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어느 노인의 고백 / 이해인

풍월 사선암 2008. 8. 28. 16:54

 

어느 노인의 고백 / 이해인


하루 종일 청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노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가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참 많지만

너무 조바심하거나 걱정하진 않기로 합니다


죽음의 침묵은 용서하고

용서받은 거라고 믿고 싶어요


고요하고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