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명상글

부모은중경 5 - 마른 자리 아기 뉘고 젖은 자리 누우신 은혜

풍월 사선암 2006. 6. 21. 21:44

 

부모은중경 5 - 마른 자리 아기 뉘고 젖은 자리 누우신 은혜 


부모님 의 은혜를 높은 산과 넓은 바다에 비유한다. 하지만 우리는 부모님의 은혜가 왜 이처럼 높고 넓은지는 모르고, 그저 나를 낳고 기르시느라 고생만 하시기 때문이라는 막연한 고마움만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부모은중경』에는 부모님과 내가 어떤 인연으로 만났으며, 부모님이 어떻게 나를 낳고 길렀는가, 효·불효는 어떤 것인가, 부모님의 은혜가 왜 소중한가 등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설해져 있다.


따라서 『부모은중경』을 통해서 관념적이었던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부모님에 대한 참다운 보은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이번 호에서는 부모님의 십대은(十大恩) 가운데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를 그림과 함께 살펴 보겠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할 경기도 양평군 소재의 용문사 지장전 벽화로 그려진 「부모은중경도」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풍의 도상이 아니라 한복을 입은 우리의 모습이라는 점이 특이하며 흥미롭다.


물론 불교미술은 의궤(儀軌)를 따라 그려야 하는 종교화로서의 제약은 있지만 벽화 등에 그려지는 주제는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래서 용문사의 부모은중경 벽화는 시대적 문화상을 반영하고자 고심한 창의적 역량을 가진 화사(畵師)의 노력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하겠다. 그림과 함께 경문을 보자.


5. 회간취습은(廻乾就濕恩:마른 자리 아기 뉘고 젖은 자리 누우신 은혜)


    어머니의 몸은 모두 젖더라도

    아기는 언제나 마른 자리에 누이시네.

    젖으로 아기의 주린 배를 채워 주시고

    비단 옷소매로 찬바람 막아 주시네.

    한결같은 사랑으로 잠조차 폐하시고

    아기의 재롱에서 기쁨을 찾으시네.

    다만 아기를 편케 하려고

    자비로운 어머니는 편함을 원치 않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이는 ‘어머니의 은혜’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분이다. 어머니가 아기를 소중히 여긴다는 말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신다는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을 달리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벽화도 한복을 입은 어머니가 옥색 포대기로 감싼 아기의 자리를 갈아 누이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아기에게 먹이고 입히며 품에 안아서 아기에게 편안함을 주고 사랑을 전달하는 어머니, 이렇듯 헤아릴 수 없는 정성으로 밤낮없이 애쓰는 어머니의 은혜를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기가 재롱을 떠는 것을 보면 모든 괴로움을 잊고 마는 것이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