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바둑,오락

이세돌vs구리, 빤쮸 속까지 비교해 보자! (Ⅳ)

풍월 사선암 2008. 8. 20. 14:18

 

이세돌vs구리, 빤쮸 속까지 비교해 보자! ()

 

이세돌과 구리의 빤쮸 속까지 비교해 보는 마지막 회이다. 늦게나마 제목을 이렇게 유치찬란하게(?) 잡은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빤쮸 속을 들여다보기로 하겠다.

 

사실 이번 취재수첩의 제목은 동갑내기 평생 라이벌 이세돌과 구리!, 구리와 이세돌은 영원한 맞수!, 이세돌-구리, 내가 세계일인자!, 이세돌-구리, 누가 더 센가? 라는 등의 제목 가운데 하나를 선정하려 했으나 너무 밋밋한 감이 있어 자극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어법을 무시해 가면서 이와 같이 선택했다.

 

여기에는 바둑을 정적이며 묵직하고 점잖은 바둑으로만 묶어 두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가볍고 대중적이고 흥미를 더해보려는 생각이 들어있다는 것도 밝히고 싶다.

 

이세돌과 구리의 아홉 번째 반상조우는 200653일 벌어진 제5CSK배로 중국팀이 최종 3:2로 한국에 승리를 거두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중국의 주장으로 출전한 두 사람은 구리의 LG배 우승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누가 세계 최강자인가?’ 라는 보이지 않는 싸움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구리의 흑번으로 벌어진 이 대국은 중앙에서 아주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세돌이 초강력한 파워를 발휘하면서 구리의 흑대마 사냥에 성공했다. 열세에 놓인 구리는 역전을 노리면서 하변에 함정을 파놓고 이세돌이 침입하기를 기다렸다. 그런 후 흑1로 압박하며 백의 수가 느슨한 것을 노려 역습에 나서자 백은 좌,우의 백돌이 반드시 하나는 잡히는 형국이 되면서 순간 전세는 뒤집어 졌다.

 

막판 5분만에 일어난 참극으로 이세돌 9단은 막판 실족으로 인해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중국에게 우승을 넘겨줌과 동시에 이 두 사람의 역대전적에서 우열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2006 중국갑조리그 5라운드에서 이들의 열 번째 드라마는 만들어 졌다. 이세돌과 구리의 기풍은 아주 비슷한 점이 많다. 상대의 기풍에 대해서 서로 잘 알고 있지만 남들에게 비쳐지는 이미지는 또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포석은 신속하게 이루어졌으며, 쌍방은 오전 2시간 반 동안 79수를 두었다. 접전중 이세돌이 큰 실수를 범하면서 구리가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열 번째 드라마는 이세돌의 흑번으로 시작했다. 이세돌은 열세한 상황에서 국면전환을 모색하고 있었다. 1로 빈삼각을 둔 것을 두고 구리는 광풍의 한 수라고 평가했으며, 실전에서 그는 아주 놀랐다고 했다. 두 사람은 마치 맹수가 대치하고 있는 듯했으며, 줄곧 맹공을 퍼붓던 이세돌도 상대로부터 위험 경고 메시지를 느꼈다. 이하 백의 살 길은 아주 분명했다. 흑은 백돌을 잡기 위해 공배까지 메워나가야 했고, 종국시에 반면으로도 부족했다.

 

이번 대국 종반에 접어들 무렵부터 이세돌은 줄곧 초읽기에 몰렸으며, 4연패를 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던지 이세돌은 정신이 없는 가운데에도 옆에 있는 주전자에 차를 따라 태연함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세돌과 구리는 이미 10차례의 접전을 통해서 6:4로 구리가 앞서 있는 나갔다. 이 결과에 대해서 구리는 결코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으며, 특히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진 두 대국을 그는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20061111일 꾸이저우에서 벌어진 2006 중국갑조리그 16라운드에서 11번째 맞대결이 이루어졌다. 이세돌이 홈에서 충칭팀의 주장인 구리를 KO시키면서 두 사람의 전적은 이세돌이 추격하는 양상으로 56패가 됐다.

 

1111일은 ‘1’4개 겹치는 날에 한중 1인자들이 펼치는 중국갑조리그가 세계정상급의 대결로 바뀐 것은 어떤 의미를 주는 듯했다. 1에 백2의 묘수를 당한 뒤 백은 10자리,12마늘모를 두어 이세돌은 맞보기 수단으로 흑의 좌우중 하나는 잡는 화려함을 선보였다.

 

구리의 흑번. 초반 이세돌이 붙여 끊는 묘수를 던진 후 좌변에서 맹공을 퍼부으며 흑을 압박했고, 백은 순조롭게 중앙의 두터움을 확보했다. 백이 기세등등하게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구리는 하변에서 실리를 챙겼으며, 실리로써 백의 공세에 맞섰다.

 

흑은 비록 우하귀에서 큰 집을 확보했지만 상변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대국에서 중국 바둑평론가들은 이세돌이 겉으로는 유순하나 음흉한 속심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세돌이 비록 승리를 거두었지만 3명의 팀원이 모두 패하여 충칭팀은 또다시 우승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열두 번째 대결은 두 사람이 2007년에 공식기전에서는 단 한차례도 대국을 벌이지 못했으며, 1013일 둔 갑조리그 13라운드가 유일한 일전이다.

 

이세돌은 2007년 중국갑조리그에서 총 12대국을 뛰어 93패를 기록했다. 5월초 충칭에서 갑조리그 2라운드가 벌어질 당시 충칭팀은 왕시를 내세워 이세돌과 겨루도록 했다. 5월초 구리가 부친상을 당하면서 이들의 열두 번째 대국은 10월로 미뤄지게 된 것이다.

 

이세돌의 흑번인 이 대국은 구리의 백이 좌하귀에서 너무 느슨하게 뒀다. 1이하의 정형은 좋지 않으며, 8이후 진행된 실전에서 백에 대한 착취와 함께 아울러 선수로 백 7점을 끊어 잡았다. 승부는 서서히 흑에게 기울었으며, 이후 흑의 패할 수 없는 바둑이 됐다. 이 대국으로 서로 66패가 되면서 이들의 싸움은 더욱 바둑팬들을 자극했다.

 

2008년 들어 67일 제21회 후지쯔배 본선 8강전에서 구리가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다시 앞서 나가기 시작했으나, 곧이어 6212008 중국갑조리그 11라운드에서 이세돌이 멍군으로 응수를 하면서 다시 두 사람은 7:7의 팽팽한 승부는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이세돌은 2008 중국갑조리그 11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며 2008 중국갑조리그에서 5전 전승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은 공식대국에서는 43패로 구리가 약간 앞서고 있지만 비공식 기전인 중국갑조리그 7판의 성적을 합하면 7:7이 된다. 이세돌의 구리 대국의 결과를 보면 ●○●○○○●●●●○○●○으로 77패가 됐다. 이 점수는 마치 두 사람의 미래의 대결이 치열할 것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중국갑조리그 출전으로 중국에 갔던 이세돌은 중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의 일류기사 층이 두터워 결코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 만약 한국에 그와 이창호가 없다면 한국바둑은 중국에 추월 당할 것이다. 세계대회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스스로 중국 고수들과 자주 접하고 교류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갑조리그 무대는 이세돌이 중국고수들에 익숙해지고 중국바둑의 조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 사이버오로/김경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