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의 쉼터/MBC사우회

김재철 MBC 사장 해임… 표결 5대4로 통과

풍월 사선암 2013. 3. 27. 08:02

김재철 MBC 사장 해임표결 54로 통과

 

여당 측 이사 2명도 찬성임원 선임권 침해사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김재철 MBC 사장(60)을 해임했다.

 

방문진은 26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표결을 통해 김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20102월 선임돼 한 차례 연임된 김 사장은 임기 중 네 번째 제출된 해임안에 막혀 31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방문진이 MBC 사장을 해임한 것은 1988년 방문진 설립 후 처음이다.

 

김 사장 해임안 표결에서는 전체 이사 9명 중 과반인 5명이 찬성했고 4명이 반대했다. 김 사장 경질을 요구했던 야당 추천 이사 3명에 여당 추천 이사 2명이 김 사장 해임에 동의한 것이다. 김 사장의 방어막역할을 해 온 여당 이사들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지난 22일 밤 김 사장이 방문진과 사전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측근들을 계열사·관계사 임원으로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MBC 사장이 26일 자신의 해임안이 상정된 방송문화진흥회 임시이사회에 무거운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방문진은 결의안을 통해 방문진의 MBC 임원 선임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MBC 이사회 구성 및 운영제도 위반과 공적 책임 방기,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에 대한 성실의무 위반, 대표이사 직위를 이용한 MBC 공적 지배구조 훼손 등을 해임 사유로 들었다. MBC 노조는 성명을 통해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을 환영한다방문진은 김 사장 해임을 계기로 MBC를 정상화시키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차기 사장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조만간 MBC 지분 30%를 보유한 정수장학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해임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방문진이 전체 지분의 70%를 보유한 대주주이기 때문에 주총에서 해임안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 주총에서 해임안이 통과되면 김 사장의 법적 지위는 공식적으로 박탈된다.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은 후속 조치와 2012년도 MBC 결산을 논의하기 위해 29일 임시이사회를 열기로 했다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철, 고개 숙이며 잘못했다기회달라

 

이사회 참석해 소명에 열 올려

 

잘못을 인정한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다시는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

 

김재철 MBC 사장은 26일 일본 출장을 취소하고 아침부터 자신의 해임안이 상정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해 소명에 열을 올렸다. 전례없이 모두 제 잘못이라며 한껏 몸을 낮췄지만 돌아선 이사들의 마음을 잡는 데는 실패했다.

 

이사회는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와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가 김 사장 해임 안건을 제안하면서 처음부터 긴장이 흘렀다. 업무보고 거부와 이사회 출석요구 불응, 정수장학회 보유지분 매각 논의 등이 차례로 적시됐다. MBC의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 권한을 김 사장이 무시한 사안들이다. 이사들은 추천 정당에 관계없이 지난 22일 방문진과의 사전협의 없이 김 사장이 계열사 임원 인사를 독단적으로 발표한 것을 집중 질타했다.

 

김 사장은 1시간가량 진행된 소명 절차를 통해 방문진의 MBC 관리지침과 절차를 위반한 점 인정한다. (내가) 잘못했다다시 기회를 주시면 방문진과 협의해 절차를 지켜 인사를 새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위임받은 방문진의 권한에 대해 사장으로서 도리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모두 제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김 사장은 소명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이사들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에선 해임안 논의가 시작된 지난 23일부터 끝까지 구명 로비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임안이 발의된 지난 주말부터 몇 명의 이사들에게 구명운동을 했느냐는 지적에 김 사장은 일부 이사들과 전화통화를 몇 번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진 찬반토론에서 여당 추천 박천일 이사는 본인이 잘못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니 해임 사유가 해소됐다고 본다. 기회를 주자고 발언했다. 이에 김충일(여당권미혁(야당) 이사는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김 사장 해임을) 더 이상 미룬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공영방송과 방문진의 위상 문제도 걸려 있다고 맞섰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표결은 팽팽했다. 9명 이사 전원이 참여한 투표 결과는 4 4까지 갔다가 마지막 표가 찬성표로 확인되면서 해임이 결정됐다. 야당 이사 3명과 줄곧 해임 입장이 단호했던 여당 추천 김용철 이사 외에 여당 쪽 1명이 더 가세한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하차한 김재철인사전횡·장기 파업 임기 내내 시끌

 

정권 비판 프로그램 무력화 시도 등 MBC 사장 3년 동안 각종 논란 일으켜

 

김재철 MBC 사장이 26일 고개를 떨궜다. 3년간 네 번의 크고 작은 파업과 세 차례의 해임 공방에도 오불관언하며 MBC의 갈등을 극단으로 몰아갔던 그였다. 길었던 불통의 끝을 불명예스러운 중도퇴진으로 마친 것이다.

 

김 사장은 청주MBC 사장으로 있던 20102MBC 사장에 발탁됐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임원진 교체에 항의해 자진사퇴한 엄기영 사장의 후임으로 뽑을 때부터 그는 정치 바람을 탔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랜 친근 관계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낙하산시비와 방송 장악 논란 속에 김 사장은 출근 첫날부터 노조가 막아 집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김 사장은 취임 한 달 만에 김우룡 당시 방문진 이사장이 언론인터뷰에서 한 큰집 조인트발언의 당사자로 거론돼 설전에 휘말렸다. 청와대 등 권력층의 MBC 인사개입 논란을 부른 것이다. 김 사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 이사장의 발언을 전면 부인했지만 문제를 지적한 사람들에게 민형사상 고소를 하겠다던 약속을 뒤집으며 의혹을 키웠다.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축소·폐지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비판 기능을 축소시켰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MBC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의 불방 결정과 아이템 내부검열, 제작진 전보조치를 통한 프로그램 무력화 시도가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후 플러스‘W’ 등 각종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했고 라디오방송 진행자인 김미화씨를 자진사퇴 형식으로 사실상 퇴출시켰다. 입맛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이나 출연자를 찍어냈다는 시비가 이어졌다.

 

잦은 구설에 오르며 자질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초 MBC 노조는 김 사장이 2년 임기 동안 7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법인카드로 유용했다며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무용가 씨와 아파트를 공동 구입하며 특혜지원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에는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의 지분 매각 논의를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방문진 야당 이사들이 김 사장의 세 번째 해임안을 제출했지만 정치적 외압 시비 속에 부결됐다.

 

김 사장 재임 중에 MBC에서는 네 번의 파업이 벌어졌다. 김 사장은 매번 대량 징계와 고소·고발 등으로 강경 대응해 사내 갈등과 반목의 골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 사장 재임 중에 징계받은 직원은 해고자 8명을 포함해 2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170일간 지속된 사상 최장기 파업에 대해 김 사장은 195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파업 후 단행한 인사에서는 파업 참가자들을 직무와 무관한 부서로 대거 발령해 보복 인사논란이 일었다. 지난 21일 남부지법은 기자, PD, 아나운서 등 방송 제작에 관련된 노조원들을 미래전략실, 사회공헌실 등의 부서로 발령한 것은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김 사장의 인사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김 사장의 낙마를 부른 마지막 덫은 측근들을 계열사·관계사 임원에 기습적으로 배치한 지난 22일의 인사 파동이었다. ‘방문진의 역습을 자초한 것이다.

 

결국 김 사장은 임기 만료를 11개월 앞두고 방문진 25년 역사에 최초의 해임된 MBC 사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물러나게 됐다.

 

MBC, 공정성·시청률 회복 시급노사 화합도 큰 숙제

 

신임 사장 선출이 첫 고비

 

우여곡절 끝에 26일 김재철 사장이 해임된 MBC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재철 시대의 내홍과 상처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공영방송으로서 공정성 위기를 불식시키고, 뚝 떨어진 시청률도 회복해야 하며, 최악으로 치달은 노사관계와 파업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도 시급해졌다.

 

전문가들은 차기 사장의 임무로 공정성 회복을 가장 먼저 꼽았다. 김 사장 재임 중에 정권에 불리한 뉴스는 축소하고 성과는 부풀리는 정치적 편파보도 시비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뉴스데스크>에서 야권의 안철수 후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보도는 전문적 사안을 다루면서 외부전문가의 의견이나 평가도 없이 반론권을 무시한 채 의혹 제기위주로 방송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공정성·객관성 원칙을 위반했다며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사학비리 혐의자의 석방 소식을 전하며 전혀 관련없는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실루엣을 자료화면에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공정성 논란은 객관적 지표로도 확인된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한국언론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 사장 취임 첫해인 2010MBC는 공정성 4, 신뢰성 5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모두 순위를 매긴 8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주간지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언론 영향력 조사에서도 MBC2010년 신뢰도 1(28.4%)였지만 20113(24.9%), 20124(17.2%)로 밀렸다.

 

권미혁 방문진 이사는 한국에선 무료보편적 서비스로서 지상파 공영방송의 역할이 중요한데 김 사장 재임 기간에 MBC는 그 부분에서 많이 무너졌다차기 사장은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한 방송으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중 꼴찌로 추락한 시청률을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는 평균 시청률이 201111.1%에서 지난해 6%대로 거의 반토막까지 떨어졌다. MBC 관계자는 김 사장이 파업 참가자들을 방송 현장에서 제외시키는 보복성 인사를 강행하면서 프로그램 질이 더 떨어지고 시청률도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파업과 대량 징계의 악순환이 MBC를 할퀴고 간 후유증도 넓고 깊다. MBC 노조는 파업에 참가한 취재기자와 시사교양 PD의 절반가량인 80여명이 아직도 방송 제작과 무관한 부서에서 일하거나 해고·정직·교육발령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을 하루빨리 방송 현업으로 복귀시키지 않는 한 경쟁력 회복과 노사 갈등 봉합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 사태의 첫 고비는 후임 사장 선출이 될 공산이 커졌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새 사장이 첫번째 해야 할 일은 김 사장에 맞서 공영방송을 지키려다 해직당하거나 일터에서 쫓겨난 이들을 제자리로 복귀시키는 것이라며 부당한 인사조치의 원상회복 없이는 MBC 정상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문진은 29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장 공모를 위한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 공모는 지원자들이 제출한 경영계획서 등의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이사회 투표로 주주총회에 보낼 사장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향신문 김형규 기자 / 2013년 3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