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맥주는 정말 맛이 없나?…블라인드 테스트해보니 예상외 결과
◀지난 8일과 9일 20~50대 남녀 20명에게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국산 라거 맥주 카스(오비맥주)와 하이트(하이트진로), 클라우드(롯데주류) 등 3종과 수입 라거 맥주인 하이네켄(네덜란드), 아사히(일본), 필스너우르켈(체코) 등 3종을 두고 블라인트 테스트를 진행했다.
수입 맥주 소비량이 늘면서 종류가 다양해지고 가격도 예전보다 저렴해졌다.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산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2.8%에서 2015년엔 8.4%로 늘었다.
수입 맥주의 인기 뒤에는 ‘국산 맥주는 맛이 없고 싱겁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국산 맥주는 맛이 없어 수입 맥주만 마신다는 소비자들도 많다. 몇 년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자는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해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최근에도 국산 맥주 맛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지난해 국산 맥주 수출액(8446만 달러)이 전년보다 15.4%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국내 소비자들은 “밍밍한 맛의 국산 맥주가 정말 해외에서 인기가 있을까”라며 의아해했다.
정부도 ‘맛없는 국산 맥주’ 원인 분석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말 ‘맥주산업에 대한 시장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시설·가격 규제와 세금, 유통망 제한 등의 구조 때문에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국내 맥주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 오비맥주·하이트진로·롯데주류 등 3개 업체가 연구개발(R&D)에 소홀한 것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맥주 제조 업체의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은 0.41%로 전체 제조업 평균 2.4%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맛’과 관련해서는 난타를 당할 정도로 국산 맥주는 진짜 맛이 없을까. 검증에 나서봤다. 20대부터 50대까지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가린 채 맛있는 맥주를 고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남자 11명, 여자 9명이었고, 연령대별로는 20대 5명, 30대 6명, 40대 5명, 50대 4명이었다.
이들에게 맥주 상표 없이 A~F 문자표가 붙은 투명 플라스틱 컵에 국산 맥주 3종과 수입 맥주 3종 등 총 6종을 마시게 하고 조사에 응하도록 했다. 맥주는 발효 방식에 따라 크게 ‘에일(ale) 맥주’와 ‘라거(lager) 맥주’로 나뉘는데, 테스트 대상은 모두 라거 맥주로 했다. 국산 맥주는 ‘카스’, ‘하이트’, ‘클라우드’ 등 3종을 준비했고, 수입 맥주로는 ‘하이네켄’(네덜란드), ‘아사히’(일본), ‘필스너우르켈’(체코) 등 3종을 선정했다. 참가자들은 맥주를 마신 뒤 가장 맛있는 맥주와 가장 맛없는 맥주 각각 하나씩 고르고, 맛과 향, 색, 목 넘김 등 4개 부문을 나눠 5점 만점으로 각각 점수를 매겼다.
테스트에 응한 20명 중 8명이 필스너우르켈을 ‘가장 맛있는 맥주’로 꼽았다. 이어 6명이 국산 맥주 클라우드를 지목했다. 하이네켄과 카스를 꼽은 사람은 각각 3명이었다. 하이트와 아사히는 한 표도 받지 못했다.
‘가장 맛이 없는 맥주’를 골라 달라는 질문에는 7명이 하이네켄을 꼽았고, 아사히(5명), 카스(3명), 하이트·필스너우르켈(각각 2명), 클라우드(1명) 순이었다. 가장 맛없는 맥주 상위권에 수입 맥주가 꼽힌 셈이다.
세부 설문 4개에 대한 종합 점수에서 가장 높은 평균점을 받은 맥주는 맥주 클라우드(5점 만점에 3.3점)로 나타났다. 클라우드는 4가지 평가 기준 중 ‘향’과 ‘목 넘김’ 부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 30대 여성 참가자는 클라우드에 대해 “뒷맛이 깔끔하면서 단맛이 느껴진다”며 가장 맛있는 맥주로 꼽았다.
클라우드에 이어 필스너우르켈(3.2점)이 2위였고 아사히(2.8점)가 뒤를 이었다. 하이네켄·하이트·카스는 모두 2.5점씩을 받았다. ‘맛’과 ‘색’ 부분에서 1등을 차지한 필스너우르켈은 “다른 맥주보다 맛이 진하다”, “확실히 차별되는 맛”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일부 참가자로부터는 “향이 너무 강하다”, “유통된 지 오래된 느낌”이라고 혹평을 받아 선호도가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하이네켄, 하이트, 카스는 모두 종합 점수평가에서 2.5점대를 받아 하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맥주에 대해 실험참가자들은 “밍밍하고 맛에 특징이 없다” “맛이 싱거운 것 같다” 등 공통된 평가를 내렸다.
테스트 결과를 분석해 보니 국산 맥주에 대한 선입견이 맥주 선호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수입 맥주를 즐겨 마신다는 참가자들이 국산 맥주를 가장 맛있는 맥주로 꼽기도 했고, 참가자 대부분이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를 구분하지 못했다. 한 50대 남성은 “평소 아사히 맥주를 즐겨 마셔 맞출 자신이 있다”며 장담했지만, 아사히를 ‘가장 맛없었던 맥주’로 꼽았다. ‘수입 맥주 애호가’임을 자처했던 한 20대 여성 참가자는 카스를 가장 맛있는 맥주로 꼽았다. 이 참가자는 “익숙한 맛이라 가장 맛있는 맥주로 뽑았다”며 “국산 맥주가 맛없다는 편견이 깨진 느낌”이라고 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소비자가 맥주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선호도를 보이는 것은 맛 이외의 요소가 맥주 선호도를 결정했다는 뜻"이라며 "국산 맥주라고 해서 무조건 맛이 떨어진다고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문 교수 연구팀은 실제로 2013년 국내산 라거 맥주 3종과 수입 라거 맥주 2종을 놓고 226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했다. 상표를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 테스트를 벌인 결과 참가자의 70.8%가 국산 맥주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상표를 볼 수 있게 진행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수입 맥주가 좋다”고 응답한 사람이 52%로 나타났다.
국내 맥주 제조사들은 “국산 맥주의 브랜드 이미지가 수입 맥주보다 뒤처져 ‘국산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도 “사람들은 맥주를 고를 때 맛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맥주 제조국이나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국산 맥주의 브랜드 이미지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한국 맥주산업의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관과 유통 과정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맥주가 훨씬 맛있게 느껴지고, 거품의 정도와 컵의 청결도, 재질 등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평소 어떤 맥주를 자주 마셔왔느냐에 따라서 맛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익숙한 맛을 더 좋아하는 소비자도 많기 때문에 국산 맥주는 수입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 조선일보 입력 : 2016.09.20 13:51 -
'즐거운 생활 > 맛집,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 함께 차차차(茶茶茶) (0) | 2017.07.25 |
---|---|
한국인이 삼겹살 많이 먹는 이유가 '불행한 역사' 때문? (0) | 2017.07.21 |
중년을 위한 슈퍼푸드 고구마 (0) | 2015.12.22 |
‘막걸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6가지 (0) | 2015.05.30 |
세계 10대 불량 음식 VS 세계 10대 건강 음식 (0) | 2015.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