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의 침묵 - 고훈식 / (낭송 : 고은하)
강가에 갈대 꽃피어 흔들린다.
햇살은 뜯긴 새털처럼 떠다니고
말없는 사나이의
흰 장갑을 바라보며 노를 저었다.
오늘도 귓속에서 엿이 녹는 소리가 났다.
흰 장갑이 유골 함에서 뼛가루를 꺼낸다.
갈대 꽃가루처럼
부서진 한숨처럼
가벼운 것들이 뿌려진다.
어느 사람의 흔적이
눈을 들어 먼 산을 쳐다보는 사나이와
닻을 내리는 나에게도 황혼은 덮쳐
출렁이는 강물이 피 빛으로 붉다
날이 저물고 달이 뜨면
빈 배 달그림자에 잠기고
주막집 술에 젖은 나는 허허 웃는 인생.
공부하기 싫은 너에게 - 고훈식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
그 대신 커서
공부 잘한 사람
심부름 하면서 살라
심부름이라도
열심히 해서
너보다 게으른 사람을
심부름 시키면서 살라.
돼지고기에 침흘리기 - 고훈식
윗 마을 과부집에서
돼지 잡고는
뒷다리 한쪽 삶았다면서
조와 팥 갈아준 삯도 받아가고
술도 한 잔 하러 오라는데
어찌 같이 가겠나?
난 아니 가겠네.
이가 아파서 고기는 씹지도 못하고
술도 삼키면 아니되니
위 아래 성한 그대만 가서
실컷 먹다 오시게나.
심술 부리며 엉뚱한 짓은 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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