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의 쉼터/MBC사우회

MBC, 勞營방송도 官營방송도 안 된다

풍월 사선암 2013. 3. 27. 21:50

 

[사설] MBC 사장은 勞使 극한 대립의 악순환 풀어가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26일 김재철 MBC 사장을 해임하기로 의결했다. MBC 사장이 해임되는 것은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 설립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방송문화진흥회는 "김 사장이 방문진과 협의 없이 계열사 임원 내정자를 발표해 방문진의 임원 선임권을 침해했다"고 해임 사유를 밝혔다.

 

김재철 사장이 재임한 지난 3MBC는 유례 드문 진통을 겪었다. 노조는 김 사장이 '낙하산 사장'이라며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을 두 차례 209일이나 벌였다. 회사는 노조를 상대로 195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노조는 김 사장의 공금 유용 의혹 등을 주장하며 고소로 맞섰다. 그러는 사이 MBC 시청률은 곤두박질쳤다.

 

MBCKBS와 함께 양대(兩大)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공공 재산인 전파를 빌려 쓰는 만큼 정파적으로 한편에 서지 않는 불편부당(不偏不黨), 특정 이익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대변하는 공정성, 개인보다 사회적 공동선(共同善)을 지향하는 공익성을 목표로 삼는다. 가장 큰 임무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가적·사회적 정체성(正體性)을 확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공영방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이익에 앞장서는 '정권 방송'이라는 말을 들어 왔다. 군사정권 때는 물론이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은 아예 정권과 노조가 한 몸이 되는 '정로(政勞) 일체 방송'이 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정권의 좌편향 이념에 맞춰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공격하고 흔들었다. ·FTA 협상 과정에서는 광우병 공황(恐慌)을 불러일으키며 학생·주부를 거리로 불러내 시위를 선동하는 방송으로 나라를 마비시켰다.

 

노조는 정치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자기들 성향과 반대되는 정부가 들어서 사장이 바뀌면 인정하지 않고 결사 저항했고 새 사장은 노조와 전투를 벌이며 방송 내용을 또 다른 극단으로 몰고 가 공공성과 공익성이 흔들렸다. 김재철 사장 해임은 노사(勞使) 극한 대립의 악순환이 낳은 또 하나 비극적 결말이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우리 공영방송은 제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MBC 사장 해임은 난마처럼 엉킨 노사 대립의 실타래를 풀어 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신임 사장이 대차지 못하면 노조에 쥐여 노조 영합 쪽으로 기울고, 그 반대쪽 인사이면 또 한 번 편향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 신임 사장은 친여(親與친야(親野)를 떠나 공영방송의 핵심인 공정성에 대한 소신이 확실하고 MBC를 노조와 경영진의 전쟁터에서 벗어나도록 이끌 리더십을 지녀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 2013.03.27. 02:44

 

 

[사설]MBC, 勞營방송도 官營방송도 안 된다

 

MBC 김재철 사장이 어제 해임됐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김 사장이 방문진과 사전 협의 없이 계열사 임원 인사 내정자를 발표해 방문진의 임원 선임권을 침해했다는 등의 해임 사유를 밝혔다. 김 사장의 위반 사항이 1988년 방문진 설립 이후 첫 사장 해임 결정을 내릴 만큼 중대한지는 의문이 든다.

 

이보다는 야당 및 MBC 노동조합의 끈질긴 김 사장 퇴진 요구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기준으로 한 공공기관 인사 물갈이론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됐다. 이번 김 사장 해임안은 야당 측 방문진 이사 3명에 여당 측이 추천한 이사 2명이 가세해 5 4로 가결됐다. 김 사장의 해임 사유에 대한 방문진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다.

 

민주통합당은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노조의 장기 파업에 원인이 된 김 사장의 해임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성명을 냈다. 통합진보당도 “MBC가 국민의 방송으로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MBC의 위상을 결정적으로 추락시킨 것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와 관련해 왜곡 보도를 한 ‘PD수첩같은 프로그램이다. MBC2008년 촛불시위를 촉발할 만큼 국기(國基)를 뒤흔든 ‘PD수첩보도에 대해 자사 방송과 일간지에 사과했다.

 

MBC 노조는 지난해 1월부터 170일간 공정방송 구현과 낙하산 사장의 퇴진을 내걸고 장기 파업을 벌였지만 실제론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 투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방송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차기 사장을 물색할 것을 방문진에 요구했다. 그러나 노조 세력의 눈치를 보는 사장이 나올 경우 왜곡방송, 편파방송이 다시 등장할 소지가 있다.

 

MBC는 노조가 방송사 운영을 사실상 주도하는 노영(勞營)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사장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할 만하다. 김 사장은 보직간부조차 노조를 두려워했다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영방송은 사라져야 하지만 관영(官營)방송으로 가서도 안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과 코드 또는 국정철학을 공유한 사람이 사장에 임명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MBC 주식은 방문진이 70%, 정수장학회가 30%를 소유하고 있다. MBC 사장 인사 못지않게 정수장학회 지분 처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방송사 사장을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되지만 야당이나 MBC 노조 역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흔들어선 안 된다. 노영방송도, 관영방송도 공공성과는 상극이다.

 

[동아일보]입력 2013-03-27 03:00:00

 

 

[사설] 김재철 해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계기로

 

김재철보다는 김재철 이후가 더 중요하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어제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을 가결했다. 주주총회 의결 절차가 남았지만 해임은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다. 방문진의 사장 해임안 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김 사장은 2010년 사장 자리에 오른 이후 자질 시비, 노조와의 충돌, 방문진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방문진과 상의 없이 계열사 임원인사 내정자를 전격 발표한 게 해임안 상정의 직접적인 계기였다지만, 아무래도 지난 3년간의 파행으로 중첩된 김재철 피로감이 방문진의 여권 이사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 사장을 제물 삼아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나면 거대 지상파이자 명색이 공영방송인 MBC는 잘 굴러갈 것인가. 전혀 아니다. MBC의 파행에는 강성 노조의 책임이 크다. 오죽하면 노영(勞營)방송이란 말이 회자되겠는가. MBC 노조는 2010년 봄 천안함 폭침으로 온 국민이 비탄과 분노에 젖어있을 때에도 언론의 본분을 외면하고 파업을 벌였다. 작년 1월에도 파업을 시작해 무려 170일 동안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렸다. 습관성 파업이 계속되니 정치파업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KBS·MBC를 좌지우지하게끔 짜여진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MBC 사장 임명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하며, 여당 인사가 다수다. KBS 사장 임명제청권을 행사하는 KBS 이사들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구조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에 휘둘리기 쉬운 두 방송을 정치권력에서 떼어놓고, 동시에 노영방송의 폐해도 방지할 개선안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로 독립성·중립성 침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관련법을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야권도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인 만큼 이번에야말로 방송다운 방송 만들기에 힘을 모으기 바란다. 사장 자리가 빌 때마다 새 낙하산이 들어앉는 지금 제도로는 공영방송의 미래가 암담하다.

 

[중앙일보]입력 2013.03.27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