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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위협받는 한국바둑, 원인은?

풍월 사선암 2008. 10. 12. 08:43

중국에 위협받는 한국바둑, 원인은?

 

속기화, 입단문호, 공동연구 등의 이유

 

한국이 세계대회 4강에 한명도 오르지 못했다는 참담한 소식이 전해졌다. 27일 열린 도요타덴소배 8강전에서 3판의 한·중전이 열렸는데 모두 고배를 마신 것. 한국이 세계대회 4강에서 모두 탈락한 것은 2000년 이후 세번째 일이다(2001년·2006년 춘란배, 2008년 도요타덴소배).


한국 바둑의 최대 라이벌인 중국은 8월 초 열린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에서도 한국을 넘어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본선에 올랐다."며 쾌재를 불렀다. 5년간 삼성화재배 통합예선 성적은 한국이 중국에 앞서고 있었는데 올해 통합예선에서는 한·중전에서 2대8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기록했던 것.


8월 잇달아 열린 세계대회 예선과 본선에서 한국은 중국에 세계최강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한국 바둑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를 여러 각도로 알아봤다.

중국의 전략적인 움직임

 

타이젬에서 문자 중계하며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을 지켜봤던 김만수 7단은 한국기사들의 약점을 중국에서 공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7단은 "대국 내용을 봤을 때 전체적으로 중국의 전략적인 움직임이 보였다. 한국 선수들이 초반에는 앞서고 있었는데 종반에 역전을 많이 당했다. 한두판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이런 결과를 냈다. 한국의 기전들이 속기전으로 변하고 있으며 또 삼성화재배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대표적인 기전이다. 한국 기사들의 이런 약점을 파악해 대비한 것 같다. 한국기사들은 후반전에 감으로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기사들은 후반전에 정확히 둬서 승리를 거뒀다. 끝내기에 초점을 맞춰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승률 확률이 낮은 선수를 시드로 주고 확률이 높은 선수를 통합예선에 내보내는 것은 중국에서 자주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기전의 속기화

 

중앙일보 박치문 위원(삼성화재배 관전필자)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었다. "일단 일회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화재배에서는 대부분 한국 선수들이 중국을 앞서고 있었다. 한번만으로 한국이 중국에 밀린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열리는 대부분 기전이 속기화 되었다. 장고하는 바둑이 사라져서 기사들이 3시간 혹은 2시간 바둑의 속성이랄까? 이런 점들이 둔감해 진 것이 아닐까한다. 속기는 정확한 수읽기 보다 기세가 중요하다. 속기전은 수가 되든 안되든 강수를 던지고 본다. 대표적으로 제한시간 30초 10회인 한국바둑리그 같은 경우에 난전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오랜시간 생각하는 바둑에서는 정확한 수읽기가 뒷받침이 안되어서는 힘들다.


중요한 것은 프로기사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속기전을 많이 치르다보면 이런 점들이 몸에 감각이나, 체질로 굳어질 수가 있다. 강동윤 7단 같은 기사들이 속기전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부진하는 현상이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에서 전략적으로 준비한 것이 아니었냐는 질문에는 "전략을 세웠다기 보다는 우리쪽에서 속기전에 능숙해 승부를 서두르는 측면이 있다. 패인의 실마리는 한국이 제공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입단 문호를 넓혀야

 

바둑팬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많은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 중 입단 문호를 넓혀야한다는 의견이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아이디 '상실의시대'는 "프로문을 넓혀야 합니다. 지금처럼 소수만 뽑아서는 중국의 인해전술을 감당하기 힘듭니다."라고 말했다. '외로운野人'도 "분명 우리나라 바둑은 한계점에 온것 만은 확실하다. 제2의 이창호라는 걸출한 스타를 발굴하는 길만이 바둑계가 사는 길이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상위권 기사들 뒤를 이어나갈 기사들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아이디 'ljhlsy51'는 "그나마 이세돌, 이창호 박영훈은 크게 중국애들 한테 밀리지 않는데 나머지 4위에서10위군에 한국기사들은 같은 위치의 중국기사들에 실력적으로 밀리고. 새로운 기제를 갖춘 스타가 필요하다."고 말을 했다. 'ejvkzm'는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은 확실히 그만의 독보적인 카리스마가 있다. 당연히 다음을 이을 기사도 강력한 포스가 느껴져야 할텐데 현재 기사들 중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 참패의 원인을 찾았다.


공동연구의 필요성

 

진재호 바둑평론가는 "한국이 공동 연구를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안나오고 있다. 이것이 이유다. 중국은 인터넷 아니면 오프라인에서도 연습 바둑이나 공동 연구를 많이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이야기가 언제부터인지 쏙 들어갔다. 개인적인 친분에 의해서 도장 위주로 소극적인 연구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타이젬 아이디 '불꽃테란'도 "한국 전패, 중국은 공동연구다 뭐다 해서 기력이 날로 성장하는데 한국은 대국수 조정이니 뭐니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길 수가 있겠냐."고 의견을 더했다.


프로는 결과

 

대부분의 프로기사들은 "중국이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프로기사는 결과로 말을 해야한다. 조 편성이 혹은 대진운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결국에는 강한 실력을 가진 기사가 이기는 것이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정확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중국 선수들이 한국 기사들 보다 노력을 많이하는 것 같다. 중국 선수들이 더 센 것 같다."는 반응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한국은 중국에 참패를 당하며 악몽의 8월을 보냈다. 한국 기사들이 참패의 원인을 보완해 남아있는 삼성화재배, 잉씨배, 농심신라면배, 세계마인드스포츠대회 등에서 세계 최강 한국바둑의 위용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