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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오른팔 `솔직고백`"안 원장은 독도를…"

풍월 사선암 2012. 8. 24. 12:27

안철수 오른팔 `솔직고백`"안 원장은 독도를"

 

안철수 정책좌장 최상용 고대 명예교수를 만나다

"한일관계 단번에 못풀어냉철한 차선책 찾는게 국가 지도자"

 

인터뷰 / 한일관계와 정권교체기 외교정책 긴급점검

 

"차기 정권 외교정책은 남북관계 회복에서 출발해야 성과 기대"

"안철수 원장, 원칙과 현실 조화시키는 지도자로서 자질 출중해"

 

최상용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정치사상 연구의 석학이자 최고의 일본 전문가로 꼽힌다. 일흔의 나이에도 일본 세이케이대학에서 정의론과 평화사상, 중용의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단 위의 영원한 현역` 최상용 교수를 만나 정권교체기의 대일·대외정책, 북핵문제와 6자회담 전망, 국가 지도자의 덕목과 안철수 원장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한일관계가 최악의 국면이고 한중 관계도 좋지 않다. 대한민국에게 외교란 무엇인가?

 

외교는 바람직한 목표(원칙)와 구체적인 상황(현실)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 국익을 지키는 정치행위다. 또 전쟁을 막고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외교의 본질이다. 차기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조건을 최대한 확보하는 원칙은 지키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는 외교행위로 국익을 지켜야 한다. 냉철한 외교를 하려면 정부는 평소 국민의 단단한 지지를 얻고 소통과 설득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된 이유가 궁금하다.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는 대일관계에서 놀랄만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호의-기대-실망-분노`4단계였다. 한일관계는 대통령이나 정권차원의 결단, 분노의 표출 등을 통해 단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냉철한 정치적 판단, 무게 있는 국가지도자의 언행이 중요하다. 반일을 공개적으로 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 일본 국회에서 `일본은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본 국민과 정치권의 인정과 존경을 받았다. 분노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을 하는 정치적 무게감과 일관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대일외교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역대 대통령이 독도에 가지 않은 것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도 모두 고도의 정치적 판단 결과다.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영토주권과 역사문제에 대한 단호한 입장 표명이지만, 그 목적이 일본의 분쟁지역화 의도를 막는데 있었다면 전략적 실패다. 일왕에 대한 발언은 듣기엔 후련할지 모르나 타이밍이나 워딩이 적절치 않고 외교적 손실 또한 크다.

 

-한일 갈등의 핵심과 해법은 무엇인가?

 

독도문제, 역사교과서문제, 야스쿠니신사참배 문제가 3대 현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입장을 모두 관철시킬 최선의 방책은 없다. 일본이 사실관계를 왜곡할 경우 당당하고 냉철하게 항의하되, 양국간 시각차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된다. 일본내 다수파인 온건한 보수가 극우파의 주장에 합류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한국이 정말 무섭도록 냉철하게 대응하는구나`라는 사인을 줘야한다.

 

-이명박정부 대외정책 공과를 평가해 달라.

 

이명박정부 외교의 최대 손실은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흐른 것이다. 주된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우리 정권도 결과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 최악의 남북관계는 대미굛대중굛대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공통분모다. 차기정권이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 모두 남북관계의 개선을 바랄 것이다.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대북굛대외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6자회담과 북한 핵문제,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래도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핵포기의 원칙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북한은 계속 핵보유를 대미협상의 주요한 자원으로 삼으면서 단편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북 협상력은 매우 제한적이고, 미국에 크게 의존해야는 하는 상황이다. 결국 북한이 `핵보유는 무익할 뿐 아니라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도록 설득과 압력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친미굛친중 균형외교가 정말 가능한 얘기인가.

 

한미관계의 안정과 남북한 평화공존은 한반도 평화의 2개의 축이다. 미국도 이런 기조에서 남북대화 단절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한 평화공존`은 가능한 목표라고 본다. 한미간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한 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을 한다면 불편해진 대중관계도 풀려갈 것이다.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는 결코 양자택일의 선택대상이 아니다.

 

-동북아에서 신냉전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신냉전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냉전은 이데올로기와 군사력의 조직적인 양극화를 의미하는데 남한·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간 지금 관계는 냉전으로 볼수 없다. 이미 동북아에는 냉전으로의 회귀가 불가능한 수준의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있다. 신냉전이라는 모호한 개념이 확대 재생산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중일FTA 협상이 시작됐지만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중일 3국은 전세계 인구의 23%, GDP20%에 가깝다. 15억 인구가 뿜어내는 경제·정치적 잠재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3국의 타협점을 이끌어 낸다면 이 지역의 협력과 평화유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한민족은 역사적으로 쇄국할때 어려웠고 개국했을때 오히려 번영했다. 다만 한미FTA에서 손익계산을 치열하게 따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

 

-탈북자 문제와 북한 인권문제는 현실 정치와 외교에서 다루기 힘든 주제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고 지켜야할 원칙이다. 그러나 인권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북한과 대화를 단절해서는 안된다. 원칙과 상황이 충돌하는 경우에도 차선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국가 지도자는 냉철한 정치판단을 해야 하고, 또 원칙을 지키면서 구체적 상황에 적응하도록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차기정부 대북정책의 과제는 무엇인가.

 

동서양의 외교사를 읽어보면 `소국은 외교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이제 작은 나라가 아니다. 겸손하게 말해도 중견국가다. 그렇다고 한국의 지향점이 북유럽처럼 조용한 복지국가는 아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국가발전 과정을 참고하면서 통일한국의 길을 찾아야 한다. 삼국통일 이후 1948년 분단까지 1200년 이상 통일국가를 유지한 나라는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 2013년을 통일외교전략의 원년으로 삼고 싶다.

 

-안철수 원장의 국가 지도자로서 자질을 평가해 달라.

 

안 원장은 무서울 정도의 인내력을 갖고 있고,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잘 다스린다. 원칙과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해 최적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 국가 지도자의 자질은 정치철학의 주요한 연구과제이고 여러가지 이론도 많다. 한마디로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정치적 판단능력이다. 정치적 판단은 말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안 원장은 말의 중요성과 무거움을 아는 사람이다. 최근 안 원장은 정치적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절감하고 있을 것이고, 고비마다 사려깊은 정치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

 

-한국의 안철수 현상과 일본의 하시모토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하시모토 현상과 안철수 현상 모두 기존 정치와 정당에 대한 불신에 기초하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개혁적이지만 신국가주의적인 색채가 강하고 보수세력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은 보수나 진보가 아니라 복지와 정의, 평화 같은 보편적 가치를 실천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

 

최상용 교수는 누구?

 

올해로 칠순을 맞은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국민의정부 시절인 2001~2002년 주일대사를 지냈고 지난 2007년 고려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한 뒤 희망제작소 상임고문으로 있으면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교수 등과 연을 맺었다.

 

1973년 귀국해 강단에 서기 직전 그는 `일본 유학시절 북한에 다녀왔다`는 조작된 혐의를 쓰고 중앙정보부에서 40여일간 모진 고문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에 직접 몸을 담지 않았지만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단 한건의 잡음이나 스캔들 없이 비례대표 40여명 공천을 끝낸 `미스터 클린`으로도 유명하다.

 

최 교수의 정치사상과 연구주제는 중용민주주의로 귀결된다. 여기서 중용은 단순한 균형이 아니라 원칙과 상황이 조화된 최적의 타협점을 말한다. 올 봄 출간한 `중용의 정치사상`은 그의 필생의 연구와 사상이 집약된 저서다. 지난 2010년부터 일본 호세이대학에서 정의론과 평화사상, 중용철학 등을 가르쳤고 올해부터는 같은 주제로 세이케이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청춘콘서트 서울대편에는 안철수 원장, 박경철 원장과 함께 출연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안 원장과 젊은이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등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즐긴다.

 

[정리 = 김은표 / 이가윤 기자] 매경 입력 201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