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3월의 시 / 장석주,나태주

풍월 사선암 2015. 3. 14. 00:14


3 - 장석주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 같이

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 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자가 얹혀 지지 않은 머리처럼

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지 3월 햇빛에서는

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산수유나무는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이고

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3월의 햇빛 속에서

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

부끄러워하자 그 부끄러움을 뭉쳐

제 슬픔 하나라도 집어낼 일이다.

 

 

3 - 나 태 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 구나, 오고야 마는 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 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 방석을 까는 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 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 구나

   

,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 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 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첨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