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등산,여행

봉화 청량산 과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트레킹

풍월 사선암 2014. 9. 11. 11:16

[구름다리 산행 코스가이드 | 봉화 청량산] 국내 최대 규모의 구름다리 놓인 봉화의 바위꽃

 

축융봉에서 본 청량산도 무척 아름다워

 

청량산 하늘다리.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90m 길이의 구름다리다.

 

청량산 하늘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현수교량이다. 90m로 국내 구름다리 중 가장 길다. 해발 800m 지점에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다리로 폭은 1.2m, 지상에서 높이 70m에 이른다. 하늘다리는 2008년 완공되던 해부터 화제가 되며 등산객을 비롯해 많은 관광객을 청량산으로 끌어들여, 지금은 봉화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워낙 튼튼하게 만든 탓에 출렁거림이 덜해 공포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다리 중간에는 1m 크기의 강화 유리가 바닥에 있어 허공 위에 있는 듯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청량산은 한 떨기 바위꽃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밀도 높은 바위명산으로 손꼽힌다. 높이가 해발 870m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이 고작 48.76km2로서 북한산 국립공원의 절반 정도이고, 거기서 암봉군이 밀집한 지역만 따지면 단 5~6로 줄어든다. 이 좁은 면적 안에 무수한 암봉들이 몸을 비비고 들어앉아 있어 경관의 밀도가 높다.

 

옛 기록을 보면 청량산엔 ‘6.6, 8, 3이 있다. 산 중심의 청량사에서 두루 바라뵈는 9개 봉우리와 그 바깥쪽 3개 봉우리를 합한 12개봉을 사람들은 청량산 6·6이라 불러왔다. 확연히 높지도 넓지도 않은 산이지만 예로부터 많은 문인들이 청량산의 밀도 높은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신라 명필 김생을 비롯해 최치원, 이황, 주세붕 등이 청량산의 빼어남을 극찬했다. 퇴계 이황은 스스로 청량산인이라 호를 짓고 청량산을 자주 찾았다. 퇴계는 이 산은 실제로 내 집안의 산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부형을 따라 괴나리봇짐을 메고 이 산을 왕래하며 독서했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고 주세붕의 <유청량산록> 발문에 썼다.

   

1, 하늘다리에서 본, 감탄을 자아내는 암봉. 2, 자소봉 정상. 자소봉은 커다란 암봉이며 표지석이 있는 곳은 철계단이 있는 중간 테라스 지점이다.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청량산은 피신처로도 적격이었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 청량산으로 들어온 적이 있다. 공민왕은 청량사 법당 유리보전의 현판 글씨를 자신이 청량산을 찾았던 흔적으로 남겼다.

 

청량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산행 코스는 입석대~응진전~청량사~김생굴~자소봉~탁필봉~뒤실고개~하늘다리 코스다. 이후 최고봉인 의상봉을 지나 두들마을~청량폭포 길로 하산하거나 청량사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의상봉에서 두들마을로 내려서는 코스는 산속에서만 걷는 거리가 약 7km, 산 입구 주차장에서 입석대를 잇는 임도 거리가 4km, 청량폭포에서 주차장으로 이어진 임도 2km를 포함하면 총 13km5~6시간 걸린다. 주봉이 의상봉이지만 딱히 볼 게 없는 헬기장이라 생략해도 무방하다.

 

청량계곡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청량산(870m), 오른쪽은 축융봉(845m)이다. 축융봉은 비슷한 덩치지만 육산 형세라 청량산에 비해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축융봉의 조망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청량산의 밀도 높은 바위 경관을 바로 곁에 솟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축융봉 정상에 서면 청량산 육육봉이 한눈에 드는 것이 청량산에서 본 여느 풍경보다 더 낫다. 축융봉은 성곽으로 오르는 것이 최단 코스이며 위험한 코스는 없다. 하산은 공민왕당으로 해도 되지만 딱히 볼 게 없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길이라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서는 게 더 낫다. 청량산과 축융봉은 산불방지 입산금지 기간에도 산행가능하며, 경일봉 코스와 연적봉에서 청량사로 내려서는 길만 통제된다.

 

청량정사 옆에 있는 산꾼의집(054-672-8516)에선 지나는 이들에게 무료로 차 대접하기를 즐기는 이대실씨가 상주한다. 관리사무소~입석대 간 도로변에 주차장이 있으나 주말 아침은 이른 시간에 올라가야 여유 있게 주차할 수 있다. 입구에서 관리요원들이 차량 상황에 따라 통제한다.

 

교통 봉화의 청량산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안동을 기점으로 삼는 것이 더 가깝고 편리하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안동행 버스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 반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2시간50분 정도 걸린다.

 

안동에서 청량산행 버스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2~3분 떨어진 교보생명 앞에서 67번 북곡(청량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15(05:50~17:50) 운행하며 50분 걸린다. 청량산이 종점이며 안동으로 되돌아 나간다.

 

숙박(지역번호 054) 청량산관리사무소 근처에 식당 겸 민박이 여럿 있다.

청량산쉼터민박(673-2694), 강변민박(673-6745), 청량산맛고을식당(673-8854), 다래식당민박(673-9005), 대진마트(673-4179), 까치소리식당(673-9777), 그루터기식당(673-5450) 등이며 청량산폭포 앞에도 청량산폭포슈퍼민박(672-1488)이 있다. 청량정사 옆에 있는 산꾼의집(672-8516)에선 이대실씨가 무료로 차를 준다.

 

2014,04 월간 산 신준범 기자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수백년 묵은 금강송 아래 거룩한 아기 소나무가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말 그대로 금강소나무 사이를 걷는 길이다.

 

저 먼 옛날부터 우리 민족은 소나무와 더불어 살았다.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기도 하고, 소나무 사이에서 뛰어놀다 소나무로 만든 관에 누워 솔숲에 묻혔다.

 

그러나 우리는 소나무를 잘 알지 못한다. 도무지 무심하다. 콘크리트로 덮인 현대의 공간에 들어와 있기도 하거니와, 소나무가 오래전부터 우리네 삶 깊숙이 들어와 있어 되레 데면데면해진 탓일 터이다.

 

경북 울진 아주 깊숙한 숲에 가면 나라가 공들여 가꾸는 소나무 숲이 있다. 그냥 소나무가 아니라 금강소나무다. 예부터 궁궐을 지을 때 썼다는 그 소나무 말이다. 그 소나무 숲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이름하여 금강소나무 숲길이다. 수백 년 묵은 소나무 사이를 걷다 소나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새삼 깨달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 숲

 

1, 이제 막 고개를 내민 아기 금강소나무. 2, 금강소나무 큰놈은 어른 한 아름 정도로 안을 수 없다. 3, 울진소광리 황장봉계표석.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산림청이 관리하고 있는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곳이다. 소광천이 흘러내리는 백병산과 삿갓재 기슭에 솔숲이 있는데, 면적이 서울 여의도보다 8배나 큰 1800. 수령 200년이 넘은 금강송만 8만 그루 이상이 있다.

 

산림청이 이 일대를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한 건 1982년이지만,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의 역사는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다. 소광2리에서 금강송 군락지로 들어가는 길가에 울진 소광리 황장봉계표석이라는 경북 문화재자료가 있다. 소광천변에 누워 있는 널따란 바위에 글씨를 새긴 것인데, 한자(漢字) 23자로 쓰인 내용을 풀면 다음과 같다.

 

황장수(黃腸樹)의 봉계(封界)지역은 생달현, 안일왕산, 대리, 당성의 네 지역이며 관리 책임자는 산지기 명길이다.”

 

황장봉(黃腸封)’은 조선 왕실이 사용하는 황장목이 있는 산을 지정해 일반인의 벌채를 금지한 산림보호정책으로 숙종 6(1680)에 시작됐다. 현재 황장봉계표석이 전해오는 지역은 모두 7곳 있는데, 울진 소광리 일대에만 2곳이 있다. 표석은 소광리 일대 황장목 지역을 표시하고 관리자까지 명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소광리 금강송은 최소 300년 이상 나라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귀한 신분인 셈이다.

 

금강송이 특별 관리를 받은 건 목재로서 우수해서다. 금강송은 다른 소나무보다 나이테가 3배 촘촘하다. 하여 뒤틀림이 적고 단단한 데다 송진이 적어 쉬 썩지도 않는다. 궁궐을 지을 때 금강송부터 찾는 이유다 황장수는 조선 왕실에서 건축재료로 사용한 목재를 통칭하는 것으로, 황장수 대부분에 금강송이 쓰였다.

 

금강송은 1928일본인 식물학자 우에키 박사가 소나무의 외형을 보고 구분한 것으로, 줄기가 붉어 적송(赤松)’으로도 불린다. ‘춘양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강원도와 경북 북부지역에 자라는 소나무를 가리키는 말로, 광복 이후 이 일대에서 나는 소나무 목재가 경북 봉화 춘양역에 모였다가 서울로 올라와 춘양목으로 통했다. 그런데 왜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만 이토록 광활할까.

 

4 금강송 단면. 나이테가 껍질바로 아래까지 꽉 찼다. 금강송이 유난히 단단한 까닭이다.

 

금강송(金剛松)금강석처럼 강해서 금강송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지역적인 구분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지역적으로 금강송은 금강산에서 경북 영덕까지 태백산맥 자락에 나는 소나무를 가리킵니다. 일제 강점기 때 강릉·삼척·봉화 등 강원도와 경북 일대 금강송이 대량 벌채됩니다. 지금 이들 지역에 나 있는 임도 대부분이 일제가 금강송을 강탈하려고 낸 길입니다. 그러나 소광리 금강송만은 무사했습니다. 워낙 오지였기 때문입니다. 기차도 봉화까지밖에 안 들어왔으니까요.”

 

울진국유림관리소 김동일 소장의 설명을 듣고 다행이네요라고 대답했다가 바로 후회했다. 일제가 이미 빼앗아간 다른 지역의 소나무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세상이 하수상할 때면 이렇게 외진 곳에 숨어 지내는 게 현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건 비겁한 것일까.

 

이정표가 없는 길

 

200살도 훨씬 더 먹은 금강소나무는 하도 키가 커서 올려다봐도 올려다봐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저 무수한 가지에, 저 딱딱한 등걸에 우리네 세월이 그대로 얹혀 있었다.

 

산림청이 금강송 군락지를 보호림으로 지정한 건 30년 전이지만, 사람이 다니는 길이 난 건 이태 전이다. 산림청은 2010금강소나무숲길이란 이름의 탐방로를 조성했다. 아직 미개통 구간이 남아있고, 길을 낸 지 2년밖에 안 됐지만 금강소나무숲길은 산림청이 조성한 첫 번째 숲길이다.

 

금강소나무숲길은 모두 3개 구간이 조성됐는데, 현재 1구간과 3구간 약 30만 개방돼 있다. 나라에서 워낙 애지중지하는 숲이라 비무장지대처럼 출입통제가 엄격하다. 전국의 허다한 트레일을 걸었지만 솔직히 여기만큼 까다로운 곳도 없었다.

 

금강송 군락지에 들어가려면 일단 36번 국도에서 917번 지방도로를 타고 15정도 자동차로 들어와야 한다. 한데 진입로부터 차를 막아선다. 금강소나무숲길 예약자가 아니면 되돌아갈 것을 권유한다. 산불 위험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소나무는 산불에 가장 취약한 수종이다. 금강송 군락지까지 모두 세 번 동네 주민이 나와 자동차를 세웠다.

 

금강소나무숲길을 걸으려 해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예약해야 하고, 오전 9시 출발장소에 집합해야 한다. 1구간은 하루 80, 3구간은 하루 100명만 걸을 수 있다. 숲해설사와 동행해야 하며, 탐방로 이탈 등 개인 행동은 일절 금지된다. 점심 식사는 도시락을 주문해야 한다. 소광리 주민이 6000원에 판다. 출발장소가 워낙 오지인 데다 출발시각이 일러, 되도록 인근 동네에서 민박을 하라고 권한다. 11만원.

 

금강소나무 숲길만의 특징이 있다. 길에 이정표가 없다. 트레일의 완성도는 흔히 이정표에서 판가름 난다. 그러나 금강소나무 숲길엔 흔한 리본 하나 걸려 있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정표가 필요 없어서다. 동네 주민으로 구성된 숲해설사와 동행하는데 이정표 따위가 있을 필요가 없다. 아니, 이 길에서만큼은 이정표가 없는 게 맞을 수 있다.

 

week&은 소광2리에서 금강송 군락지를 갔다 오는 3구간을 선택했다. 금강송 군락지까지 가는 걸음이 소광천을 옆구리에 끼고 걷는 계곡 탐방이어서 평범했다면, 금강송 군락지를 둘러보는 길에는 금림(禁林)을 헤집고 다닌다는 은밀한 쾌감이 있어 짜릿했다. 수령 530년을 자랑하는 최고령 금강소나무의 도도한 자태도 인상에 남고 목재로서 가치가 떨어져 용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500년 수령의 못난이소나무도 눈에 밟혔지만, 한동안 잊기 힘든 장면은 따로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서 있는 30m 높이의 붉은 소나무 아래 위태로이 아기 금강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였다. 마침 장대비가 퍼부었다. 견딜 수 있을 까.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이 어린 생명을 들여다봤다. 최근에 조우한 가장 기특한, 아니 거룩한 장면이었다.

 

길 정보 : 금강소나무숲길은 출입과 통행이 철저히 통제돼 있다. 현재 운영되는 1, 3구간 중 1구간은 옛날 보부상이 울진에서 봉화까지 다니던 옛길 13.5를 복원한 길(두천리~소광2)이다. 길의 정취야 빠질 데 없지만, 금강송 군락지는 거치지 않는다. 금강송 군락지를 가려면 3구간을 걸어야 한다. 3구간은 소광2리 금강송펜션에서 출발해 금강송 군락지를 탐방하는 왕복 16.3구간이다. 전화 예약은 받지 않고, 금강소나무숲길 홈페이지(www.uljintrail.or.kr)에서 예약해야 한다.

 

화요일에는 탐방프로그램이 쉰다. 안내센터 054-781-7118. 두 구간 모두 길이 험하지는 않지만, 긴 편이어서 아이들에게는 무리가 있다. 금강송 군락지만 들렀다 나오는 방법도 있다. 어린이·노약자 탐방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군락지 3.5구간을 약 2시간 둘러볼 수 있다. 주로 주말에 운영하는데, 아쉽게도 9월에는 예정이 없다. 이 프로그램 역시 홈페이지에서 관련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다음 달 5~7일 울진군에서 열리는 울진금강송 송이축제에 울진금강송 군락지 숲 탐방행사가 마련돼 있다. 축제기간 동안 하루에 두 차례(오전 930, 오후 2) 금강송 군락지를 다녀오는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는 25일까지 예약을 마쳐야 한다. 울진군청 산림녹지과 054-789-6828, 울진산림조합 054-783-5119.

 

- ·사진=손민호 기자 / 2012-09-14 -