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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세계수영선수권 우승하기까지

풍월 사선암 2007. 3. 27. 16:01

천식앓던 ‘수영 신동’ 세계를 휘어잡다

박태환, 세계수영선수권 우승하기까지


도하아시안게임후 감독과 이별 등 마음고생

한달간 쉬다가 연습 재개 두달만에 우승

피겨스타 김연아와 ‘인터넷 일촌’… 서로 격려


멜버른(호주)=성진혁 기자 jhsung@chosun.com


딱 두 달이 지났을 뿐이었다. 박태환(18·경기고)은 작년 말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등 메달 7개를 따 내며 대회 MVP로 뽑힌 뒤 한 달쯤 물을 멀리했다. 체력이 바닥나 쉬고 싶었던 데다, 10년간 자신을 지도했던 노민상 현 수영 대표팀감독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아버지 박인호씨는 “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온 뒤 아이가 한동안 부모와도 말을 잘 하지 않고, 제대로 밥을 먹지도 않았다”며 걱정했다. 72~73㎏쯤 나가던 몸무게는 6㎏쯤 줄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박태환(가운데)이 2위 우사마 멜루리

(왼쪽·튀니지)와 3위 그랜트 해킷(호주) 사이에 서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태환은 자신의 몸 상태를 ‘제로’라고 평가했다. 두 달 남은 세계선수권은 포기하고 8월 프레올림픽을 목표로 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다. 1월말부터 괌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시작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기본기를 바탕으로 하루 평균 1만5000m 안팎으로 수영 거리를 늘렸다. 페이스 조정, 단위 거리별 스피드 훈련엔 이미 익숙한 상태였기 때문에 예상외로 무리가 적었다. 키가 1m81에서 1m82로 자라고, 몸무게가 74㎏쯤으로 불면서 힘도 좋아졌다.

 

대회 공식 연습 땐 노민상 감독을 비롯한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찾아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 노 감독은 박태환이 25일 오전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에 가까운 기록을 내자 “태환이가 가장 낫다. 오늘 저녁 무조건 우승한다”고 장담했다. 박태환 스스로도 우승 뒤 “잠시 멍했다. 남들이 1~2년 준비하는 세계선수권을 2개월 훈련하고 우승해 놀랍다. 내 기록을 계속 깨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수영 전문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스윔뉴스(www.swimnews.com)는 “박태환은 더 이상 왕위를 노리는 2인자가 아니다. 400m 우승으로 ‘박태환의 시대’를 예고했다”며 이날 우승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스윔뉴스는 또 “매끄럽게 저항을 줄이는 영법과 필요할 때 폭발하는 스퍼트능력은 이언 소프를 연상시킨다”며 극찬했다.


세계 장거리 수영에 새 시대를 예고한 박태환은 1989년 9월27일 박인호(57), 유성미(50)씨의 1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감기에 천식증세까지 앓던 5살 때 의사의 권유로 물을 접했다. 천부적으로 물을 타는 능력이 뛰어나다. 영법의 연결동작이 부드럽고, 무게 중심을 가슴에 잘 잡는다. 폐활량(7000㏄)은 일반 성인(4000㏄)보다 훨씬 크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소년체전에 출전한 이후 두각을 나타냈다.


어머니 유씨는 “3학년 아들이 5~6학년 형들을 이겨 다른 학부모들의 부러움을 많이 샀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로 출전했다가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해 한 동안 실의에 빠졌다가 이겨냈다.


2005동아시안게임 자유형 400m 금메달, 2006팬 퍼시픽대회 400m·1500m 금메달, 2006도하 아시안게임 3관왕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번에 초밥 50접시를 비울 정도로 대식가이면서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 25일도 점심으로 초밥을 먹고 세계를 제패했다. 수영과 마찬가지로 불모지였던 피겨 스케이팅에서 스타로 떠오른 김연아(17·군포 수리고)와 ‘십대 국민 스타’로도 인기 몰이를 하는 중. 둘은 인터넷 미니 홈페이지를 통해 ‘일촌’을 맺으며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이번 세계수영선수권과 피겨선수권을 앞두곤 김연아가 ‘Good Luck!!!’이라는 응원글을 올렸고, 박태환도 ‘몸 관리 잘 하구 있어?? 화이팅!!!^^’이란 메시지를 남기며 힘을 북돋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