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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혁 9단, 상금제 도입 제안!

풍월 사선암 2008. 1. 4. 21:25

유창혁 9단, 상금제 도입 제안!

 

이 기사는 유창혁 9단이 사이버오로에 기고한 글로 사이버오로의 논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편집자)

 

무자(戊子)년 쥐띠해, 바둑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모든 분야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지난해 우리 바둑계가 알찬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팬 여러분의 성원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올해에도 변함없는 성원 기대하며 이에 보답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바둑잡지를 보다 미수(米壽)를 앞둔 사카다 에이오 9단이 한 대담에서 말한 다음 한마디가 오래 눈길을 붙들었습니다.

 

바둑팬과 일본기원이 있었기에 사카다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곧 저와 한국기원 소속 모든 프로기사들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 한국기원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바둑발전연구회의 멤버로 참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금제에 관한 이 글은 이러한 공적인 직책을 떠나 유창혁 일개인의 의견임을 먼저 밝힙니다. 제 직분과 관련이 있는 기관이나 기구의 입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한명의 프로기사로서 개진하는 사견임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 숙고하였습니다. 특히 선배 및 후배 동료 기사들에게 혹여 누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떳떳이 공론화하는 것이 우리 바둑계의 발전과 동료 기사들의 앞날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새해 들머리에 이렇게 인터넷바둑사이트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처한 위치와 관점에 따라 방법론의 차이는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다 사카다 9단과 같은 마음일 것이므로 설령 외람되고 생각이 모자란 구석이 있다 해도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난해 1026일자 중앙일보에 상금제에 대한 제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후 상금제는 바둑계의 논란거리가 되었고 싫든 좋든 그 중심에 제가 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일보에는 지면사정 때문인지 자세한 내용은 안 나오고 짧게 시장원리의 필요에 따라 상금제가 필요하다라는 취지의 보도와, 하나의 사례일 뿐이었는데 64강 상금제 안을 구체적인 예로 들다보니 본의와 달리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았던 듯했고 실제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차라리 제 취지를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오해를 불식하고 이번 계기를 통해 우리 바둑계의 위기를 공감하고 모두 머리를 맞대고 발전적인 쪽으로 공론을 모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사실 상금제 논의가 나온 지는 10년 이상 됐습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바둑계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면 하나같이 일본의 바둑제도를 뒤따라온 우리바둑에 대한 우려가 컸고 바둑계의 위기상황에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이러한 우리 바둑계의 제도적인 문제점에 대해 공감은 했으되 이러한 논의가 일부 술자리 차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공론화하지 못하는 바람에 응집력을 모으는 데 실패했습니다.

 

2년 전에도 개혁위원회에서 상금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공론화되지 못한 채 사장된 전례가 있습니다. 여기서 먼저 상금제와 대국료제에 대해 간략히 설명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고수해온 기전의 상금 배분 방식은 대국료제입니다. 프로기사가 대회에 참가하여 둔 대국에는 예선이든 본선이든 반드시 대국료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상금제는 대국 위주가 아닌 성적 순위에 따라 지급하므로 대회가 정한 순위 안에 든 기사에게만 상금이 주어집니다. 바둑을 제외한 모든 스포츠 종목이 상금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우리 바둑계의 대국료제는 일본이 만든 제도를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예전 기사 수가 적었을 때 맞는 제도입니다. 다분히 기사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제도로 제가 보기엔 기사 수가 50명이면 적절한 시스템이나 그 이상 늘어나면 맞지 않는 제도입니다.

 

일본은 일본기원과 관서기원을 합치면 기사가 무려 600명이 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국료제를 고집하면 새로운 기전을 만들기도 힘들고 기존 기전의 규모를 키우기도 어렵습니다. 일본의 바둑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스폰서들이 기전 예산 증액에 난색을 표한다고 합니다. 스폰서 입장에서야 기전을 주최하는 것은 홍보가 주된 목적일 텐데 예선대국은 홍보도 안되고 버려지는 돈으로 보일 것입니다. 기사가 늘어나면 날수록 대국 수와 대국료는 늘어날 것이고 예산증액은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일부 기전의 대국료는 말씀드리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물가는 매년 오르고 있는데 대국료는 제자리걸음이니 결국 깎이고 있는 셈입니다. 예선대국료의 경우 일일노동을 해도 이보다 많을 것이라며 자존심 상해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도 이젠 기사가 200명이 넘습니다. 대국료제의 골격을 고수하면서 스폰서에게 기전규모를 키우길 기대할 수만은 없는 한계점에 다다랐습니다. 물론 한국기원 집행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좀더 사정이 나아질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국료제를 고수하는 한 근본적인 방책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기사들은 집행부에 불만-특히 기전 섭외나 기전 증액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내부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스폰서 입장에서 기전을 키울 메리트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홍보 차원에서 보더라도 솔직히 현재 1억 기전이나 5억 기전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한국기원 소속의 똑같은 기사가 하나같이 비슷한 방식으로 치르는 대회인데 기전 규모가 크다 하여 그만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요.

 

기전 집행부에만 의지하고 탓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때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할 때입니다. 우리 바둑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더라도 개혁을 서둘러야할 때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바둑의 정점은 10년 전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는 점차 하향 추세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이는 제가 일선에서 어린이바둑 보급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뼈저리게 느끼는 바입니다.

 

바둑을 배우는 학생이 3분의 1 정도로 떨어졌고 프로 지망생은 더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우리 바둑이 세다고 착각합니다. 여전히 세계최강을 유지하고 있으니 외관상 아무 문제없어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10년전 피크 때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 애들이 지금 성적을 내는 것일 뿐입니다. 앞으로 5년만 지나면 다 빠져나갑니다. 새롭게 배우는 애들이 날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곧 힘들어질 겁니다.

 

바둑전문도장의 경영상태도 어려워지고 있고 바둑교실도 서울이 80여 곳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기업이 초청하는 바둑행사에 나가보아도 30~40대 바둑애호가는 드물고 거의가 50~60대들뿐입니다. 한국기원 집행부는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보급 일선의 체감온도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제가 비난을 무릅쓰고 상금제를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침체를 타파하기 위한 한 방안인 것입니다.

 

상금제에 대해 심히 우려하는 분들도 현행 대국료 제도가 문제 있다는 건 다 공감하십니다. 바둑계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파악하고 계십니다. 단지 방법론의 차이에 따른 시각차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제도 개혁을 해야만 모두가 사는 길인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금제로 전환할 경우 선배 기사분들께서 가장 아파하는 부분이 자존심' 부분이라는 것 잘 압니다. 현실적인 대국료 몇 푼보다 프로로서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놓아버려야 하는 아픔이 더 크기에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대국료는 일종의 프로에 대한 대우이자 권위이기도 한데 컷오프 방식이 도입되는 상금제는 일견 이러한 것들을 무시하는 제도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프로기사이며 이미 전성기를 지나 젊은 후배들에게 밀리고 있는 처지에 있습니다. 선배, 동료들의 마음을 모를 리 없습니다. 만약 상금제가 일부에서 말하는 고려장' 같은 제도에 불과하다면 저 또한 그 피해를 면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상금제가 적어도 현행 대국료제보다는 훨씬 낫고 좋은 여건을 조성해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는 것이기에 이처럼 공론화하여 그 폐해를 최소할 수 있는 보완책과 더 좋은 아이디어를 구하고 모색하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입니다.

 

상금제로 갔을 때 얻게 되는 장점에 대해 몇가지 열거해 보겠습니다.

상금제는 현 기전규모만 가지고도 일단 상금이 커져 팬들의 관심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4인방의 일원으로 활약하던 시절 저도 1년 수입이 3억대를 기록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 이창호 9단은 6~7억대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이승엽 같은 스포츠스타의 연봉이 1억대에 불과했습니다. 바둑스타들의 수입에 부모들이 ~!” 하고 관심을 가졌고 바둑을 배우게 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팬들도 상금이 많이 걸려 있으면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습니까? 기전 규모도 전반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설령 커졌다한들 기사 수가 늘어나니 대국료는 결과적으로 줄어든 꼴입니다. 이러니 스포츠스타들은 10, 20억이 우스울 정도로 몇 곱절 뛰었는데 우리 바둑계의 톱스타는 그때나 지금이나 몇 억이 최고입니다. 저 같은 경우 짜릿한 맛이 조금도 없습니다. 솔직히 프로기사조차 요새는 도전기나 되어야 관심을 기울이고 대국을 들여다볼 정도입니다. 우리 같은 선수들도 이럴진대 팬들은 더 심할 것입니다. 천편일률적인 대국료제로는 기전의 재미와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월간바둑 20081월호 '구기호의 핫이슈 토론' 장면.

 

상금제에 대한 논제로 천풍조 8단과 여러가지 의견을 나누었다.

 

상금제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는 분들은 상금제 되면 뭐가 좋아지느냐? 상위랭커들만 좋은 일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는 소외되는 기사들에 대한 보완책이 전무할 때의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몇가지 방안이 나왔고 본격적으로 논의는 하였으나 기사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단계의 안에 불과하기에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기에는 시기상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프로기사들과 바둑계의 실무자들이 심도 있게 다루어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며 그때 다시한번 바둑팬들께 알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원론적인 얘기입니다만, 프로바둑은 스폰서와 팬을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스폰서의 입장에서 나눠먹기식의 대국료제는 홍보 효과도 떨어지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기사의 입장만을 생각한다면 복지로 가면 좋지만 이런 흐름으로 계속 가면 스폰서는 돈을 쓰지 않게 될 것이고 결국은 나눠먹다 다 죽을 게 뻔합니다. 그렇기에 대국료제에서 상금제로 뼈대를 새로 세우자는 겁니다. 상금제로 골격을 다시 짜야 다양하게 뭔가를 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본의 예를 봐도 명확해집니다. 일본의 바둑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것은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현행 대국료 뼈대로는 뭔가 개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집행부나 실무자들이 앞장 서 개선해야 하는데 위험부담 안는 걸 무서워하니 점점 더 힘든 상태로 밀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도 사정이 나을 것은 없다고 봅니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면 그래도 우리는 개혁을 감행할 수 있는 더 유리한 조건과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금제와 더불어 제가 주장하고 싶은 건 오픈전입니다. 상금제와 병행해 기전을 오픈해야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아울러 팬 관심을 증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둑실력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오픈전은 전면적인 전체개방과 점진적인 부분개방 두가지를 놓고 당장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지만 나중에는 다 오픈으로 가야만 합니다. 오픈전으로 가기 위해서라도 상금제가 우선 도입되어야만 합니다. 국내기사만 해도 200여 명인데 자비로 출전하는 외국기사까지 가세하면 수백 명을 훌쩍 넘길 것입니다. 컷오프제로 순위에 따라 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고선 현행 대국료제 시스템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국내 기전을 오픈하면 일본은 당분간 공부하는 기사 중심으로 참가할 테지만 중국은 많은 기사들이 올 것입니다. 자연 중국에 기전이 홍보될 것이며 국내는 물론 외국까지 홍보효과를 누리는 만큼 스폰서도 더 투자할 것입니다. 이때는 바둑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기업들도 눈길을 돌려 기전 주최를 저울질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오픈전이 주는 장점은 우리 한국바둑이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프리미어리그로 자리하게 될 것이란 점입니다. 사업도 그렇듯 선점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바둑의 종주국이 되어야 한다고 말만 무성했지 뭘 노력하고 보여준 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유일하게 내세운 건 세계최강'이란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진실로 우리가 세계바둑 최강국임을 자처할 수 있는가요? 얼마나 이 최강국의 위상을 오래 누릴 수 있을까요? 축구의 세계 최강국은 브라질이지만 정작 최고의 무대는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이며 영국이 종주국 대접을 받습니다.

 

이와같이 오픈전은 한국을 최고의 바둑무대로 자리하게 할 것이고 그때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세계 최강국으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바둑의 프리미어리그로 우뚝 서면 결국 시장도 커지고 분위기도 좋아져 우리 기사들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은 한중일 바둑3국이 모두 공동 패망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젠 시장을 오픈하여 통합무대를 만들어 파이를 키워야만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상금제가 선행되어야 하며 빠른 시일 안에 오픈전을 병행해야 합니다. 우리가 과감히 앞에서 이끌어야 이들도 용기를 내어 따라올 것입니다.

 

오픈전이 가져다줄 또 하나의 이점이 있습니다. 현재 바둑계의 문제가 골프나 테니스 축구처럼 기록경기이면서도 세계랭킹을 산정하지 못한다는 점인데 상금제 오픈전이 시행되면 랭킹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는 기준 기전이 늘어나므로 자연스레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팬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입니다.

 

대국료제 하에서도 대국료 수입이 미미한 기사는 보급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상금제로 바둑시장이 활력을 얻는다면 바둑지망생이 늘고 보급의 길이 다양해질 것이니 일자리도 늘어날 것입니다. 상금제 전환에 따른 변화로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나중엔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개혁이란 소수의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혜택을 입는 다수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따른 다수의 대승적인 양보-특히 성적을 내고 있는 젊은 기사들의 양보의 자세도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소수든 다수든 개혁의 큰 틀에서는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상금제는 아마바둑의 활성화와 연구생 부분도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상훈 2단의 돌풍에서 보았듯 실력 있는 연구생들의 정체도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뒤늦게 재능이 터지는 재목도 있는 법인데 이들에게도 숨쉴 여지, 희망을 주어야 활력 넘치는 바둑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좀 과장하여 말한다면, 다 죽은 기전이고 재미도 없고 관전하는 맛도 없습니다.

 

가령 오픈전으로 갈 때 한국기원이 공인하는 아마추어 대회 입상자나 연구생 1~2조 멤버에게도 출전권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만합니다. 골프대회처럼 아마가 상금 순위권에 들어도 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도 있을 테고, 아예 참가비를 받고 상금을 주는 방안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추어는 성적에 따른 점수를 매겨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올리면 프로자격을 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게 처음 시작이 어려워 그렇지 한번 물꼬를 트고나면 자연스러워지는 법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가 주장하는 상금제가 100% 맞다고 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을 키우고 좋아지게 하기 위해선 현행 대국료제로는 힘들다는 것이고 상금제로 과감히 변신하는 것이 더 발전적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해를 최소화하고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기사들에 대한 복지 대책 등 제도적 보완에 대해 수면 아래에서만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하여 바둑계가 다 함께 지혜를 모으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상금제에 대해 어떤 부분 문제를 제기하고 보완책을 제시한다거나 이보다 더 좋은 안이 있으면 기꺼이 따를 것입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의견일 뿐 구체적인 그림은 바둑계가 공동대처할 부분입니다. 진짜 논의를 많이 해야 할 안건이고 찬반 양론이 거셀 제안이겠지만 기본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건 맞다고 느낀다면 더 늦기 전에 결심하고 가야할 것입니다. 제가 늘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무관심이며 특히 걸어온 길보다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은 젊은기사의 무관심은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에 상금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바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발전적인 토론과 고민이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2008년 정월에 유창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