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뒤척이는 밤 / 詩 김은희

풍월 사선암 2011. 1. 19. 10:03
뒤척이는 밤 /  詩 김은희

꿀꿀 꿀꿀!
토실토실 살찐 돼지들이 종종거리며 어디론가 가고있다.
음메 음메!
맑고 큰 눈망울 끔뻑이는 황소들도 어디론가 가고있다.
꼬끼오!  꽥꽥!
두리번두리번 파드득거리며 닭과 오리들이 
어디로 가는지 영문도 모른채 마냥 가고있다.
그들의 종착역은?
산채로 무더기로 내동댕이쳐버리는 
암흑의 깊고 깊은 구덩이
한 평생 그것들밖에 모르며 살았던 ○씨는
새끼같은 녀석들을 가슴 깊숙히 묻는다.
"아까우시죠?"
무심코 한마디 훽 내던진 모 방송사 기자의 질문에
"아깝냐구요? 제 삶이 모두 절단나는거죠."
덤덤한 얼굴로 답했지만 
愚問에 가슴은 한번 더 무너져 내린다.
산채로 매장당한 뒤에도
구덩이 속에서 새어나오는
녀석들의 울음소리는 
환청으로 되살아나
귓전에서 쟁쟁거리며
농가의 적막한 밤을 흔들고
밤새도록 한숨으로 뒤척이다
하얀 새벽녘에 베갯잇을 적시는
피맺힌 이슬 한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