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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이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풍월 사선암 2007. 3. 17. 00:00

[사설] 종부세, 이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올해 부동산 보유세가 크게 오를 전망이다. 보유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최고70% 상승했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6억원이 넘는 부동산에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가 세 배까지 치솟는다. 일례로 서울 목동의 35평 아파트 세금은 지난해 148만원에서 올해 444만원으로 오른다고 한다. 종부세 대상도 지난해 35만 명에서 올해 60만~7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자랑하던 '세금폭탄'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지금의 집값은 분명 비정상이다. 누구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너무 올랐다. 이 과정에서 집이 없거나 조그만 집을 가진 많은 사람이 박탈감에 시달렸다. '종부세 한번 내봤으면 좋겠다'는 정서가 퍼져 있는 현실도 백번 이해가 된다. 우리도 절실하게 집값 안정을 바란다. 하지만 지금의 종부세가 합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종부세를 도입한 목적은 집값을 안정시키자는 데 있다. 집주인을 혼내 주거나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만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종부세는 지나치게 징벌적으로 변질됐다. 정부는 종부세 내는 사람을 죄다 투기꾼으로 간주하고, '혼 좀 나 봐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은연중에 종부세를 내는 사람과 내지 않는 사람을 편 가르며 질시의 문화를 자극하고, 갈등을 획책한다.


세금이 1년에 세 배씩 오르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실제로 올해 말에는 종부세를 내기 어려운 사람이 적지 않게 생길 것이다. 정부는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전체 가구의 1.7%인 18만 명만 대상이니 98%는 안심하라"고 했다. 그러나 올해는 60만~70만 명, 내년에는 그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이들 상당수는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봉급생활자와 은퇴 고령자다. 수입이 뻔하거나 아예 없는 사람도 있다. 애당초 투기와는 거리가 멀고, 집 한 채 갖기 위해 평생을 알뜰히 살아온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정치권은 지난해 종부세를 보완하자는 의견을 내놓다가 최근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고 있다. 국민 5명 중 4명꼴로 종부세를 찬성한다니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젖어 있는 것이다. 다수가 찬성하는 의견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여야 어디에도 문제의식을 가진 정치가는 없다.


사회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종부세는 손봐야 한다. 오랫동안 집 한 채에 의지해 살아온 사람, 특히 소득이 없는 고령자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의 29%가 1주택자였다. 이 가운데 장기 보유 1주택자는 더 적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빼 주는 게 큰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종부세 부과기준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당초 2%만 부과하기로 했던 종부세 대상이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사실 6억원이라는 기준 자체가 지극히 자의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 부동산 정책의 과잉을 우려했다. 정부는 귀담아 듣기 바란다. 역사적으로도 세금을 휘두르며 국민을 억압하는 정책은 지탄을 받았다. 집값을 잡아야지 집주인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2007년 3월 15일 (목) 00:1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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