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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인생의 축소판

풍월 사선암 2008. 7. 29. 19:10

"바둑이 인생의 축소판이란 말은

계속 유효해"

 

그는 선반에서 케케묵은 옛날 바둑 소설책 한 권을 빼 내 ‘증거’를 펼쳐 보였다. 흑 백의 돌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최종 결과는 소위 ‘판 빅’. 전 판의 흑 백이 모조리 비긴 상태이니 쌍방 모두 단 1집도 없는 셈이다.

 

만방씨 말대로 이 바둑에 패자는 없다.

 

“바둑이건 인생살이건 집 없다고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는 셈이지. 고래등같은 호화주택 짊어메고 저승가는 부자 놈들 하나도 못봤으니까... 그렇지 않소?”

 

황천길을 향해 눈을 찡긋하는 오만방 원장의 표정은 어떤 부동산 재벌의 그 것보다도 여유가 넘쳐흘렀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지며, 실험은 불확실하고 판단은 언제나 어렵다.(Life is short, art is long. Opportunity fleeting. Experiment uncertain, & judgement difficult.)

 

 

 

위기십결 (圍棋十訣)

① 부득탐승(不得貪勝) : 욕심을 부려서는 이기지 못한다. 盤前無心

② 입계의완(入計宜緩) : 적의 세력권에 들어갈 때는 깊게 들어가지 마라.

③ 공피고아(功彼顧我) : 적을 공격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라. 我生然後殺他

④ 기자쟁선(棄子爭先) : 돌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先手)를 취하라.

⑤ 사소취대(捨小就大) :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아가라.

⑥ 봉위수기(逢危須棄) : 위험을 만나면 모름지기 버려라.

⑦ 신물경속(愼勿輕速) : 부디 경솔하거나 빨리 두는 따위를 하지 마라.

⑧ 동수상응(動須相應) : 상대가 움직이면 나도 움직이고 상대가 멈추면 나도 멈춰라.

⑨ 피강자보(彼强自保) : 주위의 적이 강하면 내 말이 갈라지지 않게 보강하라.

⑩ 세고취화(勢孤取和) : 내 형세가 외로우면 싸우지 말고 화평을 취하라.

 


바둑과 인생

 

바둑을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인생은 무한궤도인 둥근 지구에 벌거숭이로 던져진 피투성(彼投性)의 개체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유한 인생 항로를 여행하는 나그네의 길이다.


사람은 선천적 운명 사주가 일생중에 5할을 차지하고, 후천적 운 환경이 2할을 차지하여, 선천적 명과 후천적 운이 합하여 운명이 칠할을 차지한다. 마음이 일생의 나머지 삼할을 결정하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세상이다. 바둑은 유한 궤도인 4각형 판에 던져진 흑백의 객체로 기술로 승부를 가리는 상극의 게임이고, 인생과 달리 기술이 칠할을 차지하는 기칠운삼의 세계이다.


역사와 인생은 한번 지나가면 반복할 수 없지만, 바둑은 언제든지 복기할 수 있는게 인생과 판이하게 다르다. 인간 세상은 서로 이해관계를 주고받는 인과응보의 법치이고, 돈을 주면 대가성의 상대적 급부가 필수적으로 따르는 법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정치인들과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수익을 보는 금력을 가진 자들은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화무쌍한 이현령 비현령의 법인 치외법권에서 산다. 그러나, 바둑 세계의 법칙은 주고받는 원칙이 공평하고 상식도 불변하다.


인생은 외모로 나타나는 관상에 의하고, 바둑은 바둑판에 나타난 돌의 형상에 따라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좌우된다. 바둑과 인생이 흡사한 점은 운과 기술과 마음에 따라 만사가 변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세상이다.


바둑의 역사는 4천년전에 고대 중국 요임금이 어리석은 아들에게 세상 이치를 가르치기 위하여 음양 5행의 오묘한 이치를 따라 창안되었다. 신선 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무아지경(無我之境)에 시간을 망각한다고 하여, 바둑을 난가(亂柯)라고도 칭한다. 춘하추동 사계의 화점 주변에서 시작되는 백로와 까마귀의 오로지전(烏鷺之戰)이다.


4각형 바둑판의 종횡 19줄의 361집은 1년 12달 3백65일을 의미한다. 천원(天元)과 사방의 건곤감리(乾坤邯離) 손간진태의 8괘의 화점(花點)으로 구성된다. 4각형 바둑판은 고요한 정(靜)의 세상이다. 둥근 바둑 돌은 흑이 음이고, 백은 양이고, 흑돌이 선을 잡고 상호 음양의 조화를 부려 움직일 동(動)의 천지이다.


바둑 돌의 연결은 생이요, 단절은 죽음의 사(死)이다. 기자는 절(切)이라고, 바둑은 상대 말의 연결을 절단함에서 공격이 시작되며, 돌의 연결에서 수비가 완료되는 끈기의 조화로 내 집을 축성하여 타성을 공격하는 공수의 상대성을 창출하는 조화의 작품이다.


바둑판의 1선을 사선이라 하고, 2선을 패망선이라 하나, 생사여일(生死如一)이라 사선이 꽃의 뿌리가 되는 근(根)이라 사활의 묘수가 1선에서 나타나게 된다. 3선은 실리선이라 하여 세력 확장의 교두보 역할을 하며, 꽃을 피우는 묘(苗)이다. 4선은 세력선이라 하며 꽃을 피워 결실을 맺는 화(花)로 최종 고지인 중앙을 정복하기 위한 전진 기지이다. 세상은 중원을 제압하는 자가 천하를 제패하며, 천원(天元)은 열매를 맺는 결실이다.


인생의 경영은 계획과 실행과 반성의 삼단계로 이루어지며, 사업의 경영은 기획과 집행과 통제의 삼단계로 이루어진다. 바둑 경영은 귀에서 시작되는 초반 포석의 정석과 중반 전투에서 벌어지는 행마와 종반 끝내기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정석은 약 2만8천가지로 귀와 변에서 흑백 상호간의 이해가 절충되는 돌의 흐름과 모양이며, 같은 모양이라도 수순에 따라 천변만화(千變萬化)의 조화를 부리는 게 바둑이다.


바둑의 모양은 대마와 곤마와 양곤마와 장대마 등 말모양으로 표현되고, 포도송이, 오궁도화, 매화육궁과 삿갓형과 호리병형 등은 우형으로 죽는 형상이다.


행마는 날일(日 ), 입 구(口), 눈 목(目 ), 밭 전(田), 대목자 등과 중앙으로 한칸 띄는 행마와 변에서는 1립 2전, 2립 3전의 기본 행마와 철주나 말뚝박기와 박치기를 하고, 어깨를 짚고 모자를 씌우고, 코부침과 배부침의 특별한 형상이 있다.


성경에 십계가 있고, 바둑에는 십결이 있다. 바둑 십결을 보면 인생을 보는것 같다.

 

무득 탐승(無得貪勝) : 권력에 눈이 멀어 장기 집권하면 패가망신하듯이 큰 승부에 명국이 없다. 돈과 승부욕에 너무 집착하여 과욕을 부리면 눈이 멀어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다.


세고취화(勢考取和) : 세력을 키우고자 할 때는 음양의 조화에 따라 공격과 수비를 조화시켜 중용의 사상으로 중간에서 화평을 취해야 한다.


공피고아(攻彼顧我)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여 상데방 말을 공격할 때에는 먼저 자기 말의 힘을 기르고 나서 공격하는 아생연후 살타를 말한다.


1공1수(一攻一守) : 일진1퇴(一進一退)의 공격과 수비를 겸하여 자기 말 모양을 정돈한 후에 기자 쟁선(爭先)이라 항시 선제 공격을 취해 이득을 보고 나서 뒤로 후퇴한다.


입계이완(入界以緩) : 성동격서(聲東擊西)나 도남이제북의 전법처럼 상대 말을 공격하려면, 실제로 공격할 목표의 반대편에서부터 미리 공작한 후에 본진을 공격해야 한다. 과욕을 부려 급히 적진 깊숙히 침입하면 포로가 된다.


봉위수기(逢危修棄) : 손자 병법중에 최고의 병법 35계인 연환계를 부리다 안 되면, 마지막 술법으로 36계 줄행랑 주(走)의 수단이 최고라고, 위험한 곤경을 당할 경우에는 도마뱀이 꼬리를 짤라 버리고 도망가는 사석 전법을 이용하는 병법이다. 세상 만사가 노력과 희생이 있어야 성공하듯이 바둑도 희생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


사소취대(捨小取大) : 사소한 것에 탐하다 큰 것을 잃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 큰 것을 얻으려면 적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해야 한다.


동수상응(同遂相應) : 먼 길을여행할 적에는 동반자와 동행해야 편한 법이라, 곤마는 상대의 어깨를 집어 가며 상호 동행해야 한다.


기리완급(棋理緩急) : 바둑은 물 흐르듯이 완급의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행마를 해야 한다. 이유제강(以柔制强)이라, 부드러움로 강함을 제압하는 중용의 이치로 마음을 다스린 후에 바둑을 두어야 한다. 기불 단수할 때는 상데의 말 모양을 우형화시킬 때만 하고, 거의 죽은 말은 확인 사살하지 말고 저절로 고사시켜야 한다.


실물급속(失物急速) : 욕속부달이라, 마음이 급해 돌을 빨리 바둑판에 놓으면 실수가 많아 승부에서 얻는게 없다. 돌은 상대방이 놓은 후 최소한 일분이 지난 후 두야 한다. 상수는 돌을 놓기 전에 세번 생각하고, 하수는 돌을 놓고 나서야 후회하나, 이발지시(以拔之矢)처럼 후회막급해도 소용이 없다.


장기는 10줄과 9줄의 90칸에서 17개의 군사로 규정된 행마에 의해 초나라와 한나라의 궁을 지키고, 항우나 유방처럼 서로 공격하는 패권주의의 봉건주의 노름이다. 바둑은 361집의 종횡 19줄에서 바둑 두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자유자재로 개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민주주의 노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