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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명품 바둑판에 얽힌 '사건과 진실'

풍월 사선암 2008. 8. 16. 12:34

'억대 바둑판 소송' 진실은?

 

윤기현 9단 "故 김영성씨가 기증" - 김씨 유족 "매매 위탁한 것"

유족 1심 승소 - 항소심 주목

 

14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김영성측 증인으로 출석한 백승이 부산시바둑협회 전무이사는 "김영성 이사가 평소 소장하고 있는 비자 바둑판에 대해 자랑은 많이 했지만 저녁 회식 자리나 망년회 등 어떤 자리에서도 바둑판을 누구에게 기증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고인이 소장한 '오청원반 세트'와 '세고에반 세트'를 여러 번 봤고 설명도 들어서 대단한 고가의 명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관한 얘기가 있었다면 내가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증언했다.


한편 바둑알에 대해서는 " '오청원반 세트'의 바둑알은 흰돌의 경우 부분적으로 누른 빛이 있고 무늬가 일정했으며 크기가 컸다"며 "일반적인 바둑돌은 손가락으로 집어서 바둑판에 때리듯이 놓을 수 있고 옆 돌과의 간격도 충분히 생기지만 이 돌은 너무 커서 손가락으로 집는 방식은 엄두도 낼 수 없고 겨우 '손으로 들어서' 바둑판에 놓으면 옆 돌과 완전히 붙게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흑돌도 같은 크기였다는 것이다. 백 이사는 "윤기현 9단에게서 (김영성씨 유족이) 돌려받은 바둑알을 본 적이 있는데 종전에 내가 보았던 '오청원반 세트'의 바둑알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며 "특히 흰돌의 경우 색깔과 무늬가 전혀 다르고 크기도 엄청 작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지난 7월17일 열린 1차 공판에서는 윤기현 9단 측 증인으로 부산시바둑협회 임원을 지낸 L모씨가 출정, 증언을 했다.


그는 "2003년 초겨울 무렵 김영성이사가 내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일본산 비자나무 바둑판 두 개 중 한 개를 윤기현국수에게 기증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며 "김이사는 부산시바둑협회 회식 자리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2번 정도 윤기현국수에게 바둑판을 기증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2003년 12월경 4~5명이 모인 송년회 자리에서도 공개적으로 비자나무 바둑판을 윤국수에게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도 말했다.


양측 증인의 진술을 들은 뒤 재판부는 오는 26일을 조정 날자로 지정, 김영성씨 유족과 윤기현 9단 등 소송 당사자들이 직접 법정에 출두해 합의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2008,08,16] 한국일보 / 박영철 객원 기자

 

 

억대 명품 바둑판에 얽힌 '사건과 진실'

 

<오청원 세트·조훈현 스승인 故 세고에 세트> 소장자가 윤기현 九단에 판매 의뢰 후 사망

유족, 매각대금 안 돌려주자 소송…1심 승소 / 윤씨 "세고에 세트는 증여 받은것… 항소하겠다"

 

오청원 九단 故세고에 九단

 

시가 1억원짜리 명품 바둑판을 둘러싸고 살아 있는 전설적 바둑 천재인 중국의 오청원(吳淸源·94) 九단, 일본 바둑계의 거장인 고(故) 세고에 겐사쿠(瀨越憲作·1889~1973) 九단, '세계 바둑 황제'에 올랐던 한국의 조훈현(曺薰鉉) 九단 등 기라성 같은 한·중·일 바둑 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법정 싸움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2004년 6월 부산시바둑협회 본부장을 지낸 김영성씨가 1억원짜리 희귀 바둑판 두 세트를 '마당발'로 소문난 국내 프로 바둑기사(九단) 윤기현(66)씨에게 팔아달라고 맡기면서부터다.


일본산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과 흑·백 조개 바둑알, 바둑통, 바둑통 보관함으로 구성된 세트로 이 가운데 하나는 오청원 九단이 서명해 '오청원반 세트', 다른 하나는 세고에 겐사쿠 九단과 일본 대신들이 함께 서명해 '세고에반 세트'로 불린다.

 

지독한 바둑 애호가였던 김씨는 1972년 조훈현 九단의 소개로 오청원반 세트를 구입했고, 1992년 역시 조훈현 九단을 통해 세고에반 세트도 구입했다. 김씨는 그러나 간암으로 생명이 위독해지자 치료비와 가족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이 바둑판 세트들을 내놓았고, 한 달 뒤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5년 7월 두 세트 가운데 세고에반 세트가 한 일본인에게 1000만엔에 팔렸다.

소식을 들은 김씨 가족들은 윤씨에게 바둑판 매각대금을 요구했지만 윤씨가 2006년 11월 오청원반 세트만 돌려주자 윤씨를 상대로 지난해 6월 부산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인 부산지법 민사8부(재판장 김동윤 부장판사)는 최근 "김씨가 윤씨에게 바둑판 세트 매각을 위임한 것이 인정된다"며 "1000만엔(9400만원)을 김씨 가족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윤씨는 "당시 김씨가 오청원반 세트를 팔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세고에반 세트는 나에게 증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후에 세고에반 세트는 임자가 나타났지만 오청원반 세트는 팔리지 않아 되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사실관계가 다르므로 당연히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오청원 九단은 14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신포석법을 창안하며 일본 바둑계를 평정했고, 1984년 은퇴했지만 아직도 '불멸의 기성'으로 존경받고 있다. 세고에 겐사쿠 九단은 평생 3명의 제자만 길렀는데 그들이 바로 오청원, 조훈현, 하시모토 우타로 등 한·중·일 바둑계를 호령한 영웅들이다. 특히 일본으로 데려가 길렀던 애제자인 조훈현이 1972년 한국의 병역의무 때문에 귀국하자 그 슬픔을 달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으로도 유명하다.

 

[2008,04,07] 조선일보 / 김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