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 류준식

풍월 사선암 2008. 10. 22. 06:52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류준식


당신의 젖꼭지 물고 있노라면

부러울 게 더 없고

젖무덤에 눈 가리고

옹알대며 눈 맞춤 할 때

발끝까지 쓸어 주시던

젖 때 묻은 손길에

‘사르르’ 잠들던 젖동이.

내 어린 시절

 


엄마 손이 약손이라

윗배 아랫배 지그시 눌러 주실 때

아픔은 거짓처럼 사라져

간지러움에 배꼽을 움켜잡고

‘다 나았다.’ 배통 치며

맨발로 내뺐던 개구쟁이

내 어린 시절

 


치마꼬리 잡고 나서면

텃밭머리 둘러앉아 보리 민댕이

시커먼 두 손 비비고 ‘호호’불어

한 입에 ‘톡’ 털어 넣어 주실 때

코끝에 숯검정이 시커멓게 묻었어도

그 맛이 좋아라. 폴짝폴짝 뛰었던

꿈 많은 시골뜨기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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