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워치)워렌 버핏은 `돈`을 안다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세계적 석학 레스터 서로우 교수가 쓴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는 원래 제목이 `Fortune Favors The Bold`다. 요지는 세계화는 불가피한 추세이기 때문에 빨리 동참하라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직접 내린 결론은 이렇다.
"뛰어드는 사람이 더러 패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항상 패배자일 뿐이다. 부는 용기있는 자의 편이다"
서로우 교수는 책에서 자본주의의 성공을 이끄는 동시에 파탄을 불러오는 3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탐욕(greed)과 낙관론(optimism) 군중심리(herd mentality)라는 인간의 본성이 그것이다.
군중심리와 관련해 그는 초원에서 풀을 뜯는 사슴 무리와 사냥감을 노리는 사자의 예를 들었다. 사슴 입장에서 사자가 자기를 노리고 있는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슴의 움직임이다. 무리가 도망갈 때는 무조건 도망가는 것이 현명하다. 정말 사자가 있는지 기다리고, 사자가 배고픈지 확인하려는 사슴은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2000년 금융시장을 덮친 닷컴버블 붕괴와 주가 폭락에도 같은 분석틀을 제시했다. 거품이 한창 부풀어 오를 당시 닷컴주식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생각을 가진 펀드매니저들은 시장동향을 따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복직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서로우 교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군중의 생각이 틀릴 때 조차도 군중과 함께 달려야 보상이 따르는 법"이라고 설파했다.
여기에 걸출한 예외가 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74)이다. 당시 버핏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뛰쳐나가는 상황에서 소신을 꺾지 않았다. 그는 닷컴기업을 행운의 편지라고 부르며 매수를 마다했다. 소신의 대가는 혹독했다. 그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수익률은 바닥을 기었고, 언론은 그를 `한물갔다`고 폄하했다.
"버핏, 실수를 저지르다"
"올해는 우리가 버핏보다 현명해질 수 있을 것"
"오마하의 현인, 이제 은퇴할 시기인가".
투자의 귀재였던 그가 어떤 곤경에 처했는지가 기사 제목에 잘 나타나 있다. 버블을 부추기고, 시류에 편승한 이들에게 언론이 `인터넷 전도사` `넷의 여왕` 같은 수식어를 붙여주고 있을 때였다.
서로우 교수는 버핏이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와 같은 자아비판을 강요당했지만 해고되지는 않았다면서 "그는 너무 부유한데다, 자기 회사의 지분이 너무 많았고, 해고되기에는 과거의 이력이 너무 화려했다"고 썼다.
버핏은 닷컴버블이 끝난 뒤 열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거품이 꺼진뒤에야 사람들은 그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버핏은 자신이 돈이 된다고 생각한 기업의 주식을 끈질기게 들고 있다가 끝내는 괄목할 성과를 일궈내곤 했다.
지난해초 프록터&갬블의 질레트 인수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역시 버핏`이란 말이 다시 회자됐다. 16년전 사들인 질레트 주식이 약 5조원 가까운 투자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5년전 투자했던 석고보드 업체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뒀다. 이 회사는 버핏이 지분을 사들인지 1년이 못돼 파산위기에 직면, 주가 폭락으로 버핏을 곤경에 빠트린 장본인이었다. 버핏의 역량을 보여주는 건 이런 대목들이다.
놔두면 언젠가는 돈이 될 안정적 주식만 골라 투자했다는 지적은 아직도 있다. 수천개의 기업중에서 싹수있는 종목을 골라내는 것은 그렇다 치자. 다른 종목은 하늘로 치솟는데, 내 주식만 날개없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손절매와 손바꿈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그는 단돈 100달러로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재산을 40조원으로 불리며 세계 2위의 갑부의 반열에 올랐다. 주식투자로 이만한 재산을 거머쥔 이는 유일무이하다. 시골에 묻혀 소박하게 살면서도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꿰뚫는 혜안은 그의 주가를 더욱 높였다. 지난해 한 투자자는 살아있는 전설과 한끼 점심 식사를 위해 3억5천만원을 쾌척했다.
버핏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최근 설문조사에서 잘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4000명을 대상으로 `세계에서 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4%가 버핏을 꼽았다.
18년반동안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해 온 `마에스트로`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은 2위를 차지했지만 지지율은 한참 처졌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돈에 관한 한 버핏의 그림자를 밟기 어려웠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점심 대접할 돈이 있다는 세계 최대 갑부 빌 게이츠 회장은 8위에 머물렀다.
서로우 교수는 부는 용기있는 자의 편이라면서 세계화에 뛰어들라고 강조했지만 버핏은 다른 분야에서 역발상을 통해 이같은 명제를 체현해냈다. 남들이 뛰어드는 시기에 용기있게 다른 길을 택함으로써 부와 명성을 모두 거머진 것이다. 네가 잃어야 내가 따고, 남들이 틀려도 시류를 따라야 보상받는다는 투자의 세계에서 그가 지켜낸 `가치투자`는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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