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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사들] [3] 내과계열 / 하버드의대도 인정한 부정맥 치료술

풍월 사선암 2009. 9. 17. 21:36

[스타의사들] [3·끝] 하버드의대도 인정한 부정맥 치료술


[3] 내과계열

27년전 건선클리닉 개설 관리받는 환자 5000명…

관절염 논문 300편 발표 진료중 바이올린 연주도

 

피부 질환인 건선(乾癬)환자들에게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62) 교수의 진료실은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다. 전국 각지의 환자들이 성지순례하듯 윤 교수에게 몰려들기 때문이다. 지금 진료를 신청하면 1년 후 진찰 일정이 잡힐 만큼 환자가 밀려 있다.


건선은 면역 반응 이상으로 생기는 만성 난치성 피부 질환이다. 피부에 서리가 내린 것처럼 하얀 각질이 두껍게 쌓이며, 염증이 생기면 짓무르기도 한다. 대략 인구의 1%가 크고 작은 건선을 앓는다.


윤 교수는 27년 전 국내 처음으로 건선 클리닉을 냈다. 그전까지 중구난방으로 행해지던 치료법을 그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러자 환자들이 몰리면서 그에게 관리받는 환자가 5000여명에 이르렀다. 한명의 의사에게 건선 환자가 이렇게 몰리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다. 환자들은 자기들끼리 환우회(患友會)도 만들었다.


서울대병원 윤재일 교수가 건선 피부질환 환자를 자외선 광선 치료기로 치료하고 있다./이진한 기자 


조선일보가 30여개 대학병원에 대기 환자 현황 자료를 받아 조사한 결과, 이처럼 진료 예약이 수개월 이상 밀려 있는 내과 계열 의사들은 주로 관절염·치매 등 만성 질환이면서 잘 낫지 않는 난치병 분야 전문가였다.


한양대 의대 류머티즘병원 내과 배상철(50) 교수팀은 류머티즘 관절염의 '4차 병원'으로 불린다. 의료 전달체계에서 최종 종착지인 대학병원을 '3차 병원'이라고 하는데, 대학병원 진료 환자들도 이곳을 찾는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류머티즘이나 루프스 환자들이 배 교수 진료를 처음 받으려면 9개월 걸린다. 그가 지금까지 쓴 관절염 논문만 국내외 학술지에 약 300편에 이른다.


대전 을지대병원의 심승철(45) 교수는 '한국의 패치 아담스(Patch Adams)'로 불린다. 환자들에게 치료뿐 아니라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하는 의사가 주인공인 영화 제목을 붙인 것이다. 관절염 치료가 전공인 심 교수는 삶의 의욕을 잃은 환자들을 보면 진료 중이라도 즉석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준다. 중부권에서는 처음으로 류머티즘 내과를 개설한 덕에 그에게는 대기 환자가 7개월 차 있다. 이 분야에서는 서울대병원 류머티즘 내과 송영욱 교수에게도 진료 대기가 5개월 걸려 있다.


심장병 분야에서는 유난히 부정맥(不整脈) 전공 의사에게 대기 줄이 길게 나 있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뛰는 질병이다. 최근에는 심장에서 부정맥을 일으키는 포커스를 찾아내 그곳을 전기자극으로 지져 없애는 시술이 활발한데, 고려대병원 심장내과 김영훈 교수에게 이 시술을 받으려면 9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는 국제학회 초청 강의가 100여회에 이를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최근에는 미국 하버드의대 병원이 거액의 강사료와 1등석 항공권을 보내주면서 그의 강연을 초빙한 바 있다.


을지대병원 심승철 교수가 입원 환자를 위해 병실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주고 있다./신현종 기자


부정맥 분야는 서울아산병원 김유호(54) 교수의 시술도 6개월 밀려 있으며, 부산대병원 홍택종(53) 교수, 세브란스병원 박희남(43) 교수 등도 치료가 활발하다.


치매 환자들이 붐비는 곳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53) 교수 진료실이다. 진료 대기가 6개월이다. 서울대 의대 학창시절 그의 별명은 '뇌덕렬'이었다. 그만큼 뇌 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뿌리가 깊다. 그가 2000년 개발한 한국형 치매진단 검사법은 현재 전국의 치매 클리닉에서 쓰이고 있다. 그가 권하는 최고의 치매 예방법은 독서다. 치매 환자는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광우(59)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이재홍(49) 교수에게도 3~4개월 대기하고 있다.


아토피와 소아 천식 환자들은 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편복양(57) 교수에게 5개월 줄 서 있다. 그는 국내 최초의 소아 전용 '알레르기 호흡기센터'를 이끌고 있다. 편 교수는 "아직도 많은 '아토피 엄마'들이 인터넷 등에 떠돌아다니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아이에게 이중으로 고통을 주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손호영(61) 교수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넉달을 참아야 한다.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을 지낸 그는 인슐린 효능 연구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정신과 김지훈(42) 교수에게는 불안장애·학습장애 어린이들이 5개월 대기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정원규(44) 교수에게 첨단 방사선 치료기 '사이버 나이프' 시술을 받으려면 12월 하순에나 일정이 잡힌다.


의료신문 '청년의사'의 박재영 편집국장은 "요즘은 각 병원이 진료 시간을 늘리면서까지 환자 적체 해소에 나서면서 명의(名醫)로 소문난 의사들도 진료 대기가 적은 경우가 많다"며 "만성질환자라면 가까운 병원에서 전문의사를 찾아가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