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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꾼의 고백

풍월 사선암 2006. 3. 2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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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행된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797호에 실린 어느 부동산 투기꾼의 고백을 싣는다.


나는 부동산개발업자다. 명함엔 부동산사업가로 소개한다. 용인, 분당, 강남, 파주 등 수도권 거점별로 4곳에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직접 나서지는 않지만 같이 일하는 후배들이 알아서 일을 잘 처리해주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큰 물건이나 큰장(이슈場)이 서면 직접 내가 나선다.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부동산 투기꾼’이라고 한다. 뭐라해도 괜찮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지금 전국토가 투기장화되있는 비정상적인 나라다.


부동산 공화국에 살면서 투기꾼 소리 듣는 것에 게의치 않는다. 이헌재 전부총리나 강동석 전건교부장관등도 부동산 투기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는가.


특히 강 전장관은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 일대 땅을 친·인척 명의로 거의 싹쓸이 하지 않았던가. 그런 사람이나 나나 마찬가지다.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면에서는 다 똑같은 게 아닌가. 솔직히 우리사회 지도층 인사치고 부동산투자 안하는 사람이 있던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때 보면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낼 어마어마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 고위공직자들이 하면 부동산 투자고 우리 같은 업자들이 하면 투기란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래 동안 뭍어 두면 투자고, 단타매매식으로 하면 투기라는 말에도 어패가 있다.


이런 말이 있다. ‘내가 하면 재테크(투자)고 남이 하면 투기다! ’. 온 나라가 부동산투기 광풍에 휩싸여 있는 마당에 뭐가 투자고 뭐가 투기인가?


투자는 뭐고, 투기는 뭔가?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해병대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치고 몇군데 직장을 다녀봤다. 집안 배경도, 학벌도, 재산도 없는 나로서는 맘에 드는 직장을 갖는 것도 힘들었고 대부분 영업하는 일을 주로 해왔다.


1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던 중 95년 봄에 우연히 부동산 하는 선배를 따라 아파트 분양 현장을 따라가면서 내 인생은 큰 전환기를 맞게 됐다. 물 좋은 분양 현장에 수 만명씩 몰려드는 모습은 나에게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실수요자보다는 전국의 부동산업자들이 총 출동한 듯한 분양현장에서 하루에 계약금으로만 수 십억원이 그 자리에서 오갔다. 동·호수에 따라 약간씩 틀리지만 현장에서 수 백~수 천만원의 프리미엄이 얹혀져 거래되고 있었다. 전형적인 투기수법인 ‘미등기 전매’ 현장이었다.


그 당시 세일즈맨으로 월급 200만원이 채 안되는 내 자신이 초라해졌다. 한달쯤 뒤 괜찮은 분양현장에서 나는 선배의 조언을 듣고 갖고 있던 1000만원짜리 청약통장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아 하루 뒤 2000만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되팔았다. 하루만에 내 연봉을 번 것이다. 눈이 뒤집혔다.


노동의 댓가니, 땀의 결실이니 하는 사치스런 말들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련없이 직장을 때려치고 선배를 따라 본격적으로 부동산 일에 매달렸다.


전국의 분양·청약현장을 누비며 실전경험을 쌓는 한편 부동산 관련 법공부도 열심히 했다. 내 평생 처음 분양받은 아파트를 하루만에 팔아치우고 거기서 챙긴 2000만원이 내 부동산 투자인생의 종자돈이 됐다.


2년정도 선배를 따라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각종 투자수법을 배웠다. 장(場)에 따라 손해를 볼때도 있었지만 승률이 8할대에 육박하면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선배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팀을 구성했다.


독립후 아파트 일변도에서 투자 범위를 넓혔다. 상가와 주상복합, 오피스텔은 물론 토지와 그린벨트 지역까지 다양하게 공략했다.


APT 전매로 하루만에 연봉 벌어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10여채를 3차례 이상 샀다 팔았다 하면서 수 십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투기수법중 가장 악질적인 수법인 ‘폭탄돌리기’라는 것이 있다.


폭탄 돌리기는 웃돈을 얹어 팔았다가 값이 떨어지면 다시 사 처음보다 더 웃돈을 얹어 되파는 과정을 세 번 이상 한 경우를 말한다. 그야 말로 시세를 떡 주무르듯이 하지 않고는 불가능 한 일이다.


그러나 폭탄돌리기는 위험부담이 크고 너무 욕심을 내다보니 재수없으면 국세청 표적에 걸려 들기때문에 한동안 잠수를 타야한다.


그동안 투기꾼들에게 가장 인기 좋았던 상품은 단연 ‘아파트 분양권’이다. 올들어 전국의 거의 모든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기 전까지 가장 효자(?) 노릇을 한 대표적인 투기상품이었다. 아파트의 경우 입지, 세대수, 분양가, 분양조건등에 따라 A, B, C 등급으로 나뉜다.


물론 투기꾼들의 표적이 되는 아파트는 A급지다. A급지에는 서로의 정보망을 총 동원, 나름대로 장세를 파악한 전국의 꾼들이 다 몰려든다. 지난주 창원에서 본 팀을 금주에 수원에서 만날수도 있고 아무튼 자주 보는 얼굴들이 많다.


A급 場(장)은 이슈장으로도 불리며 전국 투기꾼들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작년 7월 서울및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이후 우리팀은 부산,대전, 울산, 대구 등 광역시의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대규모 아파트 분양, 청약 현장을 돌아다녔다.


특히 작년 9월말부터 경남 한 도시의 아파트 분양현장에서는 우리 팀의 떴다방들이 200억원의 여유자금으로 투자용 청약통장을 싹쓸이 하다시피 해 지역 떴다방들이 「서울에서 온 떴다방은 청약통장 매집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촌극이 빚어졌고, 관할 세무서에는 ‘떴다방 단속센터’ 까지 설치하기도 했다.


우리 팀은 물론 그곳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지방 아파트 청약 싹쓸이

어느 정도 자금력과 정보력을 갖춘 ‘분양권 투기팀’은 보통 8~10명 정도로 구성된다. 맨위에는 쩐주(錢主: 돈대는 물주) 가 있고 부동산업자 3-4명이 참여한다.


이 밑에 일명 ‘땅개’로 불리는 청약이나 분양 현장의 이동식 떴다방 업자가 있고 이들 떴다방 밑에 공격조(교통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찌라시 아줌마라고도 한다: 팔 물건과 살 물건을 연결시켜주는 역할)가 있고 맨 밑에 바람잡이(삐끼) 격인 ‘꼬마’들이 있다.


이 꼬마들까지 합치면 떴다방이 동원하는 인력은 30~50명에 이른다. 이 정도 실력을 갖춘 떴다방을 업계에서는 ‘이무기’라고 부른다. 재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 이무기에서 유래된듯 싶다.


이들은 단 몇시간안에 텅텅 빈 아파트 분양, 청약현장과 모델하우스를 가득 메울 수 있는 인력 동원능력을 자랑한다. 때문에 이들이 소규모 아파트 분양시장의 가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다.


이들은 투기바람이 불지 않아도 직접 바람을 일으키는 부동산시장의 마이더스 손이다.


교통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대게 이혼하거나 혼자사는 아줌마들이 맡는다. 이 교통들은 큰장 일 경우 한 건당 100만원, 작은장 일 경우 건당 50만원의 수고료를 챙긴다.


일이 잘 풀리는 날 큰 장에서 3건 정도를 하면 단번에 300만원을 챙기니 괜찮은 직업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 교통들의 역할은 매우 크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며 스카웃 대상이 되는 교통들을 ‘전국구’(마귀, 타짜라고도 부름)라고 부른다. 전국구 정도의 실력이 되면 연봉이 수억에 달해 먹고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전국구에서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갖추고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면 하수를 탈피해 중수급 업자로 변신이 가능하다. 꼬마들은 20대 젊은 애들이나 초보 아줌마들로 구성된다.


이제 막 부동산 일을 시작한 초보자들이 이들이다. 처음에는 일당 얼마식의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시작한다. 나도 꼬마출신이다. 부동산시장 불문율중 하나가 ‘고양이를 데려다 먹여주고 가르치면서 호랑이가 될 즈음에는 놔줘야 한다!’


꼬마부터 시작해 고참 교통위치까지 오면 적당한 시점에 내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계속 데리고 있을 경우 자기를 키워준 어미를 무는 호랑이가 되기전에 독립, 분가시키라는 얘기다.


찌라시 아줌마들의 천국

아파트 분양권은 요즘은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금지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투기지역은 전부 금지상태다. 그러나 투기꾼들에게는 얼마든지 작업이 가능하다. 일명 ‘짱처리(원장정리)’다.


어느 아파트 든지 당첨된 사람이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당첨자 중에도 자격요건에 미달돼 당첨이 취소되는 물량도 나오게 마련이다. 이런 물량을 잡으면 된다. 분양 원장을 갈아치우는 것이다.


물론 평소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시행사측에서 정보를 흘려준다. 말하자면 시행사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인 셈이다.


물론 정보를 주고 분양원장을 갈아치워준 시행사측에 상당한 보답(?)을 해주어야 한다. 작년 여름 8천세대를 분양한 인천 구월지구 재건축 아파트와 화성 동탄지구 등에서는 이런 물량만으로도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런 좋은장(이슈장)에서는 하루 수백억원이 오간다. 국내 錢主(전주) 들이 총 출동한다. 좋은 먹이감을 놓고 누가 참여하지 않겠는가. 요즘은 일반인들의 투기참여도 갈수록 늘어난다.


국내 최고기업 수원(기흥)의 삼성전자 직원치고 병점이나 동탄등의 아파트나 상가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수원 동탄신도시의 경우 삼성전자 사원아파트로 착각될 정도로 삼성전자 직원들이 많이 투자했다.


부동산시장 불문율중 중요한 것 또 하나. 부동산 투자는 남쪽으로만 진행시키라는 것이다. 휴전선이 가로막고 있는 우리나라는 모든게 남쪽을 지향한다. 모든 도로가 남쪽으로 향해있고 지역균형개발이니, 지방경제활성화니 해서 지역개발 사업이 모두 남쪽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은 그렇지만 우리팀은 북쪽에서도 재미를 보기는 했다.


2002년 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인천소재 Y건설이 실버타운을 분양했다. 분양자격은 60세 이상 노인이었고, 파주, 금촌지역 거주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우리팀은 즉시 작업에 들어갔다.


거주지를 옮길 사람을 물색하는 한편 파주쪽 경노당과 양로원을 공략, 청약자격이 되는 노인들을 수배, 30여개를 청약했다. 명의를 빌려준 노인들에겐 용돈을 주고 막걸리 파티를 열어주었다.


이 실버타운은 몇 달 뒤 한 개당 피(프레미엄)가 3800만원까지 치솟았다. 시세차익만 10억원을 남기고 손털고 나왔다.


부동산 투자는 남쪽을 향하라

파주시에 LG필립스 LCD 공장이 들어선다. LG그룹 지인을 통해 이 정보를 미리 듣고 파주시 공장이 들어설 주변 땅을 집중 사들였다. 우리팀이 사들인 땅은 공장부지는 아니지만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치솟고 있다.


파주와 문산일대 땅값은 최근 3년간 20배 이상 올랐다. 어차피 공장이 들어서면 주변에 부품, 하청업체를 비롯 주거단지와 상업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용도를 변경해줄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뿐이다.


요즘 파주시 일대는 아파트 단지가 속속들어서고 있다. 이 일대 단지개발을 위해 나간 땅값 보상액만도 지난해만 5조원이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파주시 일대에는 몸빼 바지 입은 시골 아낙네들이 에쿠스를 타고 다니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땅값 보상으로 졸부대열에 낀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는 그린벨트로 묶여있거나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안되는 땅이 많다. 그러나 이런 땅도 세월이 흐르면 규제가 풀어지게 마련이다. 정치인들은 선거때가 되면 예외없이 그린벨트 해제 약속을 하고 실제로 선거가 끝나면 상당수 그린벨트가 해제되곤 했다.


나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와 군사보호지역 몇 군데에 땅을 사뒀다. 5년전에 경기도 연천군 일대(군사보호구역) 임야 1만5000평을 평당 3천원에 구입했다. 내 세대가 아니더라도 우리 아들 세대에 가면 언젠가는 규제가 풀어질 것이므로 눈 딱 감고 사둔 것이다.


운이 좋은 것인지 지난해 이 지역이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됐고, 최근에 전두환 전대통령 아들 전재국씨가 이 일대 땅 1만6000평을 구입했다. 웰빙사업을 하려고 한다는 보도내용을 봤다. 이 보도가 나간후 요즘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치솟고 있다.


밭과 논은 평당 50만원을 넘어섰다. 전재국씨도 부동산 투자에 관한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내땅도 덩달아 수십배 가량 값이 더 올랐다. 전재국씨에게 감사드린다.


선거 전후로 그린벨트 풀린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은 수십년 동안 그린벨트에 묶여 있었다. 말이 서울이지 한적한 시골을 연상시킬 정도로 개발이 안된 곳이었다. 가끔 북한산 등산을 다니며 이곳을 지나다니다가 언젠가는 풀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나는 이곳에 허름한 집 2채(대지가 각각 1백평, 2백평 정도 된다)를 샀다.


투자한 돈은 고작 1억2천만원. 이 일대가 지난해 뉴타운으로 조성되면서 땅 값이 엄청 폭등했다. 요즘 진관동 일대 땅값은 대지의 경우 평당 4백만원이 넘는다.


경기도 의왕시 의왕저수지 일대는 풍경이 좋아 레스토랑과 갈비집이 많다. 이곳도 그린벨트 지역이었다. 점심때 가보면 부잣집 아줌마들이 고급차를 몰고와 식사하는 곳이다.


5년전 나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5억원을 들여 레스토랑(대지 500평)을 구입, 세를 주었다. 이곳이 작년에 그린벨트에서 해제됐다. 내가 구입한 레스토랑은 현재 60억원이 넘는다.


요즘은 전국 방방 곳곳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부동산 투기 열풍을 막아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투기지역이더라도 거래가 전혀 안되는 게 아니다.


농지의 경우 8년 이상 경작한 논은 팔 때 세금이 거의 없다. 농사를 짓던 A가 B에게 농지를 팔경우를 보자. A와 B는 10억자리 땅을 15억원에 계약을 맺는다. 파는 A입장에서는 8년 이상 농사를 지은 땅이기 때문에 10억이든, 15억이든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그러나 B입장에서는 10억짜리 땅을 15억원에 산 셈이니(계약상) 땅을 사자 마자 5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는 10억원을 지불했으나 서류상으로는 15억짜리 땅을 얻은 셈이다.


물론 주변 땅값과 현격한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하겠지만, 어쨌든 그 농지를 사뒀다 일정기간 후 15억 이상은 받고 팔수 있기 때문에 A와 B는 ‘윈윈 거래’인 셈이다. 투기지역이더라도 이런 식으로 거래하면 농지거래도 가능하다.


투기지역 농지거래도 가능

나는 비록 투기꾼 소리를 들으며 부동산으로 먹고살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는 비젼이 안 보인다. 곧 망할 것 같은 불길한 생각도 든다. 도대체 세계 어느나라에 30평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백만달러(10억)를 넘는 나라가 있을까?


언젠가 이 거품이 꺼지는 날 우리나라 경제가 결딴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내 주변엔 이민이나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나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부동산업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생각이다.


우리가 땅값을 올리는 원흉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솔직히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의 근원지는 정부라고 생각한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어 정부관료, 고급정보를 움켜쥔 기득권층, 아파트건설업자 등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부동산에 뛰어들게 만든 것은 바로 정부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아무리 부동산 대책을 내놔도 부동산 업자들은 끄떡 안한다. 한곳을 막으면 다른 곳에서 돌파구를 찾는 등 이른바 ‘풍선효과’를 들먹이지 않아도 부동산업자들은 살길을 찾게 마련이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에 업자들은 ‘부동산 안정 대책? 어림없는 소리!’라면서 콧웃음만 친다. 판교 건설업자들의 요즘 분위기는 한마디로 정부에 대해 ‘재수없다’라는 생각이다.


정부정책을 못믿겠고 이익이 보장 안되면 집짓지 말자고 시위라도 벌일 태세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강남의 큰 손들이 좌지우지 한다. 주택공급물량은 정부와 주택건설업체들이 결정한다 하더라도 수요만큼은 강남의 전주들이 창출한다.


시중의 500조로 추산되는 부동산 자금이 빠져나갈 다른 투자처를 마련하지 않는 한 정부가 아무리 강경한 부동산 시장 대책을 내놓아봐야 소용없다. 아파트를 막으면 주상복합으로 가고, 주상복합을 막으면 오피스텔로 뭉치 돈이 움직이는 현상을 봐라.


부동산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지금 차들이 꽉 엉켜있어 어느쪽으로도 옴짝 달싹 할 수 없는 잼 걸려있는 교차로 상태다.



<박스> 현지인 명의로 땅 구입하는 방법


이장과 택시조합을 활용하라!

부동산 투자시 위장전입은 필수다. 이헌재 전부총리도 그랬고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부동산 투자시 다 그렇게 한다. 그러나 요즘은 위장전입 자체가 어려워졌다. 주민등록을 가족이 전부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동산투자를 못하는가. 아니다. 현지인 명의로 땅을 사면된다. 우리 팀의 경우 개발정보, 도로확장 정보등 유익한 정보가 입수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데 일단 보름 전 쯤에 꼬마를 현지에 내려보낸다.


입담좋고 사교성 좋은 꼬마는 현지에 내려가 택시조합과 마을 이장을 집중 공략한다. 소도시 일 경우 택시회사는 1~2개 정도다. 조합장을 비롯 조합의 영향력있는 사람에게 접근해 조합원들의 명의를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적당한 기름칠(사례)과 향흥제공은 필수다. 명의를 빌려주는 사람에게도 적절한 사례를 해야한다.


부동산에 관한한 마을 이장의 파워는 엄청나다. 이전에는 농지취득자격 증명을 이장이 발급해줄 정도로 힘이 �다. 요즘은 각종 부작용과 비리 때문에 면사무소나 시청에서 발급해준다. 미리 현지에 내려간 꼬마는 이장에게 접근, 기름칠과 함께 마을 어른들을 참여시킨 막걸리 파티를 10주일 이상 열어주며 이장을 구워삼는다.


이장은 그 마을의 대통령이다. 이장 말이면 다 통한다. 10일 정도 이장과 친해지면 마을의 발전을 위한 그럴듯한 부동산개발 청사진(물론 거짓말일 경우가 많다) 을 얘기해주며, 마을 사람들의 명의 이전을 부탁하면 대부분의 이장들은 소개를 해주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이장은 물론 그 측근들까지 상당한 금전을 챙길 수 있다. 요즘은 부동산 투기꾼들이 요청할 경우 명의이전 업무를 대행해주는 전문업체도 생겼다.


주로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산 현지 토박이들로 지역사정에 훤하고 이장과 면장등 영향력있는 사람들과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이 주로 이 사업을 한다. 우리팀도 요즘은 이들에게 명의 빌리는 일을 맡긴다. 일종의 아웃소싱인 셈이다.


현지인 명의로 땅을 구입할 경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반드시 차용증을 받아두는 한편, 가처분, 가압류 조치를 취해놓는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압류조치와 함께 필요하면 종종 조폭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 조폭은 필요 악이다. 명의를 빌려주고 필요이상의 돈을 요구하는 악질들이 가끔 있기에 조폭을 동원해서 처리하는 ‘해결사 방법’이 꼭 필요하다.


나중수는 누구?

필자인 나중수(가명·45) 씨는 부동산 개발업자다. 강남 아파트를 사고 팔고 하는 수법으로 큰 돈을 벌었다. 일산과 분당등지에서 택지개발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는 부동산업계의 중수라고 한다.


하수보다는 위지만 고수대열에는 끼지 못했다고 밝힌다. 고수위에는 지존(神)이 있다 이들은 1시간안에 1천억원대의 자금을 동원하는 큰 손들로 서울 강남에만 1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고교졸업후 깡다구를 키운다고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자동차회사 세일즈맨, 정수기 회사 영업사원등을 거치며 직장생활을 10년정도 했다. 95년 부동산중개업을 하던 선배를 따라 우연히 아파트 분약현장에 갔다가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선배 밑에서 2년정도 일을 배우면서 부동산 분양권 미등기전매등을 통해 큰 돈을 벌었다. 5년전 부터는 토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처럼 단기 수익을 올리지는 못해도 전국의 농지와 임야는 물론 그린벨트와 군사보호구역등 일반인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부동산에도 투자를 많이 했다.


토지의 경우 덩어리가 크고 액수자체가 크다. 아직 팔지 않고 갖고 있는 물건들은 지난 5년간 적게는 수십배에서 많게는 수백배까지 땅값이 뛰었다. 겸손하게 자신을 중수라고 소개하지만 그의 자금동원능력은 200~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수씨가 들려주는 부동산 불패 전략 4대 요인

 

錢主(전주) : 뒷돈을 대는 전주는 떴다방과 컨설팅업체에 돈을 대는 부동산 시장 큰 손이다. 서울 강남에는 500억원을 움직이는 전주는 흔하고, 한 시간 안에 1000억원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만 10여명에 이른다. 전주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저명인사도 포함돼있다.


유력인사(시·군 공무원, 시의회 의원) : 각종 인허가권한과 개발계획등을 맡고 있는 공무원과 시의회 의원등은 부동산 투자시 필수다. 건교부등 중앙정부의 유력인사와 교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 지자체의 이들 인사들은 현지 부동산 투자시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농협(금융권) : 인기있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전주들이 수백억원을 쏟아부으며 장을 키운다. 급할 때 현금동원을 원활하게 하려면 은행권 인사와도 좋은 거래를 유지해야 한다. 시골의 경우 농협 담당자의 신속한 대출로 좋은 물건을 제때 사고 팔 수 있다.


地主(지주) : 지방의 경우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지주들이 많다. 전답은 물론 임야등을 많이 보유한 지주들과도 수시로 접촉하며 부동산 물건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소개시켜 준다. 지주들의 경`조사 참여는 물론 긴밀한 유대관계 유지가 부동산사업 성패를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