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풀’ ▲ 일러스트=권신아 김수영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5.28
박두진 '해' ▲ 일러스트= 잠산 '해' 하면 떠오르는 시, 그것도 '새해' 하면 떠오르는 시, 현대시에서 드물게 희망으로 충만한 시,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서 읽게 되는 시가 바로 박두진의 '해'이다. 1946년에 발표된 이 '해'가, 해방을 염원하던 해든 해방의 기쁨을 담은 해든, 솟지 않는 해를 향한 촉구든 솟고 있는 해..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5.28
당신 나 만나서 행복했나요 -양애희 당신 나 만나서 행복했나요 뿌리의 인연으로 만나, 줄기의 만남으로 운명을 맺고 꽃으로 피어난 사람아. 꽃잎처럼 별처럼 하늘로 적셔오는 당신 나 만나서 행복 했나요. 꽃에서 꽃으로 풀에서 풀로 생(生)앞에 서면 불꽃처럼 피어 오르는 내 안의 목숨과도 같은 당신 나 만나서 행복 했나요. 가슴 바다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5.27
연 인 - 이기호 연 인 서당/이기호 마음의 문 열어두고 그 깊은 구석구석 비출 때 조그마한 씨앗 내 마음의 문 속에 행복한 꿈나무 되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그것을 인정하여 주는 당신의 마음과 하나가 된 듯합니다 손을 내밀어 따스한 마음을 확인하고는 난생 처음 희..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5.24
바람 부는 날의 풀/류시화 바람 부는 날의 풀/류시화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5.18
고향의 봄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은 1926년에 방정환이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5.12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5.07
용서를 위한 기도 - 이해인 용서를 위한 기도 / 이해인 그 누구를 그 무엇을 용서하고 용서받기 어려울 때마다 십자가 위의 당신을 바라봅니다 가장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이유 없는 모욕과 멸시를 받고도 피 흘리는 십자가의 침묵으로 모든 이를 용서하신 주님 용서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용서는 구원이라고 오늘도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3.26
세월은 아름다워 / 유안진 세월은 아름다워 / 유안진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웠다고 비로소 가만가만 끄덕이고 싶습니다 황금저택에... 명예의 꽃다발로 둘러싸여야만이 아름다운 삶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길지도 짧지도 않았으나 걸어온 길에는 그립게 찍혀진 발자국들도 소중하고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 주는 사람과 얘기거..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3.26
가장 아름다운 순간 - 배찬희 가장 아름다운 순간 - 배찬희 물은 자신을 낮출 때 가장 아름다우며 불은 그 끝을 두려워 않고 타오를 때 가장 아름답고 꽃은 이별할 것을 알고도 황홀하게 눈 맞출 때 가장 아름다우리라. 그렇다면 사람은 어느 순간이 가장 아름다울까? 물처럼 자신을 가장 낮추면서 불처럼 맹렬히 타오르면서 꽃처럼..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