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 - 기형도 엄마 걱정 기형도(1960~1989)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5.10.09
아기의 입 속에 우주가 숨어있다 - 김찬옥 아기의 입 속에 우주가 숨어있다 - 김찬옥 - 두 달된 아기가 옹알이를 한다. 아기는 오-오 한자 밖에 모르지만 그 말은 어떤 무성한 말보다 위력이 세다 입 속에 세상 만물이 다 응집되어있다 고 작은 입을 통해 우주가 열리면 누구도 넘어가지 않고는 아기의 눈을 바라 볼 수가 없다 강철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5.07.15
詩人 천상병 생각 “저승 가는데도 돈이 든다면, 나는 여비가 없어서 저승에도 못 가나” 詩人 천상병 생각 “저승 가는데도 돈이 든다면, 나는 여비가 없어서 저승에도 못 가나” - 김동길 - 오늘 아침 문득 시인 천상병 생각이 났습니다.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어지간히 친하게 지냈습니다. 나는 그가 어쩌다 ‘동백림 간첩 사건’에 걸려들어 여러 해 감옥신세도 져..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5.06.11
2015' 현충일 - 옥토(沃土),영웅의 노래 현충일(顯忠日) 6월 6일이며,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행사를 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데에는 상당한 전란을 거치게 되어 있고, 모든 국가는 그 전란에서 희생된 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5.06.06
푸른 오월 - 노천명 푸른 오월 - 노천명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5.05.05
기도와 노동이라는 차 - 몽테뉴 기도와 노동이라는 차 기도는 하늘에서 축복을 받고, 노동은 땅에서 축복을 파낸다. 기도는 하늘의 차, 노동은 땅의 차, 이 둘은 당신의 집에 행복을 실어다 준다. - 몽테뉴 - 땀 흘려 일한 자는 노동의 가치를 알고 그 기쁨을 받으니 어찌 노동의 대가로 받은 휴식이 달콤하지 않겠습니다.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5.04.28
참회 - 정호승 참회(懺悔) - 鄭浩承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 한그루 심은 적 없으니 죽어 새가 되어도 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에 물 한 한번 준 적 없으니 죽어 흙이 되어도 나무 뿌리에 가닿아 잠들지 못하리 나 어쩌면 나무 한그루 심지 않고 늙은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5.04.17
함민복, 마흔 번째 봄 2015 광화문 글판 봄편 : 함민복, <마흔 번째 봄> 함민복, <마흔 번째 봄>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 보았으면 2015년 3월, 천지에 봄기운이 약동하기 시작하는 따사로운 봄날에 광화문글판이 새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이번 <봄편>은 자연을 노..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5.04.03
자화상(自畵像) - 서정주 <Pearl Harbor - Tennessee (Piano Cover) Simon Egholm> 자화상(自畵像) -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