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 오규원 가을이 왔다 - 오규원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8.10.03
10월 - 오세영 10월 -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8.10.03
오늘 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 - 안도현 오늘 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 - 안도현 우리가 바라보지 않으면 별은 빛나지 않는다네 오늘 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는 사랑이여, 내가 오래오래 그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라네 그대와 나 사이에 가로놓인 그리움의 거리만큼 아득한 곳에서 오늘 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는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8.09.26
내 실수로 겪은 일이란 - 나희덕「종점 하나 전」 내 실수로 겪은 일이란 - 나희덕「종점 하나 전」 ◀나희덕(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지금부터 살펴볼 내 실수로 겪은 일(사건)이란 대개는 내가 원인자이고 그로 하여 내가 겪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술을 진탕 먹고 정신을 잃어서 겪게 되었던 일이나 차를 타고 졸다가 정류장을 지나..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8.09.22
나는 들었다 - 척 로퍼 나는 들었다 - 척 로퍼 나무가 하는 말을 들었다. 우뚝 서서 세상에 몸을 맡겨라. 너그럽고 굽힐 줄 알아라. 하늘이 하는 말을 들었다. 마음을 열어라. 경계와 담장을 허물고 날아보라. 태양이 하는 말을 들었다. 다른 이들을 돌보아라. 너의 따스함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라. 냇물이 하는 말..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8.09.22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그림 : 이수동<더 높은 구름>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8.09.20
가을 노래 ㅡ 이해인 가을 노래 ㅡ 이해인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을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8.09.12
9월이 오면 - 안도현 9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물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8.09.10
갈대 - 신경림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