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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아파트] 4,795 :1, 도곡렉슬 왜 비싼가?

풍월 사선암 2006. 5. 10. 20:39

   [이 시대의 아파트] 4,795 :1, 도곡렉슬 왜 비싼가?

 

도곡렉슬은 타워형 고층APT와는 거리가 먼 일반형 APT다. 일반형 APT란 APT가 이땅에 처음 생겼을 때의 모습과 가까운 박스형 공동주택이다. 미래 주택은 더 더욱 고층화되고 슬림화되어간다.


집은 집 자체의 기능을 떠나서 더욱 더 많은 것을 담아가고 있고 건축구조 기술 및 전자기능의 발전은 집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해준다. 앞으로는 주거와 숙박, 오피스, 백화점이 혼재된 멀티공간을 한 빌딩에 담은 복합빌딩이 쏟아져 나올 기세다.


금번 강남의 한 블록에는 일반 APT로 구성된 매머드 단지의 입주가 있었다. 총 3002세대의 도곡렉슬이다. 도곡 주공 1차 APT 재건축인 도곡렉슬은 2003년 5월 서울 4차 분양에서 총 260세대를 분양했다. 이중 도곡렉슬 43평형B Type 2세대에 9,590명이 청약했다. 그 때 나온 기록 4,795:1이 서울 동시분양 최대의 기록이다. 당시 분양가는 7억 8,500만원……. 3년이 흘렀다. 지금 시세는 어떨까? 당연히 분양가에 10억이 더 붙었다.


요즘 나온 타워형 고층APT에는 ①조망, ②보안, ③헬스클럽・수영장・골프연습장, ④커뮤니티시설, ⑤호텔형 로비라는 단어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러나 도곡렉슬은 이상의 것들과는 관계가 없다. 지상 16층에서 25층으로 지어진 이 APT는 요즘 유행하는 주상복합 APT와는 거리가 멀고, 재개발구역에 얹혀진 구릉지의 초대형 단지나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등을 닮았다. 현관출입구에는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카드를 댈 수 있는 보안장치가 달려있을 뿐 Luxury한 로비도 안내원도, 보안요원도 없다. 헬스클럽도 없고 커피바나 연회장 등 커뮤니티시설도 없다. 그런데 왜 이 아파트가 비싼가?

 

◆ 도곡렉슬이 비싼 이유?

 

① 아직도 일반형 APT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타워팰리스나 하이페리온 등 고층 APT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거나 타는 노인들은 왠지 편해 보이지 않는다. 타워형 고층아파트에 익숙해 보이는 것은 역시 젊은 세대다. 고층은 혈압에도 안 좋고 환기와 통풍에도 저층만 못하다. 겨우 30도 정도만 열 수 있는 밀창 형식의 창문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이다. 30층 이상 고층아파트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약간은 어지럽고 불안하기도 하다. 따라서 반드시 모던한 스타일의 초고층아파트가 좋다고 느끼지 않는 수요 또한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② 타고 난 자연환경의 생태 아파트
도곡렉슬이 손꼽을만한 최고가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에 하나는 자연환경이다. 한티역이나 도곡역에 내려서 도곡렉슬의 정문을 찾아 들어가면 도곡렉슬의 위대한 가치를 발견하기 어렵다. 정문까지 가는 길이 오르막이고 빡빡한 아파트 단지가 있을 뿐 작은 공원조차 눈에 뜨이지 않는다. 그러나 단지 내로 들어와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세상은 비경이다. 두레광장에는 3,000만원이 넘는 소나무가 나오고 하늘광장에는 개천과 연못도 나온다. 412동, 411동 뒤에는 너른 쌈지공원이 나오고 410동, 409동 앞에는 도곡렉슬의 엄청난 생태현장인 매봉산 진입로가 나온다. 도곡렉슬은 매봉산이라는 수십만 평의 자연을 아파트 단지 내에 두고 있다.


③ 매머드 단지는 담을 것이 많아
도곡렉슬의 총대지면적은 43,347평이다. 주출입구에서 맨 끝 동인 409동까지의 거리는 너무 멀고 다리가 아프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라도 이용해야 할 것 같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10,000평, 동부센트레빌은 15,000평인데 비해서 3~4배의 큰 땅을 가지고 있다. 용적률 274%, 총 34동이라는 엄청난 수의 아파트 동(棟)들이 깔려 있기는 하지만 역시 생활편의시설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형 상가가 있고 5개의 놀이터 및 휴게소, 상당한 조경면적 등이 타단지에 비하여 우월하며 대단지로서 갖고 있는 기본경비 절감효과 또한 뛰어나서 관리비도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


④ 국내 최고 학군, 학원가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 학군이라는 것이다. 대도초, 중대부고, 숙명여중고 등이 도곡렉슬에 붙어있는 학교들이다. 넓게 보면 단지 내 학교라고 볼 수도 있겠다. 길을 건너면 단대부중고, 대청중이 있으며 대치특구의 에듀파크가 펼쳐진다.


⑤ 교통

도곡렉슬은 지하철 3호선과 분당선이 교차하는 도곡역 그리고 롯데백화점 앞의 한티역이 놓여있다. 강남구의 중심에 있어 교통 흐름이 원활하고 강남역, 잠실, 개포, 분당과도 쉽게 연결된다.


⑥ 백화점

공원, 백화점, 교통, 학군은 집값 상승의 4대 요소이다. 대각선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위치하는데 중요한 것은 롯데백화점 강남점으로 도곡렉슬이 덕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도곡렉슬로 롯데백화점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매머드 단지의 위대함이다.

반대편 도곡역 지하에는 타워팰리스 2차와 접한 고급슈퍼마켓 스타슈퍼가있다.


⑦ 조망권
도곡렉슬의 남측에 배치된 APT동의 조망권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306, 305, 304동 50평형은 인근 초・중・고의 너른 운동장이 411, 412동 앞에서는 공원 조망권이 410, 409동에는 울창한 매봉산 경치가 빼어나다. 남향을 향해 뻥트인 조망권은 앞동과 뒷동의 가격차를 더 벌려 놓을수 있는 핵심 요소이다. 멀리는 구룡산과 대모산도 보이고 개포 우성아파트뒤의 야산도 아름답게 보인다.


⑧ 내로라하는 시공사

도곡렉슬은 현대건설, LG, 쌍용 컨소시엄이다. 3군데의 회사가 1/3씩 시공을 했다. 3군데가 내로라하는 시공사라 시공능력은 나무랄 바가 없다. 상위 랭킹의 시공사 들이 건설한 작품이라는 점도 높은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줬다.


⑨ 고평가된 시장과 맞닥뜨리다.


∎ 풍선효과(수요증가)
정부의 재건축 단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일반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강남권에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가 많은데, 정부가 집값 상승을 우려한 나머지 강남권을 위시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건설되어 있는 일반 아파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갓 입주를 하는 새 아파트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었다.


도곡렉슬의 경우 용적률 274%를 적용받아 건설된 아파트 단지로 현행 210% 내외에서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도록 한 정부의 재건축 억제책에 의해 실질적인 재건축이 불가능한 여타 재건축 단지와의 차별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결국 부동산 투자 자금의 투자 순위에서 재건축이 뒤로 밀려나면서 엄청난 자금이 일반아파트로 몰리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강남으로 몰리게 되었으며 강남에서도 가장 최근에 입주를 시작한 도곡렉슬로 몰리게 되었다.


∎ 매물의 부족 (공급부족)

정부의 양도세 중과 등으로 실제 양도시 자산의 감소가 나타나기 때문에 보유세가 부담이 되더라고 물건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시장에 매물이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1가구 2주택 이상에 대해서 제약 사항(양도세 중과, 종부세 부과 등)이 늘어나면서 똑똑한 1채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투자가치가 있는 지역의 매물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도곡렉슬은 강남 도곡동이라는 핵심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입지적인 면에서 탁월한 면이 있어서 입주시부터 유망한 투자처로 관심을 끌었다. 따라서 현재 정부의 세금 정책 등으로 인해 다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많은 사람들이 똑똑한 한 채로 도곡렉슬을 선호하고 있고 이는 기존 보유자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서 공급되는 매물이 지극히 적은 상황이다. 수요대비 공급이 적기 때문에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것은 시장경제 상황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다.


∎ 언론의 지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언론은 다투어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에 대한 기사를 썼다. 그 중에서는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면서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에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기사가 많았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아파트로 도곡렉슬이 언급되면서 도곡렉슬에 대한 수요는 더욱 더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언론에서는 실제 매매가를 기준으로 기사를 작성하기 보다는 선정적인 기사를 위해 호가 위주로 기사를 작성하면서, 도곡렉슬의 보유자는 물론 매수 희망자도 기사에서 언급된 가격을 기준으로 매도・매수 의사를 타진하게 되어 결국 호가가 매매가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언론에 의해서 도곡렉슬은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로 부각되었다. 도곡렉슬이 가진 단지 자체의 상품성도 뛰어나지만 주변에서 그 상품성이 더욱 부각이 되도록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선점효과

도곡역에서 한티역을 지나 선릉역에 이르는 지역은 아파트 재건축이 대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강남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유망한 주거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의 기존아파트 단지를 허물로 새로운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매우 커졌는데, 그 관심과 기대심리를 선점한 것이 도곡렉슬이다.


우선 도곡렉슬 이전에 입주를 시작한 단지는 래미안 역삼과 대림 e-편한세상 등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단지가 도곡렉슬 이후에 입주를 시작한다. 즉, 이 지역에 대한 기대심리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관심을 그대로 초대형단지인 도곡렉슬이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도곡렉슬이 가진 상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단지보다 먼저 입주를 하게되어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선점함으로서 얻게되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 로하스와 유비쿼터스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와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첨단주택이 추구해야할 테마이다. 몇 년 전부터 초고층APT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만 몇 가지 보완요소도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빌딩에 사는 삭막함”이다. 따뜻하고 다정하고 향수어린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첨단의 보안기능과 네트워크 기능이 갖춰진 주택이 등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흙을 밟을 수 있고 자연도 감상할 수 있고 교통도 편리하며 집에 들어가기 몇 십분 전에 냉・난방 장치를 가동할 수 있고, 집안에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능형 주택을 사회는 요구한다. 도곡렉슬은 그 요구를 갖출수있는 기본 도화지를 가지고있었다.


그러나 도곡렉슬은 천혜에 입지한 매머드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이라는 원초적 핸디캡과 시공사 과당경쟁에 의한 입찰가 조정, 3개 시공사의 콘소시엄브랜드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APT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아쉽다. 길 건너 동부센트레빌이 막판에 브랜드의 보강을 위하여 단지내 조경에 수십억을 더 임의 투자한 경우에 비하면 도곡렉슬은 시공주체의 제대로된 투자 명분을 확보할 수 없었다. 따라서 웰빙의 기본구성인 주민운동시설도 갖추지 못한 덩치 큰 코끼리일 뿐이다.


◆ 렉슬
Rex와 castle의 합성어이다. Rex는 왕(王)을 뜻하고 castle은 성(城)을 뜻한다. Size로 보면 왕의 성이라고 하여도 부족함이 없다. 렉슬은“단지시가총액”으로는 국내 최고의 단지가 됐다.


1999년 IMF로 직장을 잃고 주식투자로 빚더미에 앉은 후배가 도곡 주공 1차 APT 10평형 APT에 월세로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방문한 집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욕실 문짝도 떨어져나가고, 깨진 도기……. 황량한 언덕배기에 주차된 고물스런 차들과 잡초가 자라는 정원... 어두운 계단, “兄, 이곳에 오니까 사기치고 싶어진다.”라고 이야기하던 또 다른 후배 녀석이 떠오른다. 10평과 13평 으로구성된 구릉지의 도곡1차 주공아파트는 5년만에 강남 대표 단지로 변모되었다.


「렉슬」...「왕의 성」이라기보다는 「용(龍)됐다」라는 표현이 더 가까운 것 같다. 결국 재건축 대상아파트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그 땅위에 거대한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미래가치와 위치, 대지지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강남 아줌마들의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2006/04/22]


봉준호 (건축사, 프리미엄 부동산 컨설턴트, 생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