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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사들] [2] 외과계열 / 인조혈관 국내 소비량 혼자서 20% 쓰고…

풍월 사선암 2009. 9. 12. 12:56

[스타의사들] [2] 인조혈관 국내 소비량 혼자서 20% 쓰고…

'가슴뼈 올리는 첨단수술' 외국에서 시연도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 외과계열

초진 예약도 9개월 대기… 새치기 없게 일정 공개…

손·발·디스크 질환 등 '특수 분야 전문' 많아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백구현(52) 교수에게는 수술 스케줄만 관리하는 전담 직원이 있다. 손 수술이 전문인 백 교수에게 전국의 '손 환자'가 몰리자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백 교수는 '수술 새치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아예 환자들에게 모든 수술 일정을 공개하기도 한다. 현재 손가락 기형으로 백 교수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린이 수술 예약 환자는 3~4년 대기 상태다. 그의 얼굴 한번 보려고 해도(초진 예약) 9개월 줄을 서야 한다.


이들은 주로 선천적으로 손가락 사이에 오리발처럼 갈퀴가 있는 '합지증', 손가락이 6개인 '육손', 태어날 때부터 엄지손가락이 없는 '엄지 결손' 아이들이다. 손가락 부상, 류머티스관절염으로 손가락이 변형된 어른 환자들도 9개월 뒤에나 수술 일정이 잡힌다.


백 교수는 1980년대 후반부터 아무도 관심 두지 않던 손 질환을 전공으로 택했다. 하지만 이후 손 질환 환자가 급속히 늘고, 손 기형 수술도 발달하면서 백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최고 인기 의사가 됐다.


그는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오면 대기 환자들에게 딱한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여 허락을 받은 후 수술 일정에 끼워 넣기도 한다"고 "내가 처리할 수 있는 환자 수에 비해 3배가 많은 환자가 오다 보니 대기 기간이 계속 늘어난다"고 말했다.

 

◀ 손 기형 수술 전문인 서울대병원 백구현 교수는“엄지손가락이 선천적으로 결손된 환자는 2세 이전에 수술을 해줘야 큰 장애없이 커갈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 왼쪽).발 환자가 몰리는 강남을지병원 양기원 교수는“걸을 때 피가 몰리는 발은 제2의 심장”이라며“발을 아끼는 사람이 건강도 잘 지킨다”고 말했다(사진 오른쪽).이진한, 전기병 기자


◆특수 분야 의사에 환자 몰려


본지가 전국 30여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진료와 수술 예약 현황 자료를 받아 조사한 결과, 이처럼 환자가 몰린 외과 계열 의사들은 주로 손, 발, 어깨 등의 정형외과 치료나 기형 수술 등 상대적으로 전문가가 적은 분야의 의사들이었다.


가슴뼈가 선천적으로 안으로 파고든 '오목 가슴 기형' 환자가 고려대안산병원 흉부외과 박형주(52) 교수를 찾아가면 수술 일정이 2년 뒤인 2011년에 잡힌다. 오목 가슴은 가슴뼈가 안으로 푹 꺼져 심장과 폐를 누르기 때문에 수술로 교정해야 한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1000여건의 오목 가슴 수술을 집도해 세계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양쪽 앞가슴에 1㎝ 크기의 구멍을 뚫어 옷걸이처럼 생긴 금속 막대를 넣은 후 지렛대 원리로 푹 꺼진 가슴뼈와 갈비뼈를 들어 올리는 방식을 쓴다. 그의 기술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며 국제학회 단골 초청 연사가 됐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포르투갈, 베트남 등에 가서 직접 수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강남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양기원(42) 교수에게는 '발 환자'가 몰려 있다. 엄지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 수술 건수가 지금까지 1080여건이다. 일주일에 네 번 외래 진료를 하면서 매번 70여명의 환자를 보는 강행군을 하지만, 진료 예약이 10개월 밀려 있다.


노원 을지병원에서 비슷한 규모로 대기 환자가 밀려 있는 '원조 족부정형' 의사는 이경태(48) 교수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형외과 이우천(55) 교수에게도 '발 환자'가 몰리자 병원은 최근 외래 한 층 전체를 족부센터로 확장했다.


어깨 질환도 환자들이 전문 의사를 찾아나서는 분야다.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김성재(60) 교수는 어깨 수술이 6개월 대기다. 그는 관절 안으로 내시경을 넣어 치료하는 관절경 수술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정덕환(57) 교수에게도 '손 환자'가 줄을 서고 있다. 매년 300여건의 손 수술을 하지만 수술 대기가 한 달 이상 밀려 있다. 그는 특히 손가락 동상을 입은 환자의 미세재건 수술에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스키를 타거나 축구를 하다 무릎 관절의 연골을 다쳐서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안진환(64) 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6개월을 참아야 한다. 퇴행성관절염으로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배대경(63) 교수에게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려 해도 역시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워낙 명성이 높고, 자상한 진료 태도 때문에 불편함을 참는 '충성 환자'들이 많다.

   


◆신장투석 혈관수술만 1만5000여건


순천향대병원 문철(62) 교수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신장 투석을 위한 혈관수술을 집도한 외과 전문의다. 이런 혈관 수술만 1만5000여건 했다. 다른 병원 의사들이 신장 투석에 필요한 환자의 혈관이 망가지면 그에게 보낸다. 이런 연유로 매주 25건의 수술을 하는데도 수술 대기가 5개월 밀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인조혈관의 20%를 문 교수 혼자서 쓰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이 잘못돼 수술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면,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윤수(53) 교수를 찾는다. 재수술 전문가로 알려지면서 그에게는 인공관절 환자 수술이 7주 밀려 있다.


척추 분야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53) 교수의 판단을 들어보려고 하는 환자들 줄이 길다. 예약이 넉 달 밀려 있다. 웬만하면 척추에 칼을 대지 않고 보존 치료를 하는 것으로 신망을 얻은 덕에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려고 했던 환자들도 이 교수에게 의견을 묻는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이종서(53) 교수는 척추가 휘는 척추측만증을 수술로 고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수술 일정이 이미 6개월치가 잡혀 있다.


목뼈에 디스크가 튀어나와서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현집(63) 교수에게 진찰받으려면 겨울이 와야 한다. 김 교수는 디스크를 미세 현미경 수술로 치료하는 세계적 권위자이다. 역시 디스크 미세 현미경 수술의 대가인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윤도흠(53) 교수에게도 척추 환자가 4개월 대기하고 있다.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58) 교수는 국내 대학병원에서는 유일하게 자기 이름이 박힌 '송명근 심혈관외과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심장 수술 환자가 3개월씩 기다린다. 그는 일반 외래 진료를 시작하기 전 이른 아침에 초진(初診) 환자만 별도로 10여명 보는 식으로 환자 적체를 해소하려고 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 가톨릭대 성가병원 백민우(61) 교수에게는 주로 뇌동맥류 환자의 예약이 두 달 밀려 있다. 백 교수는 두개골 수술을 하지 않고 여기에 가느다란 백금 철사를 혈관을 통해 말아 넣어 뇌동맥류를 막아버리는 치료를 한다.


자궁암이나 난소 종양 등을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남주현(57) 교수 얼굴 한번 보려면 130여일 기다려야 한다. 그는 '부인암'을 내시경으로 수술하는 방법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 개척자 역할을 했다. 이 병원의 외과 홍석준(56) 교수에게는 갑상선암 환자가 6개월 밀려 있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성석주(42) 교수는 자궁근종을 수술하지 않고 초음파를 이용하여 크기를 줄이는 치료가 입소문을 타면서 '자궁 환자'가 한 달 이상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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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사들] 장기 투병일 경우 '인간미' 있는 의사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입력 : 2009.09.12


내게 맞는 의사 고르려면

실력이냐, 인간미냐. 질병이 생기면 어떤 의사를 찾아가야 할지 난감해진다. 질병을 잘 고치는 실력 있는 의사를 찾느냐, 환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인간미 넘치는 의사를 선택하느냐도 고민거리다.


의료 전문가들은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우선 질병의 중증도와 투병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 질병이 고치기 어려운 난치병이거나 희귀한 사례, 또는 단기전으로 치료가 끝날 경우는 그 분야에서 경험과 실력을 인정받은 의사를 찾아야 한다. 의사가 다소 불친절하거나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더라도 전문 의사를 믿고 따르는 것이 결국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고혈압·당뇨·관절염 등 흔히 앓는 질병이면서 투병 기간이 장기전으로 갈 때는 의사 선택의 주안점을 인간미에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꾸준한 질병 관리가 이뤄진다. 이때는 환자가 몰리는 대형병원 의사보다는 편안하게 자신의 전반적인 건강 문제를 자주 상의할 수 있는 의사가 적격이다.


현대의학은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어 한 명의 의사가 모든 것을 알긴 어렵다. 따라서 의사가 질병 치료에 접근하는 자세가 열려 있어야 환자에게 이득이 된다.


반면 특별한 사례나 유명인의 치료 경험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과장하는 의사는 피하는 게 좋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는 "유명 의사가 임상 경험은 풍부할지 모르나 상대적으로 환자에게 돌아가는 세심한 관심은 적어 반드시 좋은 의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