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바람 속을 걷는 방법 / 이정하

풍월 사선암 2008. 9. 1. 08:12

 

 

바람 속을 걷는 방법 / 이정하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잊었다 생각했다가도

밤이면 속절없이 돋아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 근의 무게로 압박해 오는 그대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가두고 풀어 주는

내 마음 감옥을 아시는지요.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하는 지.

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그것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지만

밤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그것들을

차례차례 재현해 봅니다.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하나 맞이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국 같은 것.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