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나이가 들면 / 최정재

풍월 사선암 2017. 2. 25. 10:52

<Richard Clayderman - Mariage d'Amour>


오늘의 음악 봄이 무르익고 있네요.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피아노 연주곡 한 곡 준비했습니다.

 ‘봄의 왈츠’로 알려져 있는 ‘결혼의 기쁨’입니다.



나이가 들면 / 최정재


나이가 들면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알고 싶은 게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이해될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해하려 애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른으로 보이기 위해 오히려 긴장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편해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공부해야하고,

더 많이 이해해야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더욱 애써야 한다.


끝없이

끝없이


나이가 들면서

짙은 향기보다는 은은한 향기가

폭포수보다는 잔잔한 호수가

화통함 보다는 그윽함이

또렷함보다는 아련함이

살가움보다는 무던함이

질러가는 것보다 때로는 돌아가는게 좋아진다.


천천히 눈을 감고

천천히 세월이 이렇게 소리 없이

나를 휘감아 가며 끊임없이

나를 변화시킨다.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나를

“나이가 들면서…”



나이가 들면

옹졸한 마음이 너그러워질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그 마음을 접고 접어 우아하게 감추는 법을

알게 될 뿐이다.


나이가 들면

넉넉한 생활에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그 삶을 들키기 싫어 고독하게 사는 걸

받아들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

존경받는 어른으로 살아갈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그 어설픔을 보이기 싫어 침묵하며 사는 데

익숙해질 뿐이다.


나이가 들면

그 모든 게 그리 슬프지만은 않다.

그게 참 다행이다.


 

첨부이미지 


'행복의 정원 > 애송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쁜 엄마 - 고현혜  (0) 2017.05.09
봄날 같은 사람 - 이해인  (0) 2017.05.05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한시(漢詩) 한 수  (0) 2017.02.05
행복의 얼굴 - 이해인  (0) 2017.02.04
작은 기도 - 이해인  (0) 2017.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