승했다. 그의 대표적 정책으로 포퓰리즘 논란을 빚었던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대중과 정치권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지금은 보수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지난 1일 수..

[진중권의 오디세이] 민주당이 윤미향을 내치지 못하는 이유

[진중권의 트루스 오디세이] 민주당이 윤미향을 내치지 못하는 이유 입력 2020.06.04 04:30 오인으로서 정체성 왜 그냥 흘려 보내지를 못할까. 조국도 그렇고, 윤미향도 그렇고, 한명숙의 경우에는 아예 확정된 대법원 판결까지 뒤집으려 한다. 언제 이런 적이 있었던가. 왜 그럴까. 대통령 특유의 ‘내 식구 철학’, 운동권 출신 참모들의 ‘혁명적 의리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당정청과 지지층이 한 몸이 되어 보여주는 저 집단적 강박을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다. 그 집착에는 뭔가 다른 원인이 있음에 틀림없다. ◇거울단계 라캉의 ‘거울 단계’ 이론이 도움이 될까. 이 정신분석학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동물은 거울 속에 비친 영상을 자신으로 인지하지 못한단다. 다만 침팬지의 경우 자신을 알..

권세에 빌붙어 악행을 저지른 김자점을 도끼로 처형하였다

"권세에 빌붙어 악행을 저지른 김자점을 도끼로 처형하였다" 조선일보 입력 2020.06.02 03:13 [박종인의 땅의 歷史] 반정공신 김자점의 기똥찬 처세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하문은 창의문이라고도 한다. 창의문 문루에는 계해거의(癸亥擧義) 정사공신(靖社功臣)이라는 제목으로 공신 47명의 명단이 붙어 있다. 1623년 광해군을 쫓아낸 인조반정 공신들 명단이다. '썩은 세상 뒤집고 정의를 세우겠다고 나선' 자들이다. 원래는 53명인데 6명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름이 사라지고 없다. 6명의 이름은 김자점, 심기원, 이흥립, 이괄, 김경징과 심기성이다. 왜 사라졌나? 알아본다. 특히 김자점, 일개 유생에서 영의정까지 올랐다가 '도끼로 목과 허리가 토막 나 죽은' 사내 이야기. 영조의 기우제와 창의문 서기 1..

폼프리포사가 되는 한국인

폼프리포사가 되는 한국인 동화(童話)작가 폼프리포사는 복지 서비스의 보호를 받고 걱정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날로 국가의 공공복지 서비스의 범위가 넓어져 가고, 넓어져 가면서 세(稅)수입이 필요하게 되니까 세금 부담이 점점 무거워져 갑니다. 작가 폼프리포사가 쓰는 작품 수입의 절반이 세금으로 나가자 글을 쓸 의욕이 점점 쇠퇴해 가는데, 게다가 누진 소득세율까지 적용돼 수입의 1백2 퍼센트를 세금으로 뜯기게 됩니다. “이런 나라는 열심히 소설을 써서는 안 되는 나라”라는 절망으로 그는 글 쓰는 걸 그만두고 생활보호금만을 받고 삽니다. 식물(植物)처럼 사는 인간이 된 것이죠. 어느 날 자기의 장례(葬禮)를 위해 아껴두었던 5천 크로네마저 세금으로 거둬가자, 그는 호주머니에 남은 돈을 털어 쇠망치 하나를..

왜들 이러십니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왜들 이러십니까 등록 2020.06.02 21:50 이용수 할머니가 광복 후 고향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딸을 못 알아봤습니다. 열일곱 살 딸의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사람이냐 귀신이냐" 묻고는 그대로 실신했습니다. 딸은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49년이 지나서야 부모님 묘소에서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하얀 치마저고리를 차려입은 할머니는 한없이 통곡하다 부모님께 이렇게 고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우리 대한의 형제자매가 한을 풀어줍니다.” 하지만 한풀이는 오랜 세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지금의 집권 주체와 지지세력이 할머니를 떠받들었고 그 앞줄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2017년 대선 전날 대구 유세 연단에 모셔 이렇게 끌어안았고, 아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