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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대표음식 ‘강도 육미’

풍월 사선암 2015. 6. 30. 09:51

강화 대표음식 강도 육미

 

젓가락 춤춘다, 강화의 참맛

 

산란기 맞은 밴댕이, 고소한 맛 일품 / 초고추장 찍어먹는 펄 낙지 어민강추 / 말린 깨나리 구워 먹으면 술안주 제격

오랜 역사 장준감, 씨 없고 당도높아 / 밴댕이 들어간 순무 김치 천하일품

 

강화도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 6가지를 일컬어 강도 육미(江都六味)’라 부른다. 강도 육미는 밴댕이·낙지·깨나리·동어(숭어 새끼순무·장준감(씨없는 감)이다.

 

강화도에서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고, 영양도 풍부한 강도 육미는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 단골 메뉴였다고 한다. 강도 육미는 드넓은 갯벌,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비옥한 간척지, 해륙풍 등 강화도 천혜의 자연이 만든 산해진미이다.

 

#바다의 맛

 

강도 육미 중 6월이 제철인 음식은 밴댕이다. 산란기인 5~6월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강화도 화도면 후포항 청강횟집 앞. 가족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손님이 여러 종의 물고기가 담긴 횟집 어항을 가리키며 밴댕이가 어떤 건가요라고 물었다. 청강횟집 사장 이성배(77) 씨는 “(어항에) 밴댕이 없습니다. 냉장고에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손님들이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자 이성배 씨는 속상한 일 있으면 밴댕이를 먹고 참으세요. 안 그러면 밴댕이 소갈딱지(소갈머리)’ 소리 듣습니다라며 넉살스럽게 웃었다.

 

1983년 문을 연 청강횟집은 밴댕이회의 원조집으로 널리 알려졌다. 밴댕이는 다른 생선에 비해 내장이 매우 작고, 그물에서 꺼내자마자 죽어버리기 때문에 성질 급하고 속 좁은 사람에 비유하곤 한다. 활어(살아있는 물고기)가 아니므로 횟감으로 쓰이지 않고, 구워 먹거나 무침 요리를 해먹었다. 잡은 지 오래되면 젓갈을 담는다.

 

이성배 씨는 “1970~80년대 배를 타던 시절, 배 위에서 먹던 밴댕이회를 일반인에게도 소개해 보면 어떨지 싶었다기름이 많아 고소하면서도 식감이 부드러워 유명세를 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밴댕이는 강화도 사투리라고 한다. 본래 이름은 반지로 멸치과 생선이다. 우리나라 서남해 전역에서 두루 잡힌다.

 

지역에 따라 반댕이·빈징이·순댕이 등의 사투리로도 불리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은 역시 강화도의 밴댕이다. 옛 우리말에는 변변치 않지만 때를 잘 만났다는 의미인 오뉴월 밴댕이라는 말이 있듯 5~6월에 강화에서 잡히는 밴댕이를 최고로 치기 때문이다.

 

후포항에 사는 어민 이수학(66) 씨는 밴댕이는 3~4월 전남 신안과 충남 서산 앞바다 등에서 많이 잡히지만, 산란기인 5~6월에는 강화도 앞바다 쪽으로 올라온다한강 물이 섞여 염도가 낮은 강화 앞바다에서 산란하기 위해서인데, 산란기 밴댕이가 기름기 두둑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고 설명했다.

 

강화도 밴댕이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이 즐겨 먹는 별미였다고 한다. 지금은 기후변화와 남획 등으로 인해 강화도 밴댕이 어획량이 크게 줄어 강화 사람도 먹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강화도 후포항과 외포항에 가면 배에서 직접 잡아올린 밴댕이를 양껏 맛볼 수 있다.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강화갯벌(353)은 강화도에 배를 정박하기 어려운 천혜의 요새로 만든 것은 물론, 풍부한 바다 먹거리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특히 강화갯벌의 영양분을 듬뿍 먹고 자란 강화 뻘낙지는 다른 지방 낙지보다 유달리 크다.

 

강화도 화도면 분오리에서 낙지잡이를 하는 바다호선장 조규호(48) 씨는 낙지는 다리를 포함한 몸통 길이가 보통 30안팎인데, 강화 펄 낙지는 50짜리도 있다크기가 커도 전혀 질기지 않는 게 강화 낙지의 특징이라고 했다. 강화 뻘낙지는 그대로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어민들은 추천했다.

 

조규호 씨는 분오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5분 거리의 바다로 나가 있다가 물이 모두 빠지면 삽으로 갯벌을 파서 낙지를 잡는다. 하루 평균 20마리씩 잡힌다고 한다.

 

강도 육미에 속해 있으나, 최근에는 구경하기 힘든 생선도 있다. 바로 깨나리라고 불리는 멸치과 생선 싱어. 강화도 선수포구(후포항) 근해 등에서 많이 나는 깨나리는 다른 지방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생선이다.

 

현재는 따로 그물을 쳐서 잡지 않고, 다른 어종을 잡기 위한 그물에 걸리는 대로 모아서 어시장에 팔고 있다.

 

강화에서는 깨나리를 까나리라고 부르는 토박이들이 있는데, 서해5도에서 많이 잡히는 까나리와는 다른 생선이다. 경기도 김포 쪽 어시장에서는 깨나리를 강다리라고도 불렀다.

 

밴댕이와 마찬가지로 기름기가 많은 깨나리는 밴댕이보다 가시가 세지 않아 매운탕을 끓여 먹기 좋다. 또 햇볕에 바짝 말린 것을 간장에 조려 먹거나 그대로 구워 술안주 삼는 것도 맛이 그만이다. 말린 깨나리를 구워 먹으면 노가리(명태 새끼)와 비슷한 맛이 난다.

 

1820년 실학자 서유구가 쓴 어류백과사전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는 깨나리에 대해 강과 바다가 서로 통하는 곳에 나는데, 이를 그물로 잡으며 파주와 교하 사람은 물릴 정도로 많이 먹는다고 한 것으로 보아 과거에는 인기 있는 생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깨나리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생선 중 하나다. 강화도에 있는 횟집에서 따로 팔지 않고, 어판장에서만 구할 수 있다. 이 생선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매운탕거리나 횟감으로 쓸 수 있는 생물은 찾기 어렵고 말린 것을 주로 팔고 있다.

 

강화도 외포항의 현덕호선장인 김진용(55) 씨는 깨나리는 지금은 아는 사람만 알고 인기가 별로 없다게다가 씨가 말랐는지 거의 잡히지도 않는다고 했다.

 

강화도에서는 숭어 새끼를 동어’(冬魚)라고 부르며 별미로 즐긴다. 동어는 12월에서 2월 사이가 제철인데, 굵은 소금을 뿌려 구워 먹는다. 조선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다고 전해질 정도로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겨울철 보양식이다.

 

강화에서는 숭어를 모치(길이 6이하), 동어(8이하), 글거지(13이상) 11개 사투리로 부르기도 한다.

 

바다에서 나는 나머지 강도 육미는 꼽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가무락(모시조개)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새우젓(추젓)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육지의 맛

 

보랏빛 뿌리의 순무는 강화 땅이 준 선물이다. 강화 순무는 무같이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나면서도 약간은 매콤한 독특한 맛을 지녔다. 우리나라에서 순무는 강화 땅에서 재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강화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김치의 재료이나, 다른 지방에서는 매우 귀한 채소다.

 

특히 밴댕이를 넣은 강화 순무김치는 순무의 겨자 향에 밴댕이 특유의 맛이 더해져 천하일품으로 평가된다. 강화풍물시장에서는 순무김치를 즉석에서 직접 버무려 팔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순무의 효능에 대해 황달을 치료하고 오장에 이로우니, 순무 씨를 아홉 번 찌고 말려서 오래 먹으면 장생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눈과 귀를 밝게 하고 소화를 돕는다고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에서 언급한 순무는 삼국시대 무렵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건너와 재배된 종으로 뿌리가 흰색이다. 뿌리가 보라색인 강화 순무와는 차이가 있다. 현재 강화에서 재배하는 순무는 1890년대 영국에서 들여온 종이 토착화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강화도에는 1893년부터 이듬해까지 한국 최초의 해군사관학교인 총제영학당이 있었다. 총제영학당에서 군사교육을 맡은 영국의 콜웰(William Henry Callwell) 대위가 강화읍 갑곶리 사택 주변에 영국의 순무 종자(보라색 뿌리)를 심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콜웰이 심은 순무와 지금의 강화 순무는 다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며 토종 순무와 교잡(交雜)하면서 강화만의 독특한 순무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10년째 강화 순무 농사를 짓고 있는 황성용(59) 씨는 강화는 간척지가 많아 토질이 좋고, 바다 쪽에서 육지로 불어오는 해륙풍이 바닷물 속 유기물질을 육지로 가져오기 때문에 농작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며 강화도를 한 발짝만 넘어가도 순무 맛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강화도 장준감은 1530년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강화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기록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토산품이다. 팽이를 거꾸로 세워 놓은 것처럼 뾰족하고 씨가 없는 게 특징인 장준감은 일반 감보다 당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김혜영 강화군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팀장은 강도 육미를 비롯해 강화도의 좋은 농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고 있다전통의 깊은 맛을 찾으면서도 현대의 입맛에 뒤지지 않는 음식으로 강화 농산물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20150604() / =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