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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vs구리, 빤쮸 속까지 비교해 보자! (Ⅲ)

풍월 사선암 2008. 8. 20. 14:07

 

이세돌vs구리, 빤쮸 속까지 비교해 보자! ()

 

이세돌과 구리의 다섯 번째 충돌은 200553일 벌어진 제4CSK배 아시아단체전에서 일어났다. 삼성화재배에서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구리는 반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듯했다.

 

당시 CSK배는 주장제가 있었다. 한국과 중국의 주장은 각각 이세돌,구리로 이들은 자국의 주장으로서 다시 한번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로 붙인 것은 구리의 복수에 대한 투지가 왕성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이세돌이 백2~6까지 처리한 후 흑은 뒤늦게 흑1로는 6자리로 두는 것이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구리의 실책이 다시 한번 나오게 됐다.

 

다행히 팀원들의 중국팀은 한국팀에게 승리를 거두어 한,,일 모두 21패가 됐다. 하지만 중국팀은 승국 수가 적어 3위로 밀려났으며 한국이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했다.

 

이전 1,2,3회에서는 이창호 9단이 한국의 주장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이창호 9단이 이세돌에게 주장의 자리를 양보했으며, 이세돌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왕리청, 하네나오키, 구리를 차례로 꺾었다. 구리는 처음 CSK배 출전하면서 주장을 맡아 장쉬, 요다 노리모토에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세돌의 벽은 넘지못했다. 이 대국의 승리로 이세돌이 처음으로 구리에게 앞서 나갔다.

 

그 뒤 3개월 후인 86일 장소는 중국 꾸이저우. 2005 중국 갑조리그 9라운드 대국에서 두 사람은 여섯 번째 대국을 펼쳤다. 중국 갑조리그 대국은 이세돌로서는 비공식 기전이지만 구리로서는 공식대국으로 랭킹 점수에도 영향을 주는 대국이다.

 

이미 이세돌은 주장으로 출전하는 것은 공개적으로 확정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구리는 팀의 상황에 맞게 주장으로 출전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 구리는 이세돌과의 맞대결을 피하지 않고 스스로 주장으로 출전해 다시 한번 이세돌을 맞게 된다.

 

구리의 흑번으로 시작된 이날 대국에서 구리는 포석단계에서 신속하게 실리를 챙기는 작전으로 나왔으며, 이세돌은 침착하게 두터움을 쌓아갔다.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 이세돌이 백1로 뛰어들자 구리는 한참을 신중하게 생각하다가 흑2로 내려서는 것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기다렸다는 듯이 백3을 두자 구리가 움찔했다. 구리는 순간 이세돌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하마터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이세돌이 백1을 둔 본 뜻은 침입이 아닌 축머리를 고려한 것이었다. 만약 백1의 착수가 없다면 흑A,B,C,D,E로 백B자리의 한 점이 축이 되어 잡히게 된다.

 

구리는 장고에 빠졌으며, 손에 쥔 부채를 연신 부쳤다. 상대의 축조차도 간파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으며, 이 수로 패배를 예감했다. 구리는 후에 국가대표팀의 연구모임에서 이 수를 두고두고 거론했다고 한다.

 

필살의 추격전을 펼친 끝에 구리는 국면을 만회하면서 끝내기 단계에서 미세한 반집 싸움이 됐다. 끝내기에서 이세돌도 착점하는데 손끝이 떨렸으며 긴장된 분위기는 보는 이들도 숨이 가쁘게 만들었다. 결국 이세돌의 백반집승.

 

이번 시합에서 꾸이저우팀은 주장인 이세돌과 왕레이 8단이 모두 반집승을 거두면서 꾸이저우팀은 승점 1.5점을 확보하며, 당시 1위를 달리고 있던 충칭팀을 2위로 내몰면서 처음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세돌도 구리에 대해서 42패로 앞서 나갔다.

 

일곱 번째는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이 끝난 후 10개월 후 LG배 준결승전에서 두 사람은 다시 한번 결승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였다. LG배 준결승전 대진은 삼성화재배와 유사하게 중국선수 3명이 이세돌을 둘러쌓은 형세인 이세돌vs구리, 천야오예vs박문요.

 

구리가 이세돌을 이길 경우 LG배 우승은 중국선수에게 돌아가지만 구리가 질 경우 어느 누가 결승에 진출해도 중국 우승을 장담하기 힘들게 되는 상황이다. 또한 구리가 질경우 4연패를 하게 되는 것인데 이는 10번기 규칙에 따르면 치수를 고쳐야 하는 정도의 굴욕을 겪게 된다.

 

구리의 흑번으로 시작된 대국은 초반부터 격전을 펼쳤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구리가 약간 앞서 나가는 형국. 이세돌은 중앙에서100집 가량의 거대한 모양을 형성하면서 구리를 유인하여 일전을 벌였다. 이후 승부는 하변의 패싸움에 집중되었으며, 구리가 흑1로 팻감을 찾자 백2로 응수한 수가 아주 놀라웠다. 보통 같으면 8자리로 응수하는 것이 보통이며, 실전에서 이세돌은 팻감을 줄이기 위해서 흑7의 선수를 두었다. 이후 백4로 흑이 따내도록 하는 팻감을 쓴 것도 더욱더 처절함을 느끼게 만든다.

 

LG배에서 이세돌을 꺾고 결승에 오른 구리는 천야오예를 힘겹게 누르고 3:2로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다. 이세돌과의 전적도 34패가 됐다.

 

20051210, 겨울. 2005 중국갑조리그 20라운드에서 두 사람은 각각꾸이저우팀과 충칭팀의 주장으로서 다시한번 격전을 벌인다. 구리가 이세돌에게 대승을 거두면서 구리는 이세돌의 2005 중국갑조리그 주장전 4연승을 저지하며 동시에 상대전적을 4:4로 만들었다. 충칭팀 역시 4: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1위로 올라섰다.

 

여덟 번째 충돌은 이세돌의 흑번. 종반에 이르러 충칭팀이 이미 두 대국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이 대국에 쏠렸다. 열세에 놓인 이세돌이 고전하면서 강수를 연발했는데 흑은 하변 곤마를 끌고 나왔지만 백의 노타임 공격을 받았다. 이세돌은 끊임없는 장고에 들어갔고 이세돌이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 구리는 아직 30분의 여유시간이 있었다. 이세돌은 매번 초읽기 ....8,9에 황급히 착수를 이어갔다. 하지만 대마의 몰살로 입은 열세는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결국 돌을 거두었다.

 

대국이 끝난 후 두 사람은 오랫동안 복기를 했으며, 이세돌은 모든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채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 사이버오로/김경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