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아기의 입 속에 우주가 숨어있다 - 김찬옥

풍월 사선암 2015. 7. 15. 23:39

 

아기의 입 속에 우주가 숨어있다

 

- 김찬옥 -

 

두 달된 아기가 옹알이를 한다.

 

아기는 오-오 한자 밖에 모르지만

그 말은 어떤 무성한 말보다 위력이 세다

 

입 속에 세상 만물이 다 응집되어있다

 

고 작은 입을 통해 우주가 열리면

누구도 넘어가지 않고는 아기의 눈을 바라 볼 수가 없다

 

강철 같은 할아버지가, 심술 난 할머니가 끔뻑 넘어가고

창 밖 벚나무도 꿈쩍 놀라 억겁의 눈을 떴나보다

 

고목이 되어버린 벚나무 가지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승천할 기세다

 

아기의 단조로운 모음 하나로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 걸린 입들이

창 밖에 핀 벚꽃보다 더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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