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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Knowhow]사활정복 편

풍월 사선암 2007. 9. 18. 08:34

[나만의 Knowhow]사활정복 편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어쨌든 후자는 부럽다. 학창 시절부터 '수학 혐오증', 나아가 '수학 공포증'마저 가지고 있는 기자로서는 수학에 재능과 취미가 있다는 사람이야말로 하늘이 내린 이들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선민사상(?)'조차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묘한 것은 바둑에 있어 사활문제풀이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현상은 수학을 꺼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활문제 풀기를 지극히 싫어한다는 사실. 한마디로 골치가 아프고, 지루하다는 불평불만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서점 바둑코너에서는 사활문제집이 가장 잘 팔리고 있고, 사활문제 푸는 맛에 바둑공부한다는 사람도 부지기수라는 것. 바둑이 느는 속도로만 봐도 사활문제풀이를 즐기는 쪽이 탁월한 '가속능력'을 보인다.


사활은 기력이 늘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다. 수읽기의 핵이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포석을 그림같이 짜놓으면 뭐하나, 중반들어 돌이 얽혔다 하면 어김없이 대마가 휘떡휘떡 나자빠지는 것을.


사활문제풀이는 사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공부이다. 까다로운 미적분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완벽히 풀어냈을 때의 그 짜릿한 쾌감. 땀흘려 아침운동을 마친 사람이 아니고선 그 꿀같은 밥맛을 알지 못한다.


[당신의 타입은?]


사활문제를 대하는 사람의 부류를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과연 당신은 어느 타입인가? 서로가 우열을 가릴 수는 없고, 모두가 일장일단이 있다고 보면 된다.


우선, 가장 고전적인 스타일인 '불굴의 용사형'. 한번 문제를 들었다 하면 풀릴 때까지 몇 시간이고 물고 늘어지는 불독형이다. 이른바 '책상물림형'인 이런 타입은 어지간한 둔재가 아닌 이상 바둑이 는다. 그것도 팍팍!


하지만 이 방식은 효과가 뛰어난 만큼 따르는 고통도 크다. 한가지 일에 쉽게 싫증을 내거나 엉덩이가 가벼운 편이라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두 번째 타입은 '코페르니쿠스형'. 이른바 발상의 전환을 중시하는 타입으로 성격 급한 사람에게 '딱'이다.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의 사활공부 스타일은 한마디로 속전속결. 문제를 대하면 본격적인 수읽기에 앞서 먼저 해답편을 냉큼 펼쳐놓고 본다. 해답을 통해 거꾸로 수순을 음미하며 '아, 이런 식으로 잡을 수 있구나', '요런 묘수가 있어 간단히 두 집을 내고 살 수 있구나' 하고 무릎을 치다보면 사활실력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튼튼하게 붙는다.


세상에 그런 말도 안 되는 공부방법이 어디 있느냐고? 우습게 보지 마시라. 이 방법은 입단 전 조치훈 九단이 시도하여 짭짤한 성과를 올린 '족보'에 있는 비법이다. 특히 사활문제를 척 보고 한눈에 급소를 찾는 데에 엄청난 약효가 있다고 한다.


세 번째 타입은 '중도노선형'. 위 두 가지 타입의 타협형이다. 문제를 대하면 몇 분 정도 열심히 생각해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답을 보거나 그냥 다음 문제로 넘어가 버리는 유형이다. 첫 번째 방법에 '쓴맛'을 보았거나 심한 거부감을 지닌 사람에게 이 방법을 권한다. 고통은 훨씬 덜하면서도(특히 정신건강 측면에서 ^^) 효과는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방식은 아무래도 정독보다는 다독형에게 알맞다. 대충 훌훌 넘기듯 책을 읽는 대신 두 번, 세 번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 숙달하는 '반복학습' 기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자투리 시(時)테크]


사활공부의 장점은 따로 시간을 내어 바둑판 앞에 앉지 않아도 된다는 데에 있다. 자투리시간만 잘 활용해도 막대한 기력 향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효자종목'이기도 하다.


자투리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건의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즉, 언제 어디서건 사활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과 '하겠다'라는 정신자세(?)를 갖추는 게 승부의 관건이다.

환경 조성이란 것이 별 게 아니다. 뭐니뭐니 해도 언제라도 펼쳐볼 수 있도록 작은 사활책 한 권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습관이 중요하다. 사무실에도, 집안에도, 가방 속에도, 침대 머리맡에도, 하다못해 화장실에까지 사활책 한 권 비치해놓는 열성이 필요하다.


5분, 10분을 우습게 알지 말자. 사활문제 한두 개 정도는 거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다. 상대가 약속시간에 늦을 때 짜증내지 말고 사활책을 펼치자. 잠들기 전 하루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사활책을 펼치자.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옆자리 아가씨 샴푸냄새에 정신 팔 게 아니라 사활책을 펼치자. 지루한 회의시간, 상사 몰래 사활책을 펼치자.(뒷일은 책임지지 못합니다 ^^)


[너 자신을 알라!]


어떤 사활책을 보아야 하느냐고?


쉬운 책부터 보자. 자신의 급수에 맞추면 좋고, 한 두 단계 정도 낮추면 더욱 좋다. 하나의 어려운 문제를 오랜 시간 공들여 푸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쉬운 문제 서너 개를 푸는 것이 훨씬 재미도 나고 효과도 좋다. 괜히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들고 자신의 인내력을 테스트할 필요는 없다. 사기저하의 주범일 뿐이다.


이왕이면 실전에 많이 등장하는 사활문제를 푸는 것이 좋다. 물론 실전에 나올 가능성이 없는 문제를 대하는 것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전사활은 초심자들이 풀기에 대부분 난이도가 높다. 간혹 '실전에 나오지도 않는 사활문제는 의미가 없다'라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어차피 수읽기 배양을 위해 공부하는 것인 만큼 꼭 실전사활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빈도높은 사활은 외워라]


실전에 단골로 등장하는 귀의 사활 모양같은 것은 아예 수순을 외워버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이해를 하고 풀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 정석 수순 외듯 그냥 머릿속에 우격다짐으로 넣어두는 것도 한 방편이다.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九단같은 기사는 초중급자들의 경우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 귀의 사활을 외워두는 것만으로도 한 두점 기력 향상의 효과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기원 홍보실 양형모 대리 / ryuhon@baduk.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