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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에 빼앗긴 봄 …`환경 주권` 못 찾나

풍월 사선암 2007. 4. 2. 07:23

황사에 빼앗긴 봄 …`환경 주권` 못 찾나

농작물 피해 등 매년 3조 ~ 5조원 규모

중국·몽골에 적극적인 대책 요구해야

 

 

1일 전국에 황사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마스크와 모자를 쓰거나 스카프를

둘러쓰는 등 황사로 고통을 겪었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 세워 둔 차량에 누런 먼지가

쌓여 있다(사진右)


"황사는 일종의 자연현상이므로 소멸할 수 없고, 황사 방지는 사실상 과학법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친다허(秦大河) 중국 기상국장은 지난달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뉴스 포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황사가 오랜 세월 동안 계속돼 온 것인 만큼 국가 간의 책임을 따질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 다른 황사 발원지인 몽골의 잉흐만다흐 자연환경부 차관은 지난달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방목도 원인이지만 지구온난화가 사막화의 더 큰 이유"라며 선진국에 책임을 떠넘겼다.


중국과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가 우리의 '환경주권'을 침해하는데도 우리는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다. 정부는 황사로 인한 각종 건강 질환과 농작물 피해, 야외활동 장애를 돈으로 환산하면 매년3조~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황사의 횟수.강도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황사 발원지'인 중국과 몽골이 적극적으로 황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양대 홍용표(정치외교학) 교수는 "황사에 대해서는 환경안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과 몽골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주권회복 노력은 초보단계=

지난 1월 필리핀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때 한국 정부는 황사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과 일본도 황사문제에 공감했다. 지난해 12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 때에는 환경부가 3국 실무국장 회의 설치를 요구, 지난달 울산에서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 국장급 회의에서는 올 하반기 중에 황사연구센터를 설치하기로 합의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와 지구환경금융(GEF)에 황사방지사업 기금 지원을 공동으로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황사나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손에 잡히는 조치는 없는 상태다.명지대 정서용(국제법) 교수는 "환경부.기상청 등 관계부처가 중국 등과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국익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한 다음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며 "가장 큰 피해자인 한국이 동북아 다자간 협력체제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세계기상기구(WMO)나 사막화방지협약 등을 적극 활용하고, 한.중.일 3국과 북한.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 5개국 환경협력체를 구성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예보 정확성을 높여라=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상청은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해 '4.8 황사 테러' 때에는 짙은 황사 농도도 문제였지만,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난해 4월 중국에 황사협력조사단을 파견했고, 12월에는 기상청장이 직접 중국과 몽골을 방문했다. 올 봄에는 아예 기상청 관계자를 중국에 상주시키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중국 내 황사 발원지와 이동경로에 지난 1년간 10개 황사관측소를 추가로 설치했다. 하지만 아직은 예보의 정확성은 낮은 편이다. 당장 지난 2월 서울에 황사가 닥칠 것으로 예보했으나, 황사가 서해로 비켜 남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달 새로운 황사예측 모델을 도입해 지난해 57%였던 황사 예보정확도가 올해는 60%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태풍황사연구실을 신설, 황사발생 특성과 이동경로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기로 했다. 신부남 환경부 국제협력관은 "지난 1년은 한.중.일 3국이 함께 황사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처음으로 정기적인 협의 채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중국.몽골 접경지역의 생태 복원사업도 공동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 주권=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 국경을 넘나드는 오염물질과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21세기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가 됐다. 환경주권은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리는 데 필요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국가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각국은 영토 내에서 환경주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환경 안보라고 한다. 황사도 국경을 넘나드는 오염물질이라는 점에서 환경 안보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