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벗없는 노년·일없는 청년…5가구 중 1가구가‘나홀로 집에’

풍월 사선암 2012. 8. 29. 10:44

벗없는 노년·일없는 청년5가구 중 1가구가나홀로 집에

 

대한민국 인구 5000만 시대의 역설

급격히 늘어난 독거노인 120만명…/ 자녀들과 연락끊긴채 쓸쓸한 말년

청년실업도 독신가구 급증에 한몫 / 50대이혼 증가 가족해체현상 가속 / 국민부담 사회적비용 덩달아 급증

 

#1.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든 A 씨는 서울 마포구의 운전 용역업체에 소속돼 일하고 있다. 그가 한 달 내내 운전하고 손에 쥐는 월급은 124만원. 주말에 발레파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20여만원을 더 벌지만 그래봤자 수입액은 150만원에 불과하다. 이쯤되면 적어도 경제적으로 삶이 버거울 법하지만 그의 표정은 왠지 어둡지 않다. 그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이 정도 수입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60살까지만이라도 지금처럼 계속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2. 서울 홍은동에 거주하는 B(74) 씨는 요즘 부쩍 우울증이 심해졌다. 혼자 살면서 이곳저곳 아프지 않은 곳이 없지만, 이야기를 나눌 가족이 없어 마음이 더욱 아프다. 그는 두 아들이 있지만, 10년 넘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B 씨는 겨울이면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아들 목소리 한 번 듣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며 전화기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몸이 힘들다. 눈은 침침하다. 거동도 불편하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이 없다. 나 홀로다. 70세가 넘어서 홀로서기를 배워야 한다는 게 참 서글프다. 이제 편하고 싶고, 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내일 눈 뜨는 게 두렵다. 내일 다시 홀로다. 안훈 기자/rosedale@

 

인구 5000만명 시대 가족이 해체되며서 외롭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혼과 자살이 잇따르고 독신자와 독거노인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모습은 이미 일상 생활이 되어 버렸다. 인구는 늘어났지만, 이 많은 사람 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인구는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A 씨와 같이 자의든 타의든 독신자로 살아가는 1인 가구수는 400만가구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가 2000만가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홀로 집에 들어가 불을 켜야 하는 가구가 전체의 25%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이들 독신가구 중에 이혼남녀, 기러기 가정, 독거노인 및 독신자 등 순수한 솔로 인구는 15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에 이르기까지는 반세기가 조금 더 걸렸다. 지난 1948년 건국 당시 2000만명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인구가 2.5배 증가하는 데 64년 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하지만 가족 해체는 이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독거노인 증가 속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지난 2000544000명이었던 독거노인 수는 20101058000명으로 2배에 달했다. 올해는 1187000명으로 늘어났으며, 오는 2035년에는 343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 독거노인의 90% 이상은 3명 정도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자녀가 있지만, 연락이 끊긴 채 쓸쓸히 살아가고 있다. 가끔씩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시신이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독거노인들의 이야기다. 인구는 순증해 왔지만, 사회적 외로움은 더욱 빠르게 늘어온 셈이다.

 

사실 한평생 가족 해체의 원인은 숱하게 많다. 태어나자마자 가족과 헤어지는 아이들도 많다. 국내외로 입양되는 아동은 한 해 8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공식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되는 아동이 2500여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이보다 몇 배나 많은 비공식 입양이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청년 실업도 독신 가구를 늘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오는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763만명에 이를 전망으로 이들 중에는 청년 실업 등으로 독신으로 살아가는 가구도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년이 되어서는 이혼을 통해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이혼 건수는 114300건에 이른다. 이는 결혼한 100쌍당 약 1쌍이 이혼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50세 이상 연령의 이혼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부모와 자식이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가족 해체 현상은 단순한 외로움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을 사회 불만 세력으로 키우며 아이들을 범죄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자살의 길로 내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덩달아 사회적으로 치러야 할 비용도 증가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혼으로 인한 위자료, 자녀 양육비 등의 비용이 연간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노인 관련 정부 지출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노인 돌봄, 장기요양보험 등 노년층 서비스에 배정한 예산만 4조원에 육박한다. 이 모든 것이 인구 5000만명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인 셈이다.

 

2012-06-22 11:38 <박도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