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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1위 이세돌, 진정한 일인자인가?

풍월 사선암 2007. 7. 29. 23:19

   랭킹1위 이세돌, 진정한 일인자인가?

이창호를 넘어야 진정한 일인자

 

 

2007년 이창호와 이세돌의 첫 대결이 다가오고 있다. 이창호 9단은 지난 1월 삼성화재배 결승부터 7월 왕위전 도전기까지 힘겹게 상반기 일정을 마쳤다. 올해 이창호 9단은 과거의 성적에 견주면 ‘죽을 쒔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 틈에 이세돌 9단은 연일 주가를 올리며 랭킹 1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올해 이세돌 9단이 랭킹 1위로 올라서기까지 이전 랭킹 1위였던 이창호 9단과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다니 말이다. 그렇다. 2007년에 들어와 이창호와 이세돌 9단은 단 한번도 대결한 적이 없다. 랭킹 1위가 바뀌고 이창호의 20년에 가까운 독재정치가 내리막으로 치닫고 있는 2007년. 한국 바둑사의 한 페이지에 영원히 기록될 해였으나 불가사의(?)하게도 양웅의 격돌은 한 번도 없었다. 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이세돌 9단 본인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2007년 7월 31일에 있을 강원랜드배 명인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두 기사는 명인전 본선리그와 바둑왕전 승자조 4강 두 번의 대국을 기다리고 있다. 이창호와 이세돌이 격돌하는 무대로는 조금 초라한(?)느낌이 없지 않지만 세계대회 결승에 준하는 빅매치임은 틀림없다.


2007년도 눈깜짝할 새 후반기를 열어젖혔다. 격동했던 바둑계 상반기를 이세돌과 이창호 두 기사를 중심으로 한 번 정리해 본다.


명암이 엇갈린 2007년 상반기

한국바둑을 이끌고 있는 두 기사의 2007년 상반기 성적표가 재미있다. 이세돌은 두 개의 세계대회 우승컵을 차지하고 46승 7패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올리며 이창호에게 랭킹 1위 자리를 빼앗았다. 세 번의 준우승과 왕위 방어, 농심배 우승 결정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린 이창호의 성적이 초라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창호의 성적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심각한 부분이 있다. 명인전 2승 3패, GS칼텍스배 1승1패를 기록하며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고 국수전, 물가정보배, 농심배 예선에서는 일찌감치 탈락했다. 3번의 결승에서 패하고 간신히 왕위 타이틀을 방어해 무관 위기에서 탈출한 것 자체로 일인자의 체면은 이미 구겨진 것이다. 입단 이후 최악의 해다.


특히 전자랜드배에서 보여준 실수는 이창호가 범했다고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만일 이런 상태가 1~2년 동안 계속된다면 대부분의 기전에서 시드마저 내주고 예선부터 시작해야 처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둑내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종반으로 가며 눈에 보이는 실수가 많아졌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덜컥수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은 기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심리적 불안감이나 체력적 문제로 풀이할 수 있다. 컨디션만 회복된다면 언제든지 예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이창호 vs 이세돌

두 기사는 이미 수십 합을 겨뤄왔다. 최근에는 이창호가 3연패로 밀리고 있지만 역대전적은 23승 18패로 앞서 있다. 사실 승부세계에서 지난 전적을 거론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 최근 전적도 거의 1년 전 일이 아닌가. 승부는 당일의 기세에 달려있고 싸워 봐야 아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의 전적이 오늘의 지표를 가늠하게 하는 참고자료는 될 수 있다.


이세돌은 1999년 KBS바둑왕전에서 처음 만난 이창호에 불계패를 당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본선 대국에서 두 차례 격돌해 1승씩을 나눠가졌다. 이세돌 9단이 박카스배 천원전과 배달왕기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시점이었다.


마침내 2001년 두 기사는 처음으로 정상에서 맞붙는다. 제5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이었다. 당시 이창호의 위세는 천하를 뒤흔들고 있었던 반면 이세돌은 결승 진출 만으로도 큰 뉴스가 되던 시기였다. 이세돌은 예상을 깨고 1,2국을 내리 이기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아쉽게도 이후 내리 세 판을 지며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때부터 ‘이세돌’이라는 이름은 바둑팬들의 뇌리에 깊숙하게 박히게 된다. 연말에 KBS바둑왕전에서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2:0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2001년 제5회 LG배 세계기왕전 5국 복기장면

 

2002년은 이세돌이 첫 세계타이틀 홀더가 된 해이다. 4강에서 이창호 9단을 누르고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꺾었다. 그리고 파죽지세로 왕위전 도전자가 되어 이창호 앞에 섰으나 첫 판을 이기고도 5국까지 가는 접전 끝에 왕위성 함락에는 실패했다.


2003년엔 이창호에 5승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보였다. 특히 LG배를 차지해 2년 전의 패배를 설욕한 것은 매우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 기세를 몰아 2004년에 다시 왕위전에서 성문을 두드렸으나 금방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았던 이창호 9단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2005년에는 이세돌 9단이 별다른 성적을 보이지 못하며 2패만을 기록했다. 그리고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열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 3번기에서 이창호 9단에게 2:0으로 패하는 아픔을 겪는다. 1차 도전이 가능성을 남긴 패배로 끝나고 이세돌이 잠시 주춤했던 시기였다.


2006년에 이세돌은 전열을 정비하고 후지쯔배, 토요타덴소배, GS칼텍스배, KBS바둑왕전에서 이창호를 꺾었다. 또한 이 중 후지쯔배를 제외한 나머지 기전에서 모두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리해 보면 이창호는 이세돌을 맞아 41번을 겨뤄 23승 18패를 기록했다. 번기(番棋) 승부에서 6번, 결승에서 5번을 만났고 이 가운데 이세돌이 이긴 것은 한 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