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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유창혁

풍월 사선암 2007. 7. 29. 23:08

옛 어른들 말씀처럼 세월은 어쩔수 없는지 희끄멀겉고 얄쌍했던 청년 유창혁은 온데간데 없고 이젠 그자리에 검은 머리칼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는 흰 머리카락이 어색해 뵈지 않는 중년 유창혁이 자리잡았다


야구 길드에 웬 바둑기사 예기냐 하겠지만 게시판 성격도 성격이거니와 따로 쓸것도 없고 전혀 별개처럼 보이지만 (물론 내 생각일진 모르지만) 바둑과 야구...어느정도 공통분모가 상응한다고 생각하기에 끄적여 본다.


바둑을 조금만 아는 이들이라면 그의 이름 석자 정도는 알고 있을것이고 나아가 취미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닉네임 역시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일지매> <세계최고의 공격수>


<유왕위>,,,,


닉네임에서 보듯 그는 공격바둑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존의 조훈현 역시 흔히 잘못 알고 있기 쉽지만 전형적인 공격바둑은 아니었고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타계를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싸움이 일어나고 또 승률이 좋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만큼 공격지향적으로 비춰 진것일뿐 공격바둑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유창혁의 공격바둑 명기보들을 보면 참 놀랍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예전 가토 마사오처럼 대마를 몰아치는 대마잡이의 스케일을 자주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실리를 노골적으로 챙기고 타계솜씨로 상대진영에서 귀신같이 살아버리는 조치훈류 와도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두텁게 초반을 짜고 후반 끝내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이창호와 비슷한 것도 아니다 실리를 밝히지도 않는다. 상대가 실리를 밝혀도..초중반 확정가에서 20집이상 벌어져도 실리를 억지로 챙기지 않는다. 초연하다 그럴 동안 대신 공격을 위한 두터움을 쌓는다. 어느정도 그 작업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된다. 절대 억지스럽게 공격을 하지도 않으며 득이 없이 기분만 내는 공격도 절대로 하지 않는 바둑이다  ...

 

투박하고 억지스러움이 보이는 공격이아니라 자연스럽고 유연한 고급 공격이다  공격을 하며 자연스럽게 실리를 벌고 또 자연스럽게 공격으로 얻은 갖가지 프리미엄들은 어느새 집으로 전환되어 있다 이게 유창혁 바둑 한판 한판에서 볼 수 있는 놀라운 반전이다.


속된 말로 유창혁은 큰물에 강하다 자잘한 국내대회에서 번번히 토너먼트 탈락을 하던 시기조차도 우승상금 2억원이상되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만큼은 심심치 않게 우승을 차지했다 그마만큼 집념을 쏟아붇는 승부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강한, 그러면서도 매력있는 승부사다 최연소 아마국수를 차지했을 정도로 어린시절부터 큰 경기 경험이 많다는 것도 한 이유지만  유창혁의 본연의 승부관에서 또 그에 기인한 집중력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은 40이 넘어 예전만큼의 패기 넘치는 바둑을 자주 선보이진 못하고 있지만 슬럼프를 극복한 몇몇 중년 기사들처럼 다시한번 도약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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