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暴雪) - 오탁번 (낭송 이인철) 폭설(暴雪) - 詩 오탁번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9.19
가족 - 용혜원 가족 - 용혜원 하늘 아래 행복한 곳은 나의 사랑 나의 아이들이 있는 곳 입니다. 한 가슴에 안고 온 천지를 돌며 춤추어도 좋을 나의 아이들. 이토록 살아보아도 살기 어려운 세상을 평생을 이루어야 할 꿈이라도 깨어 사랑을 주겠습니다. 어설픈 애비의 모습이 싫어 커다란 목소리로 말하..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9.18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 / 이남일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 / 이남일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 우리 지난날의 슬픈 눈물 보이지 말자. 이제껏 걸어온 길도 돌아보지 말고 결코 부끄럽지 않은 모래 위 발자국과 눈물에 젖어 기도하던 기억도 지우자. 손에 잡힐 듯 멀어져 간 그 바닷가 파도의 핏발 선 욕망의 늪에서 벗어나자. 담담하게 아침..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9.17
가을이 오면 그대에게 가렵니다 - 정일근 가을이 오면 그대에게 가렵니다 정일근 가을이 오면 기차를 타고 그대에게 가렵니다 낡고 오래된 기차를 타고 천천히 그러나 잎속에 스미는 가을의 향기처럼 연연하게 그대에게 가렵니다 차창으로 무심한 세상은 다가왔다 사라지고 그 간이역에 누구 한 사람 나와 기다려 주지 않는다해도 기차 표 손..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9.03
살아 있기 때문에 - 이정하 살아 있기 때문에 - 이정하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 살아 있음의 특권이었네. 살아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 살아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 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 간절히 소망했던 내일. 지금 내가 비록 힘겹고 쓸쓸해도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9.01
바람 속을 걷는 방법 / 이정하 바람 속을 걷는 방법 / 이정하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9.01
8월 / 이외수 8월 / 이외수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9.01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 / 용혜원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 / 용혜원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에 나이가 들어간다 뒤돌아보면 아쉬움만 남고 앞을 바라보면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인생을 알만 하고 인생을 느낄만 하고 인생을 바라볼 수 있을만 하니 이마엔 주름이 깊게 새겨져 있다 한 조각 한 조각 모자이크 한 듯한 삶 어떻게 맞..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8.29
내 마음 문의 손잡이 - 박선희 내 마음 문의 손잡이 - 박선희 오늘 아침 당신은 마음속에 어떤 것을 품고 있나요 아름답게 노래하는 새들이 깃들만한 푸른 가지를 무성하게 품고 있는지.. 우리의 마음 문을 여는 손잡이는 안쪽에 있어서 누구도 우리 마음을 함부로 열 수 없답니다. 내가 열지 않는 한 밝은 곳을 향하여 아름다운 곳을..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8.29
어느 노인의 고백 / 이해인 어느 노인의 고백 / 이해인 하루 종일 청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노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