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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마지막 생태축 18.2km - 서울성곽

풍월 사선암 2009. 5. 31. 13:14

서울 도심의 마지막 생태축 18.2km - 서울성곽


천천히 걷자, 서울 성곽 한바퀴

서울 도심의 마지막 생태축 18.2㎞

네구간 나눠 걸으면 최고의 산책 코스


» 남산 N타워에서 국립극장 쪽으로 이어진 남산 남쪽순환로 숲속의 서울성곽.

 

서울은 성곽도시다. 정교하게 축조된 돌성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도시였다. 18.2㎞에 이르는 성곽의 3분의 2가량이 지금도 산줄기에, 주택가에, 빌딩 숲 사이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성곽 일부였던 4대문·4소문 이름이나, 북한산과 북악산, 북악산과 인왕산을 혼동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역사를 알려면 성곽을 따라 걸어보라”고 권한다. 서울성곽은 서울 도심에 남은 마지막 생태축이자 자연과 문화·역사가 공존하는 옛길이다. 성곽을 밟아 나가는 동안 한양의 역사·문화가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 자유총연맹 뒤 조망소에서 신라호텔 뒤쪽으로 이어진 성곽. 비교적 온전히 옛 모습이 남아 있다. 

 

» 풀꽃들은 성돌 틈에서도 피고 진다. 

 

서울성곽은 평소 익숙했던 풍경 속에 숨어 있다. 성곽을 따라 거니는 동안 남산 길이 다시 보이고 성북동도 다시 보이며 새문안길이 새롭게 다가온다. 성돌 하나하나에서 서울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건강도 챙기는 성곽 산책을 즐겨보자. 아름다운 숲과 빼어난 전망, 정감 어린 골목들이 함께한다.


서울성곽(사적10호)은 1396년(태조 4년)에 처음 축조됐다. 당시 농한기인 1~2월과 8~9월 각 49일 동안 성곽을 쌓았다. 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북악산을 잇는 5만9500자(18.2㎞)의 축성공사에 전국에서 약 20만명이 동원됐다고 한다. 4대문인 숭례문(남대문)·흥인지문(동대문)·돈의문(서대문)·숙정문(북대문)과 4소문인 창의문(북소문)·혜화문(동소문)·광희문(남소문)·소의문(서소문)도 이때 완성됐다. 당시 평지엔 토성을, 산엔 석성을 쌓았는데 27년 뒤인 세종 때(1422년) 모두 석성으로 다시 쌓았다. 성곽은 숙종 때(1704년) 이르러 다시 대대적으로 정비된다. 한말까지 거의 원형을 유지하던 서울성곽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평지 쪽은 대부분 철거되고 현재는 산지 쪽 10㎞가량이 남아 있다.


» 낙산공원 위쪽 성곽. 데이트족들이 많이 찾는다. 

 

» 혜화문 부근 성곽은 주택의 축대가 된 지 오래다. 

 

남아 있는 성곽의 성돌을 보면 축조 시기를 알 수 있다. 태조 때엔 주로 메줏덩이 모양의 화강암과 편마암을 섞어 쌓았다. 세종 때는 성벽 하부엔 크고 긴 석재를 쓴 반면 위쪽은 메주 모양의 돌들을 쌓고 틈새에 잔돌들을 박아 넣었다. 숙종 때 것은 정방형의 큼직한 화강암(60×60㎝ 안팎)을 반듯하게 다듬어 써 이전 성벽과 뚜렷이 구분된다.


성벽 안팎을 살펴보면 글자가 새겨진 성돌(각자석)들이 많이 보인다. 조선시대 ‘공사실명제’ 흔적이다. 태조 때 서울성곽을 처음 쌓을 당시 천자문의 글자 순으로 공사 구간을 정했다. 전체 5만9500자(약 18.2㎞)를 600자(약 180m)씩 97개 구간으로 나눠 각 군·현에 할당했다. 북악산 정상에서 ‘하늘 천(天)’ 자로 시작해 낙산·남산·인왕산을 거쳐 다시 북악산에서 ‘불쌍할 조(弔)’ 자로 끝난다. 각자석엔 할당된 공사 구간의 시작과 끝 표시, 담당한 지역명, 날짜, 책임자 등이 새겨져 있다. 태조 때 각자석엔 구간과 지역명, 날짜를 주로 새겼으나, 조선 중기 이후 각자석엔 감독관·책임기술자 등의 이름까지 명기돼 있다. 숙종 이전 성축의 각자는 주로 성벽 바깥에, 이후의 각자는 주로 여장 부분 안쪽에 새겨져 있다.


서울성곽을 하루 이틀에 둘러보기는 어렵다. 녹색연합 노상은씨는 “서울성곽길은 되도록 천천히 걸으며 세월의 흔적들을 살피고 역사문화를 배우는 길”이라며 “4~5㎞씩 네 구간으로 나눠 하루에 한 코스씩 도는 일정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 김정호가 제작한 ‘수선전도’. 1820년대 초반의 한양 모습을 상세하게 그린 도성도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 지도 그래픽 디자인 멋짓(자료: 녹색연합)

 

서울성곽 간단용어사전

⊙ 여장 | 성벽(체성) 위쪽에 쌓은 담. 성가퀴라고도 부른다. 이곳에 바깥을 내다보는 구멍을 내 적들을 살피고 공격했다. 위엔 옥개석을 덮는다.

⊙ 총안 | 여장에 낸 구멍을 말한다. 한 여장엔 3개의 총안을 뚫었는데, 두 개는 멀리 보는 원총안, 가운데 한 개는 성 밑을 살필 수 있게 경사지게 뚫은 근총안이다.

⊙ 치성 | 적을 공격하기 쉽게 성곽의 일부를 돌출시켜 쌓은 부분. 각이 지게 쌓은 것을 치성, 둥글게 쌓은 것을 곡성 또는 곡장이라 한다.

⊙ 옹성 | 성문 앞에 둘러쳐 쌓은 성을 말한다. 흥인지문에 옹성이 있다.

⊙ 암문 | 성곽에 설치된 작은 샛문. 비공식 문으로 비상구로 쓰였다.

 

<한겨레 이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