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 / 이남일

풍월 사선암 2008. 9. 17. 18:47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 / 이남일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 우리

지난날의 슬픈 눈물 보이지 말자.


이제껏 걸어온 길도 돌아보지 말고

결코 부끄럽지 않은 모래 위 발자국과

눈물에 젖어 기도하던 기억도 지우자.


손에 잡힐 듯 멀어져 간 그 바닷가 파도의

핏발 선 욕망의 늪에서 벗어나자.


담담하게 아침을 보낸 그날처럼

곧 다가올 저녁 만찬을 위해

우리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과 손을 잡자.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 우리

함께 살아 온 날들의 아픈 사슬을 끊자.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냈던 날처럼

오랜 그리움의 그늘을 훌훌 털어 버리자.


지금 우리를 있게 한 소중한

지난날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다가오는 소박한 순간을 희망으로 맞자.


나무 끝에 닿지 않는 부끄러운 손을 거두고

아직 손에 든 뜨거운 욕망을 내려놓는

기쁨의 시간이 내게 있음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