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뮤즈와 팜므파탈 - 신달자

풍월 사선암 2013. 4. 5. 10:07

 

뮤즈와 팜므파탈 - 신달자

 

12시에 남자가 전화를 하면

요부같이 꾸미고

여우같이 날쌔게 달려가고 싶다

 

가서 불꽃튀는 시선 하나로

남자의 몸에 불을 댕겨서

삐거덕 삐거덕 생의 관절을

꺾게 하고 싶다

 

데릴라 쟝 뒤발 양귀비 장희빈

그런 여자처럼 남자의 생의

문고리를 꽈악 잡고 뒤흔들면서

드디어 전 생애를 박살내고

처절한 죽음에 이르게 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뮤즈

해뜨는 아침의 창가로 다가서서

그의 겨드랑 은밀한 숲으로

입술을 오무려 후후후

예술의 뜨끈한 피를 수혈하고

 

남자의 온몸에 기어가는 푸른 심줄속으로

폭풍같은 활기를 쏟아붓고

신통력의 화살을 그의 가슴에 겨누어

주저앉은 정신의 지팡이를 벌떡 일으키는

뮤즈

뮤즈

 

나는 그의 발밑에 도는 숨쉬는 땅

머리위를 도는

별밭 하는

쳐진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올리는

부드러운 기적의 두 팔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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