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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사들] [1] 안과·이비인후과·성형외과·피부과·비뇨기과·치과·

풍월 사선암 2009. 9. 11. 19:59

[스타의사들] [1] 안과·이비인후과·성형외과·피부과·비뇨기과·치과·마취과

(출처;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09.09.11)


실핏줄까지 감쪽같이 '의안 이식'… 뽑힌 치아에 사랑니 심는 수술도…

어린이 사시, 화상 흉터 눈물길 뚫어주는 수술… 독보적인 전문가들 많아

"개업하면 떼돈 벌텐데…" 유혹 뿌리치고 연구 몰두… 외국 의사들도 배우러 와

 

눈꺼풀이 아래로 처져 시야를 가리는 안검하수증 때문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상열(56) 교수에게 눈 성형 수술을 받으려면 지금부터 딱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외상이나 눈에 생긴 암(癌) 등으로 안구(眼球)를 적출한 환자들이 인공 안구를 넣는 의안(義眼) 수술을 이 교수에게 받으려고 해도 내년 여름에나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교수는 눈꺼풀과 안구 성형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외래 진료와 학생 강의 스케줄 사이사이 빈틈없이 수술에 시간을 할애하는데도 밀려오는 환자를 처리할 수 없다"며 "수술과 관련된 궁금증이나 질문은 환자 모임인 인터넷 다음 카페에서 답변을 다는 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1996년 국내 병원에서 처음 세운 의안 연구소에서 제조되는 의안은 정상 눈과 실핏줄도 똑같아 의안이라고 말하기 전에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게 그에게 수술받은 환자들의 말이다. 성형외과·안과 개업의사들에게 눈꺼풀 성형을 받을 경우 수술비는 약 200만원. 주변에서 그가 개업한다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교수는 "전 세계에서 교과서로 쓰일 만한 눈 성형 책을 집필하는 것이 현재 목표"라고 말했다.


안구성형의 권위자, 안검하수증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상열 교수가 안구 모형을 들고 눈꺼풀 성형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왼쪽). 모발이식의 대가 모발이식의 대가인 경북대병원 김정철(50) 교수가 환자에게 시술하고 있다. 그에게 수술받으려면 2년1개월을 기다려야 한다(사진 오른쪽)./정경열, 이재우 기자

 

안검하수증 환자들은 삼성서울병원 안과 김윤덕(54) 교수한테도 긴 줄을 서고 있다. 수술 대기가 현재 1년 2개월이다. 눈물은 안구 바깥쪽 눈물샘에서 나와서 눈에 머물다 코로 연결된 관을 통해 빠져나가는데 이 길이 막힌 경우 눈물이 지나치게 많이 고여 눈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막힌 눈물길을 열어주는 수술로도 유명하다. 멀리 남미나 중동 국가의 의사들도 병원으로 찾아와 김 교수의 수술을 배우러 몇 달씩 머물기도 한다.


대구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50) 교수는 '대머리 수술'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에게 모발 이식 수술을 받으려면 앞으로 2년 1개월을 참아야 한다. 수술 기다리다 머리카락이 다 빠질 판이다. 모발이식 수술은 머리카락이 풍성한 뒷머리에서 모낭을 떼어다 앞머리에 옮겨 심는 방식이다. 그는 1992년 세계 최초로 두피에서 1~3개의 머리카락을 감싸고 있는 모낭을 직접 이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10여 명 등 5000여 명이 그에게 모발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을 배우려는 외국 의사들도 이곳에 줄을 잇는다.


소아 안과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에게는 어린이 사시(斜視) 환자들이 하염없이 대기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안과 김명미 교수의 경우, 일단 그에게 눈 상태를 점검받는 데만 7개월(초진 예약)이 걸린다. 아이가 학교 수업에 지장 없이 방학 때 사시 수술을 받으려면 3년 후인 2012년 여름 방학에나 가능하다. 사시 수술은 눈동자를 움직이는 안구 근육의 길이를 조절하여 정상 위치로 돌려주는 섬세한 수술이다. 김 교수는 한 해 400여 건의 사시 수술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어린이 사시 수술로는 고려대병원 안과 조윤애(61) 교수가 12개월 대기 상태고, 세브란스병원 이종복 교수는 8개월 후에나 예약 가능하다. 김안과 병원 공상묵(52) 교수는 일주일에 3~4일 수술을 하는데도 내년 봄까지 수술 스케줄이 빡빡이 잡혀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백혜정(47) 교수에게도 730명의 환자가 수술을 기다리고 있고, 강북삼성병원 장혜란(56) 교수는 저녁 7시까지 진료를 하는데도 예약 대기 일수가 90일이다.


중이염이나 청(聽)신경 종양 등 귀 수술을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이원상(58) 교수에게 받고 싶다면 1년을 참아야 한다. 처음 얼굴 보는 진찰도 한달 밀려 있다. 이 교수는 귀 안쪽이나 두개골 바닥에 생긴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는 기술이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어지러움과 평형장애 진료도 전문이다. 이 병원의 난청(難聽) 수술 전문가인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 수술도 8개월치가 잡혀 있다.


강동성심병원 두경부암센터 노영수(54) 교수에게는 갑상선암, 후두암, 인두암, 구강암 환자들로 진료 예약이 한달 정도 밀려 있다. 이처럼 목 주변에 생기는 두경부암이 흔치 않은데도 노 교수가 이 분야 수술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그에게 쏠리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동헌종 교수에게는 코 막힘 등으로 고생하는 '코 환자'들이 수술 날짜가 어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내시경을 이용한 축농증 수술 전문가인 동 교수의 수술 장부에는 이미 5개월치 이상이 적혀 있다. 축농증 수험생을 둔 학부모 사이에선 여름 방학 동안 원하는 날짜에 동 교수한테 코 수술받는 것이 대학입시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화상을 입어 생긴 흉터로 고생하는 환자가 있다면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장영철(55) 교수에게 빨리 예약을 잡아야 할 듯하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화상 후유증 재건 수술 전문가인 장 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두 달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화상 흉터는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주변 살을 잡아당겨 변형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관절의 움직임도 굳게 한다. 끓는 물에 손이 빠진 아기의 경우 손가락 다섯 개가 붙어버리기도 한다. 장 교수는 이 경우 화상 흉터를 째고 돌려놓는 방식으로 손가락 다섯 개의 기능을 되살려 주는 등 흉터 치료 전문가이다.


치과 분야에서는 연세대 치과 병원 이승종 교수에게 진료 예약이 몰려 있다. 그는 상실된 치아에 임플란트 대신에 사랑니 등 환자 자신의 치아를 이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플란트 시술에 거부감을 갖는 환자들이 몰리면서 지난 5월에 이미 올해 수술 예약이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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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사들] 예약에서 수술까지 5년 걸리기도

 

의료 소비자(환자)의 선택이 많은 의사가 명의(名醫)라면 박철 고려대병원 교수는 대표적인 명의다. 귀 성형 전문가인 그에겐 앞으로 5년 동안의 수술 예약이 차 있다./조인원 기자


귀 성형·무릎 인공관절 등 정교한 수술 분야에 많아

몇달~몇년… 예약 꽉찬 의사들

인터넷·입소문으로 "명의"

환자적체 갈수록 심해져… "환자가 줄 섰대" 대중심리도 한몫


선천적으로 귀 모양이 뭉개져 있거나 정상적인 귀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작게 태어난 소이증(小耳症) 환자가 '귀 성형'을 받기 위해 고려대병원 성형외과 박철(60) 교수를 찾아가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일단 의사 얼굴 한번 보는 외래 진료 예약이 두 달 후에나 가능하다는 소리에 놀라고, 간신히 진료를 받고 수술 날짜를 잡으려면 5년 뒤인 2014년 달력에 수술 일정이 잡혀 놀라게 된다. 그만큼 그에게 '귀 환자'가 하염없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귓바퀴 전체가 얼굴 피부에 묻힌 '매몰 귀', 귀 위쪽 끝이 뾰족하게 선 '당나귀 귀', 귓불 이상, 소이증 등 귀 기형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전문가다. 갈비뼈 앞쪽 끝의 연골을 떼어내 귀의 골조(骨組)를 만들고 거기에 현미경 미세 수술로 피부를 자연스럽게 갖다 붙여 감쪽같이 정상인의 것과 똑같은 귀를 만든다. 그의 애칭은 '귀 성형의 마술사'이다


하지만 귀 성형이 6개월 간격으로 3번에 걸쳐 하는 정교한 수술이어서 그가 일주일에 처리할 수 있는 환자는 3~4명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 귀 성형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수년씩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전국 30여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진료와 수술 예약 현황 자료를 받아 조사한 결과, 이처럼 예약 대기 환자가 수년 또는 수개월 밀린 의사들이 수두룩했다. 마음 급한 환자들이 그 세월을 참으면서까지 굳이 그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려는 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의료 소비자가 선택한 명의(名醫)'로 해석된다. 환자가 많이 밀려 있다고 반드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의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환자들이 오매불망 긴 세월을 기다린다는 것은 일단 환자들의 마음과 신뢰를 사로잡은 의사들로 볼 수 있다.


환자가 몰린 의사들은 주로 ▲재건 성형 수술 ▲어린이 사시(斜視) 수술 ▲화상 흉터 치유 수술 ▲무릎 인공관절이나 발 질환 전문 정형외과 수술 등 비교적 특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의사들이 많다. 국내에서 손가락 기형 수술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백구현 교수에게 '손 환자'들이 1년씩 수술 대기하는 식이다.


암이나 심장병·뇌졸중 등 응급을 다투는 진료는 설사 환자가 특정의사에게 몰리더라도 질병 특성상 병원이 어떻게든 바로 처리하거나, 치료가 더디어질 경우 환자들이 즉시 진료가 가능한 곳으로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다.


특정 의사에게 환자가 쏠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는 박 교수처럼 한 분야에서 수십 년간 독보적 기술을 쌓은 경우다. 박 교수는 1980년대 후반 연세대 의대 성형외과 교수 시절부터 줄곧 귀 성형에 매달렸다. 당시 사고로 귀를 잃은 환자를 현미경 수술로 복원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귀 성형 매력에 빠져들었다. 병원 근무가 끝난 후 매일 자정을 넘어서까지 시체의 귀를 해부하면서 '귀 박사'가 됐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귀 환자'가 2200여명에 이르고, 그가 쓴 귀 성형 논문만 수백 편에 이른다.


환자들이 몇 년씩 기다려서라도 수술을 받으려는 이유를 묻자 그는 "그동안 이 분야에 전문가가 적었던 데다 귀 성형 수술을 5000여건 한 검증된 실력 때문에 환자들이 나를 믿고 기다려 준다"고 말했다.


미디어 등을 통해 명의로 소문난 경우, 환자 적체는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 굴러가듯 더 불어나기도 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원무과장은 "환자들이 의사를 고를 때 예약이 많이 밀려 있는 의사를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음식점은 왠지 맛있을 것 같은 생각에 줄을 서는 한이 있더라도 더 몰려가는 심리와 유사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환자들이 질병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건강사이트나 환우회(患友會) 성격의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의사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 어느 의사가 명의라고 꼽히면 그 의사에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박 교수 경우도 인터넷 카페에서 그의 명성을 접한 귀 기형 환자 부모들이 수술 적기인 초등학교 4~6학년에 맞춰 아예 유치원 때부터 아이를 데리고 진료실을 찾고 있다.


환자가 몰린 의사들은 주로 대학병원 교수들이다. 규모가 작은 병원의 전문의나 개원 의사는 대학병원과 맞서기 위해 환자들에게 발 빠른 치료를 제공하는 원스톱 시스템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진료 대기 환자들이 적은 편이다.


반면 특정 의사를 위해 진료 역량을 쉽게 늘리기 어려운 대형병원에는 한 명의 의사가 명의로 소문나면 환자 대기가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환자 대기가 심하다고 반드시 최고 실력 의사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드물게는 신속 진료 시스템 부재가 진료 적체를 낳기도 한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라는 점도 특정 명의에게 전국의 환자들이 몰리는 요소이다. 의료신문 '청년의사' 박재영 편집국장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과 직결된 의료 서비스 특성상 최고의 것만을 찾는 심리가 지역을 건너뛰어 명의를 찾게 한다"며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든, 어느 의사를 찾든 의료비는 똑같고 지역 간 의료 수준 불균형도 있기 때문에 특정 명의에 대한 환자 적체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