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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팻감 한 개에 얽힌 이야기

풍월 사선암 2006. 6. 7. 23:41

[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팻감 한 개에 얽힌 이야기

 

 

[중앙일보 박치문] '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1국 하이라이트

 

. 이창호 9(한국) . 뤄시허 9(중국)

 

패는 언제 봐도 요사스러운 데가 있다. 생명으로 치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강시와도 같고 가락으로 치면 오밤중에 끊어질 듯 이어지는 퉁소 소리와도 같다. 패의 속은 변화막측하고 기기묘묘하여 뽕나무 밭을 푸른 바다로 바꿔 버린다. 하지만 심오함보다는 술수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것은 웬일일까. '석불(石佛)' 이창호 9단마저 지금 그 늪에 빠져들고 있다.

 

장면도(214~217)=이창호 9단이 백의 곳을 두자 뤄시허(羅洗河) 9단은 흑?로 몰아 한 수 늘어진 패를 단패로 만들었다. 백의 쉬운 승리가 예견되던 종반전은 이 실수로 지독히 복잡해졌다. 지금 장면은 그 후 몇 번의 패를 쓴 뒤의 모습이다. 백이 가슴 아픈 것은 흑?가 놓이자 흑의 단수에 이어 217로 끊는 팻감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 두 개의 팻감 때문에 이창호 9단도 심각해졌다. A로 잇느냐, 아니면 216의 옆을 이어 패를 해소하느냐.

 

참고도1=결론부터 말하면 백1로 잇는 한 수다. 흑엔 6이 마지막 팻감. 그러나 백에게도 딱 하나, 9의 팻감이 더 있다. 우상은 끊어지면 살 길이 없다. 여기서 백승이 결정되는 것이다. (5.8은 패때림)

 

참고도2=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흑에도 최후의 변화가 남아 있다. '참고도1'6 대신 흑1로 찌르는 수다. 흑의 팻감이 한 개 더 늘어나면 이 바둑은 흑승이다. 따라서 백은 무조건 2로 끊어야 한다. 그리하여 이 판은 최후의 수수께끼를 맞게 된다. 7로 늘었을 때 이 수가 팻감이 되느냐, 마느냐. 이창호 9단은 초읽기 속에서 이 수읽기를 하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