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무엇이 한국을 정상으로?

풍월 사선암 2012. 8. 23. 11:12

 

무엇이 한국을 정상으로?

이시형

 

잘산다 못산다해도 우리는 정말 잘살게 되었습니다. 불평하지 맙시다. 여러분 저는 그 시대 사람이 다 그랬지만 4흘을 굶고 학교에 가니까 흑판에 글씨가 안보였습니다. 여러분들의 선배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우리는 세계인이 깜짝 놀랄만한 대단한 일을 해냈습니다. 정말 한강의 기적을 우리는 일궈냈습니다.

 

얼마 전에 헌팅턴이라는 유명한 문화론자가 있습니다. 이분의 90년대 저서를 우연히 펴보니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분도 여기저기 조사를 하다보니까 60년대 아프리카의 가나와 한국의 사정이 굉장히 비슷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구도 비슷하고 국토도 비슷하고 생산기술, 공산품 심지어 해외원조액까지도 굉장히 비슷했답니다.

 

우리나라 60년대 초반의 GNP60불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비슷했던 나라가 헌팅턴이 저서를 발표할 90년대 15배로 차이가 벌어졌다는 겁니다. 지금 가나는 700불 남짓합니다. 우리가 2만불이라면 거의 30배이상 발전을 했습니다.

 

헌팅턴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것은 바로 문화의 차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잘살아보자는 의욕이 넘치는 문화강국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가나에는 그런 문화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 문화의 부재가 오늘의 한국과 가나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어떤 문화가 한국을 정상으로 달리게 하고 있을까요?

 

제가 미국에 유학 갔던 시절이 60년 중반이었습니다만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다들 "What is korea?" 한국이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실제로 지도를 펴놓고 보면 한국이 어디 붙어있는지 잘 찾지도 못합니다. 우리는 우리나라니까 찾지만 외국 사람들은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참으로 작은 나라였습니다.

 

그런 나라가 어느 날 아시아의 용이 되고 88올림픽을 했을 때 정말 세계인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Who is korean?" 도대체 한국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냐? 여러분 최근에는 "What is korean?" 한국인종이 어떤 인종들이냐 이렇게 묻습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나라가 어느 날 해성처럼 우뚝 솟아있습니다. 세계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지금 세계가 우리를 우러러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우리는 항상 어수선하고 불만스럽고 대모도 많고 한국은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여러분들도 해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외국인이 보는 우리는 전혀 다릅니다. 오늘 현재로 한국을 배우러 오겠다고 찾아온 외국인이 130만명입니다. 한국을 배우러 온 사람들입니다. 놀랍게도 후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옵니다. 선진국에서는 300년이나 걸린 산업사회를 어떻게 한국은 불과 40년 만에 이런 기적을 일구고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을까? 이런 한국인들의 기적 같은 힘을 분석하러 연구하러 조사하러 옵니다.

 

여러분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제는 한국학파, 서울학파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불과 40년 만에 기적을 일군 주역들이 현재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가 지구상에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서울학파도 한국을 배우러 오는 외국 사람들을 위해 생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이 새롭게 발견하는 한국의 얼굴

 

서울~부산을 KTX로 왕복했습니다. 그런데 개찰구에서도, 차내에서도 표 검사를 않더군요. 내릴 때까지도 검사는 없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엄청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한 일본 친구가 던진 말이다. 변화된 한국에 감동했단다. 일본에서 주재원 생활을 오래 한 필자는 요즘 일본 친구의 서울 구경 시켜주기를 낙으로 삼는다. 그들이 느끼는 한국은 다양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기까지 하다.

 

또 다른 한 일본 친구가 서울을 돌아본 뒤 한국에는 일본이 따라가지 못하는 다섯가지가 있는데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인천공항, 부산신항만, 삼성전자, 한국 아줌마 파워, 한국 여성 골프를 꼽았다. 한국 아줌마의 힘은 사회를 움직일 만큼 크고, 여자 골프는 세계를 흔들고 있지 않느냐는 소리였다. 이제는 여자 축구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여성이야 말로 한국의 최강 상품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일본인들은 서울 거리에서 한국의 변화를 실감한다. 많은 이가 차량 경적 소리는 많이 줄어든 대신 외제차는 현저하게 늘었다는 데 주목했다. 65세부터 지하철 무료 승차카드를 발급하는 것을 보고 부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노령국가 일본에도 없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한국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대기업 중역인 한 친구는 한국인들의 말 속도가 10여 년 전에 비해 훨씬 빨라졌다

자신감의 표현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만난 휴대전화 중독자에도 신기해 했다.

 

그린(녹색) 서울에도 찬사를 보냈다. 잘 가꾸어지고 있는 남산의 존재는 서울을 살고싶은 동네로 만들고 있다는 감탄이다. 한 건축업 사업가는 남산 경관을 살리기 위해 외인아파트를 헐어냈다고 들었는데, 왜 지금 남산을 가리는 고층빌딩의 건축을 허가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지적이다.

 

영어열풍과 조기유학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기러기 아빠의 경제적 효율성을 따져보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했다. 일본인들은 반미(反美혐미(嫌美)하면서 자식들을 미국에 보내는 이중적 사회 분위기를 의아해 했다. 사회봉사 활동을 주목하는 친구도 있었다. 대학 교수 친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고위층의 도덕적 의무)를 본격 거론하고, 메세나(기업에 의한 예술·문화 후원활동)자원봉사 활동을 많이 볼 수 있다한국 사회가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만나는 일본인들이 오피니언 리더임을 감안할 때 그들의 찬사와 지적은 립 서비스일 수 있다. 그러나 까다로운 일본인이 보기에도 서울은 매력적인 도시로 변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한 일본 친구 충고는 되새겨 들을 만하다. 국제회의의 성공은 호텔·회의장 등 하드웨어에 달려 있는 게 아니다.” “시민의식·질서 등 소프트웨어가 성공의 열쇠다는 말이다.

 

정준명 전 삼성재팬 사장 (2010. 10. 1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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