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裸木) - 류준식 나목(裸木) - 류준식 상사몽이 깊었나, 화풍병이 도졌나, 치렁한 수줍음마저 벗어던진 자태인데 눈 뜨고 어찌 볼거나, 벌거벗은 저 여인. 눈총이 땡볕보다 더 따가운 가을에 알몸으로 네거리를 어찌자고 활보하나 덧난 정 서릿발로 서설한풍을 껴안네. 땡볕에도 장옷으로 버선 끝을 차더.. 행복의 정원/애송시 2010.09.14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 류준식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류준식 당신의 젖꼭지 물고 있노라면 부러울 게 더 없고 젖무덤에 눈 가리고 옹알대며 눈 맞춤 할 때 발끝까지 쓸어 주시던 젖 때 묻은 손길에 ‘사르르’ 잠들던 젖동이. 내 어린 시절 엄마 손이 약손이라 윗배 아랫배 지그시 눌러 주실 때 아픔은 거짓처럼 사라져 간지러움에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10.22
늙음은 죄인가? 늙음은 죄인가? 지하철에서 젊은 여자 앞에 섰다가 봉변을 당한 노인의 모습이 가끔씩 떠오른다. “할아버지, 왜 제 앞에 서 계셔요. 경로석 있잖아요.” 본의 아닌 처신이 젊은 여자에게 불편을 준 것이다. 한마디 대꾸 없이 얼핏 돌아서는 노인의 뒷모습이 나를 슬프게 한다. 무심코 밀려가다 머문 곳.. 행복의 정원/생활글 2008.10.05
아리의 눈물 - 류준식 아리의 눈물 - 류준식 남들 다 가는 장가를 바빠서 못가겠다는 아들놈이 개 한 마리를 불쑥 안고 왔다. 순백에 까만 눈동자를 가진 귀여운 강아지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정체는 말티즈였다. 예명은 메아리. 그러니까 성은 메가고 이름은 아리인 게다. 외로울까봐 친구가 줬는데 잦은 출장으로 독방지기.. 행복의 정원/생활글 2008.09.30
인생 - 류준식 인생 - 류준식 나이테 한 켜 한 켜 덧칠한 세월였다. 거친 숨 잔 숨결로 일렁인 옹이 몇 개 한 절인 인고의 삶이 점 하나 찍고 간다. 못내 울기도하다. 더러 웃기도하다. 소리소리 지르더니 솟구쳐 오르더니 맴돌다 떠나 가버린 어느 해의 바람 같다. 땀 한 줄기 피 한 줄기 새끼 꼬아 늘인 ..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9.29
영원한 길벗 / 류준식 영원한 길벗 / 류준식 나는 화성에서 당신은 금성에서 시샘 받게 피운 꿈. 얼떨결 입찬 생무지에 잡힘되어 자빡대지 못하고 따라나선 당신. 한 몸에 두 다리 연원한 나의 길벗. 인고의 세월, 피 묻은 십자가. 함께 가자, 함께 매자, 잡아준 손길 하나님 뜻이지만 골고다 언덕길 고빗사위 기.. 행복의 정원/애송시 200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