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의 위대한 애국자, 쾌남아 장학량 (상)

동북의 위대한 애국자, 쾌남아 장학량 (상)

 

만약 일본군이 장학량의아버지인 장작림을 폭사시키지 않았다면, 만약 장학량이 변심하여 동북군의 깃발을 국민당으로 바꾼 동북역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만약 장학량이 장개석을 사로잡은 시안사변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만약 장학량이 시안사변후 장개석을 모시고 남경으로 동행하지 않았다면, 중국의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동북군의 수장으로 중국을 석권할 뻔한 인물, 장개석이 자신의 후계자로 내심 생각한 인물, 주은래로 하여금 두 번씩이나 애타는 눈물을 흘리게 만든 인물, 대만에서 60년간 감금생활을 하다가 90세가 넘어 미국 하와이에서 100세 이상의 천수를 누린 인물, 중국정부의 간곡한 부탁에도 중국으로 돌아오지 않은, 대만에서는 만고의 역적으로 중국에서는 위대한 애국자로 칭송을 받는 인물... 장학량은 중국역사의 물줄기를 두번이나 틀면서 결과적으로 중국공산당이 장개석의 국민당에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역사적인 인물이다.

 

내가 장학량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에드가스노우의 명저인 중국의 붉은 별 (Red Star over China) 를 읽으면서였다. 중국의 붉은 별은 모택동의 공산당이 국민당에 밀려 고난의 장정을 나서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국 현대사의 긴박한 상황을 묘사한 책이다. 거기에 장학량의 서안사변에 대한구절이 나온다. 청나라의 멸망 이후 중국의 건국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 삼국지 못지 않는 긴박한 드라마가 펼쳐지는데 바로 모택동과 장개석, 장햑량이 그 주인공이다.

 

겨울이 깊어갈 무렵, 심양의 화평구 조양가 대로변에 위치한 장작림/장학량 부자의저택인 장씨사부 박물관을 찾았다. 처음에는 영화 색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물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였으나 막상 현장에 도착해서 장학량을 위대한 애국자로 소개하는 안내문을 접하고 보니 역사적인 호기심이 강하게 발동하였다.

 

1. 아편전쟁과 태평천국의 난

 

중국의 현대사를 이해하려면 우선 청나라의 멸망과 군벌들의 탄생과정을 이해하여야 한다. 18세기말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홍차를 수입하느라 막대한 은을 소비하여야 했고 그나마 상인조합이 독점을 해서 홍차수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군다나 자국의 공산품을 수출하는 길도 막힌 영국은 아편 밀수출을 시도한다. 그 결과 대량의 은이 중국에서 반출되고 농민의 생활이 궁핍해져 갔다. 이에 청정부는 임칙서를 내세워 아편수입을 일삼는 영국인들을 추방하였다. 그러자 영국 의회에서는 다수결 투표를 거쳐 청나라와의 전쟁을 승인하였다. 아편전쟁으로 패한 청나라는 종이호랑이로 밝혀져 열강들의 먹이로 전락하였으며 국토와 이권을 조각조각 내어주고 열강들의 전쟁도발에 따른 엄청난 배상금 지불로 인하여 나라의 살림이 거덜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 태평천국의 난이 발생한다. 번번히 과가에 낙방하던 홍수전은 우연히 기독교 팜플렛인 관세양언을 손에 넣고 꿈에서 자신이 여호와의 아들이자 예수의 동생이라는 계시를 받아 상제회를 조직한 뒤 1851년에 농민들을 규합하여 군사를 일으켰다. 그들은 남경을 점령하고 태평천국을 세웠다. 청나라의 팔기군은 난을 진압할 힘이 없었고 이홍장 등의 관료가 조직한 의향군이 난 진압의 책임을 맡았으며 외국인의 용병인 상승군이 진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태평천국은 결국 10 여년 만에 망하고 만다.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의 영토를 지키기 위하여 사병을 키우기 시작하였다. 이합집산을 거치면서 중국의 각 지역에는 강력한 군벌들이 등장하게 되고 중국은 군벌들에 의한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된다. 1911년 손문이 주축이 된 신해혁명으로 청조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수립된다. 하지만 이홍장의 뒤를 이어 군사적 권력을 잡은 원세개가 국회를 장악하고 이어서 그 자신이 황제로 등극하려고 시도하다가 병사하고 만다. 이제 중국은 (북양)군벌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2. 장작림의 세력 확대 및 동북역치

 

북양군벌에 대항하여 손문은 광동군정부를 구성한다. 한편 코민테른의 지원을 받은 공산당도 세력을 키우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중국은 손문의 광동정부와 공산당,지역군벌의 대결장으로 변모한다. 1925년 손문이 사망하자 장개석이 광동정부에서 공산당 세력을 축출하고 북쪽의 군벌들을 소탕하는 북벌을 감행하기 시작한다. 1920년대 중반 당시 동북군벌인 장작림은 북경,제남, 상해를 잇는 지역까지 아우르는 막강한 세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장작림은 일본의 지원을 받아 군수공장까지 자체 운영하고 항공기도 자체 라이센스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장개석은 각 지역의 군벌들을 돈으로 매수하면서 세력을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북벌은 쉽지 않았다. 1920 년대 말의 치열한 중원대전에서 또 다른 군벌인 풍옥산-염석산쪽은 서로 장학량을 자기편으로 끌여 들이려고 했다. 장작림의 막강한 동북군은 장개석에게는 최대의 난관이었다.

 

이 때 동북 만주의 점령을 노린 일본군이 북경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장작림을 황고둔에서 폭사시키는 일을 저지른다. 일본의 행위임을 알아챈 장작림의 맏아들 장학량은 크게 분개하여 동북군의 깃발을 장개석의 국민정부의 깃발로 바꾸어 달고 (동북역치) 국민정부와 함께 일본군에 대항하기로 결심한다. 장개석과 장학량은 의형제를 맺는다. 이로써 마침내 전 중국이 장개석에 의해 통일되면서 군정이 마감되고 훈정의 시대로 들어선다. 장학량이 직계군을 이끌고 북경에 주둔하고 있는 동안 일본은 만주사변을 일으켜서 괴뢰정부인 만주국을 세우게 된다. 이로써 중국은 국민정부와 공산당정부, 일본군과의 치열한 삼파전에 돌입하게 된다.

 

(다음에 계속 : 서안사변과 공산당의 내전승리) Binnamoo Studio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