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어렵네요"… 많은 외국인이 혐오하는 한국 음식
모든 외국인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 음식을 다양하게 즐기는 외국인들도 많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외국인이 "조금 힘들다" 혹은 "질색한다"는 음식들을 모았다.
한국 문화와 음식을 즐기는 외국인들로 채워진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란 참 흔해진 요즘이다. 그들이 꺼리는 한국 음식을 맛보는 모습도 종종 나온다. 이를 한식의 세계화, 한국 알리기에 도움이 된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여기에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논란들은 일단 뒤로 미뤘다. 한국인 중에서도 못 먹는 사람 있는데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혐오 음식을 몇 개 모았다. 물론 가벼운 의미로.
한식을 즐긴다는 많은 외국인들에게도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줄임말)'인 음식이 있다. 바로 산낙지다. '산낙지'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의 '산'과 '낙지'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낙지나 문어 등 빨판이 있는 연체동물은 죽은 뒤에도 신경체계가 계속해서 반응하기 때문에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빨판이 꿈틀거린다. 원래의 온전한 모습에서부터 거부감을 느끼다가, 이 모습에서 또 한 번 경악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산낙지는 보통 여러 덩어리로 잘게 잘라 깨와 참기름 등 양념에 곁들여 먹는 회 요리다.
(위)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면, (아래)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이 산낙지를 통째로 먹는 장면을 충격적이었다고 꼽는 외국인이 많다. /방송· 영화 캡처
한국과 인연이 남다른 명예한국인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도 산낙지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2001년 한국 대표팀은 울산에서 훈련을 마치고 어느 횟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당시 산낙지가 접시 위에 올라있었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네덜란드 코칭스태프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천연덕스럽게 잘도 먹었다. 그때 얀 룰프스 기술분석관이 조심스럽게 젓가락으로 산낙지를 건드렸다. 그러자 핌 베어벡 코치가 "한국팀이 월드컵 4강에 오르면 산낙지 먹는 걸 고려해보겠다"며 재빨리 두 손을 들었다. 히딩크 감독이 그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목표가 그것밖에 안되나? 나는 한국팀이 결승에 오르면 산낙지를 먹겠다"고 피했다.
지난 4월, 미국 버즈피드가 소개한 외국인은 다소 혐오스럽게 느낄 수 있는 세계의 전통음식들 중 한국의 순대가 포함됐다.
순대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으로 동물의 잡육, 내장 그리고 피를 이용해 만든다. 6세기 중국 저서 제민요술(齊民要術)에 양의 고기와 피를 다른 재료와 함께 창자에 넣어 삶아 먹는 법이 기록돼 있다. 순대 만드는 방법은 고려 말 몽골군이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전파됐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기록에는 1809년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소창자찜에 대해 나오고, 조선 말기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순대 만드는 법이 나온다. 순대 하면 함경도 아바이순대부터 충청도 병천순대, 경기도 백암순대, 서울순대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순대는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데, 경기도 백암순대는 돼지 창자에 돼지고기, 선지, 당면, 배추, 양배추, 양파 등을 꽉 채우고 끝을 실로 묶어 찜통에 육수를 붓고 약한 불에 삶아서 만든다. 함경도의 아바이순대는 속에 찹쌀이 들어가서 찰진 것이 특징이다.
번데기는 한국의 고단백 서민 음식으로 과거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품이었다. 주로 삶고 볶거나, 탕으로 만들어 술안주·간식 등으로 먹는다. 그러나 이 번데기도 많은 외국인이 혐오하는 음식 중 하나다. 곤충 식용에 대한 혐오감과 그 적나라한 비주얼로 많은 외국인이 기피한다. (물론, 같은 이유로 못 먹는 한국인도 꽤 있다.)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한국에서 오래 살았다는 외국인들도 대부분이 "번데기를 못 먹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번데기는 2009년 주한 미군 주간 소식지 '모닝 캄(Morning Calm)'에 한국의 길거리 음식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여기 실린 사진에는 "당신이 번데기(bundaegi)를 맛보지 않았다면, 한국 생활을 완전히 한 게 아니다. 번데기는 서울에서 인기 만점의 길거리 음식 중 하나로 한 컵에 1000원이다. 이게 무엇일까? 구운 누에 애벌레다"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주한 미군 소식과 다양한 한국 생활 정보 등이 실리는 '모닝 캄'은 용산·동두천·평택·대구 등의 미군 부대에 배포된다. 이 때문에 이 사진이 자칫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편견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바 있었다.
냄새부터 압도적인 존재, 홍어는 많은 외국인들이 어려워하는 음식 중 하나다.
홍어는 선사시대 유적에서 뼈가 발굴될 정도로 오래전부터 먹었던 한반도의 음식으로 특히 전라도에서 사랑받았던 잔치 음식이다. 고향이 광주인 음식칼럼니스트 주영욱씨는 "전라도에서는 잔칫상에서 홍어가 빠지지 않는다"며 "어떤 홍어가 나왔느냐를 두고 손님들이 '이 집은 손님 대접을 하네, 못하네' 수군거린다"고 했다.
삭힌 홍어가 나오게 된 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다. 고려 말 섬 주민들은 왜구에 시달렸다. 정부는 공도(空島) 정책을 실시한다. 주민들을 뭍으로 이주시키고 섬을 비우는 정책이었다. 흑산도 사람들은 배를 타고 목포를 거쳐 영산강을 거슬러 나주에 정착해 살다가 왜구가 잠잠해지면 흑산도로 돌아가곤 했다. 흑산도에서 나주에 닿으려면 보름이 걸렸다. 냉동·냉장기술이 없던 시절, 다른 고기는 썩었고 홍어는 발효됐다. 삭힌 홍어는 이렇게 탄생했고, 나주와 인근 지역에서 별미로 즐기게 됐다.
개고기가 외국인 혐오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은 꽤 오래됐다. 한국인을 폄하하는 사람들은 '개고기 먹는 야만적인 민족'이라는 타이틀을 꾸준히 들먹여 왔다. 여기에는 반려동물 문화가 끼어있어 단지 음식을 싫어하는 현상으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2015년, 국회 정문 앞에서 외국 여성들이 개고기식용반대 1인시위를 하고있다.
한국에서 예부터 몸 보신용이라며 개고기를 먹어왔고,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복날이면 개고기 보신탕 판매율은 늘었다.
사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족'이 1000만명에 다다른 요즘, 한국에서도 개고기 섭취에 대한 찬반 논쟁은 뜨겁다. 거센 반대 시위에 반하는 목소리도 높다. 식용으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고, 내가 그만둬도 어차피 누군가 또 식용 개 장사를 할 거라며 자신들을 범죄자 취급하지 말라고 한다.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오현영
조선일보 입력 : 2017.11.30 08:53 | 수정 : 2017.11.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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